바버러 쿠니가 그리고 제인 욜런이 쓴 그림책 [강물이 흘러가도록(Letting Swift River Go, 1991)]은 읽는 동안 잔잔한 슬픔이 느껴진다. 물 속 깊이 사라진 고향에 대한 추억을 담아서인가?
바버러 쿠니(Barbara Cooney, 1917-2000)는 미국의 작가이자 일러스트레이터로 평생동안 110권의 도서를 남겼다고 한다.
두 차례 칼데콧 상을 받았고, 1994년에는 안데르센 상도 받았다.
그녀의 그림을 보다 보면 어린 시절 보았던 엽서그림이 떠오른다.
펜, 잉크, 아크릴물감과 파스텔을 사용해 다양한 기법의 그림을 그렸다.
바버러 쿠니가 그린 어린 시절 고향마을의 그림은 아기자기하고 꿈결같은 분위기를 연출한다.
댐건설로 사라진 고향마을을 추억하는 그림으로 잘 어울리는 것 같다.
평화롭게 어린 시절을 보낸 마을이 물 속에 가라앉아 사라진다는 상상만 해도 끔찍하다. 그런 경험은 상처로 남을 것 같다.
아버지와 함께 저수지에서 배를 타면서 어린 시절 그곳을 추억하는 동안 기억 저편에서 "놔 주렴, 샐리 제인."이라는 엄마 목소리가 들려온다. 엄마는 도대체 무엇을 놔 주라는 것일까? 사라진 것에 대한 안타까움, 슬픔과 같은 감정일까? 미소지으며 없어진 것을 담담히 추억하라는 것일까? 강물이 흐르듯 흘러가는 변화를 받아들이라는 뜻은 아닐까?
사실 댐 건설로 수몰되지 않더라도 우리가 어린 시절을 보냈던 마을은 누구에게나 추억으로만 남을 뿐이다. 내가 어린 시절을 보냈던 곳을 둘러본다 해도 그때 기억 속 예전의 그곳을 찾을 수는 없다. 시간이 흐르면서 마을은 변화해 더는 우리가 기억하는 그 마을일 수 없으니까.
하지만 언제 어디서든 기억 속에서 어린 시절의 풍경, 사람들을 소환할 수 있다.
내 경우, 어린 시절의 추억을 떠올리는 순간 마음이 아프지는 않다. 현재에는 더는 존재하지 않는 공간과 사람, 동물에 대한 추억은 현재의 일상에 아름다움을 더해주는 소중한 무엇이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