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책

[장자못과 며느리바위] 인색하고 심술궂은 부자와 미련 많은 며느리

Livcha 2022. 8. 17. 12:03

[장자못과 며느리바위] 그림책 표지

한태희가 그리고 정해왕이 쓴 그림책 [장자못과 며느리바위]는 웅진씽크빅에서 '호롱불옛이야기' 시리즈로 출간된 그림책들 중 하나다.

아마도 출판사에서 기획하고 작가들을 구한 것이 아닐까 추측해본다. 

이 그림책을 교환도서 코너에서 가져온 이유는 그림 때문이었다. 

우리나라 스타일의 그림이 있는 우리 그림책이 마음에 들어서였다. 

이 이야기는 읽어보기도 전에 뻔한 옛 이야기 중 하나라서 충분히 예상할 수 있었다. 

인색하고 심술맞고 욕심쟁이인 부자가 벌을 받는 이야기. 

'장자못'이라는 제목에서도 알 수 있듯이 '장자'는 '부자'를 뜻한다고 한다. 

'장자못'이란 벌 받은 부자의 흔적이라고 할까.

거의 옛 이야기에서 보면 부자는 성격이 더럽다. 성격이 더러워서 부자가 되었을 것이라는 추측도 가능하다. 

부자에 대한, 부에 대한 경멸과 혐오의 감정이 담겨 있다. 

오늘날 부를 예찬하면서 '부자되세요'를 덕담으로 나누는 사람들에게 그리 와닪지 않는 이야기가 아닐까 싶다. 

서양이나 동양이나 부에 대한 욕망을 경계하고자 했던 시절이 있었지만 이제 더는 부는 경계의 대상이 아니라 당연한 욕망이 된 세상. 

그런 세상에서도 여전히 이런 식의 옛 이야기를 출간하는 이유는 뭘까? 마음 한 구석에는 부를 추구하는 욕망에 대한 불편함이 있는 것은 아닐런지...

그런데 '뒤를 돌아보지 말라'는 조언에도 뒤를 돌아보는 이야기는 동서양을 막론하고 넘쳐난다.

그림책 속 며느리도 스님이 뒤를 돌아보지 말라고 했건만 뒤를 돌아보고 돌이 된다. 그 돌이 바로 며느리 바위.

그림책 해설에서는 과거에 미련을 갖지 말고 미래를 향해 나아가라는 충고를 받아들이지 않아 벌을 받았다고 한다.

과거에 미련을 갖게 되어 앞으로 나아가지 못하는 상태 자체가 벌이 될 수도 있겠다. 

하지만 과거에 집착한다고 벌까지 받아야 할 할 일일까? 그냥 안타까운 일이지. 

 

결국 장자못 이야기와 며느리 바위 이야기, 두 가지 이야기가 한 이야기 속에 버무러져 있다.

우리나라에서 이런 식의 이야기는 흔하다고 하는데, 이런 식의 이야기는 우리의 고유한 이야기가 아니라 서양의 이야기를 알고 난 후 그리 오래되지 않는 20세기에 만들어낸 이야기가 아닐까? 하는 의문이 들었다. 확실한 것은 아니다. 전설 짓기는 흔한 일이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