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에도 기존 동화의 패러디 작품인 [신데룰라]를 소개하려고 한다.
앞서 '아기돼지 삼형제' 패러디 동화와 신데렐라의 또 다른 패러디 버전인 [신데왕자] 를 소개했다.
[신데왕자]는 여성인 신데렐라를 남성인 신데왕자로 바꿔 유머가 넘치는 패러디를 만들었다면, 이번 [신데룰라]는 신데렐라와 같은 처지에 있는 또 다른 여성 '신데룰라'를 등장시켜 신데렐라와 신데룰라의 삶을 서로 비교해보았다.
신데렐라가 고전적인 여성상을 제시했다면 신데룰라는 현대적인 여성상을 보여준다.
그림책의 그림은 별로지만 이야기는 흥미롭다.
이 그림책의 이야기는 엘렌 잭슨이 썼고 그림책은 1994년에 출간되었다. 우리나라에서는 보물창고에서 2007년 번역출간했다.
신데렐라는 예쁘지만 순응적이고 스스로 문제를 해결할 능력도 없다.
신데룰라는 예쁘지는 않지만 문제해결력이 뛰어나고 유쾌하다.
신데렐라가 호감을 가진 랜돌프 왕자 역시 외모는 잘 생기지만 상대방과의 소통능력도 없고 겉멋이 넘치고 그리 똑똑치도 못하다.
신데룰라가 호감을 가진 루퍼트 왕자는 근시지만 유머감각이 뛰어나고 세상에 대한 관심도 많아 재활용공장을 운영하고 길고양이를 돌본다.
신데렐라가 남긴 유리구두와 신데룰라가 남긴 낡은 구두로 왕자들은 각자 어울리는 파트너를 찾아 결혼에 성공.
이야기는 결혼 후의 신데렐라와 신데룰라의 삶까지 우리에게 들려준다.
신데렐라는 랜돌프 왕자와 얼마나 따분한 삶을 살게 되었는지, 반면 신데룰라는 루퍼트 왕자와 얼마나 즐거운 삶을 살게 되었는지를.
신데렐라 컴플렉스라는 말을 낳은 신데렐라 이야기는 순응적이고 보잘것없는 여성이더라도 예쁘게 태어나고 운이 좋아서 잘 생기고 돈 많고 지위도 높은 왕자의 눈에 들어 자신의 처지를 업그레이드시켜 왕비가 되어 행복할 수 있다는 옛 이야기다. 여성은 외모가 중요하고 그 외모로 돈 많은 남자와 결혼하면 인생이 대성공이라는 고전적 동화에 작가는 만족하지 못한다. 그래서 비록 형편도 안 좋고 예쁘지도 않지만 외모와 자신의 집안에 연연하지 않고 진취적이고 적극적으로 자신의 상황을 타개해 나가는 신데룰라라는 여성을 만들어낸다. 이 여성은 인생의 파트너도 자신과 말이 통하고 유쾌하고 삶의 가치관도 좋은 남자로 선택한다.
오늘날에도 여전히 외모를 가꾸면서 결혼 잘 하면 성공이라는 여성이 존재하지만 과연 그런 여성이 행복할 수 있을지 작가는 의문을 제기한다.
이 그림책이 시도한 패러디는 여자 아이들에게 자신의 삶을 어떻게 꾸려나가야 할지 진지하게 고민하게 만든다는 점에서 좋은 동화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