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책

권문희 그림작가 [앞니 빠진 중강새] 젖니 갈이 풍속

Livcha 2022. 11. 8. 11:50

[앞니 빠진 중강새] 그림책 표지

젖니 갈이 풍속을 알려주는 [앞니 빠진 중강새]. 

그림작가 권문희의 만화체 그림이 유머 있고 재밌다.

그림 속 풍경은 요즘에는 보기 어려운 과거를 담고 있다.

어머니의 장바구니, 지게, 예전의 교복, 한 방에서 자는 가족, 머리맡 주전자와 컵, 곤로 위의 주전자, 이단 서랍장 위의 이불, 벽에 박은 옷걸이, 앉은뱅이 책상, 마당의 물펌프, 두루마기 입은 할아버지, 마당의 빨래줄, 창호지문과 툇마루가 있는 집...

이제는 주변에서 쉽게 찾아볼 수 없는 광경이라서 보는 즐거움이 컸다.  

젖니가 빠진 아이를 놀리면서 부르는 노래, '앞니 빠진 중강새 우물가에 가지 마라 붕어 새끼 놀란다 잉엉 새끼 놀란다 /앞니 빠진 중강새 닭장 옆에 가지 마라 암탉한테 채일라 수탉한테 채일라'를 읽다 보니까 어린 시절 내가 불렀던 노래가 떠올랐다. '앞니 빠진 개오지 우물가에 가지 마라 붕어새끼 놀랜다...' 

그림책 속에서는 중강새인데, 내 기억의 노래에는 개오지다. 

도대체 지방마다 노래가 다른 걸까? 

친구에게 물어보니까 중강새도 개오지도 아니고 갈강새라고 한다. 

그래서 찾아보니까, 중강새, 개오지, 갈강새, 개우지, 금강새, 달강새 등 다양한 단어가 등장했다. 

모두 무슨 뜻일까? 중강새는 '중간이 비어 샌다'는 의미로, '달강새'는 윗니가 달랑 거린다는 의미를 갖는다고...

개오지나 개우지는 어린 호랑이를 뜻한다고 한다.

그리고 노래도 다양한 버전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림책에 나온 노래와 달리 '윗니 빠진 달강새, 골방 속에 가지 마라 빈대에게 뺨맞을라 벼룩이한테 차일라'라는 구절도 있었다. 

그리고 그림책 속에서는 이를 뽑을 때 고통을 잊게 하는 노래 '여어차 여어차 동아줄을 당겨라 우리 바우 돌아줄은 금 동아줄 우리 바우 동아줄은 은 동아줄 천석지기 만석지기 부럽지 않다 여어차 여어차 동아줄을 당겨라'와 새 이를 기원하는 노래, '까치야 까치야 헌 이 줄게 새 이 다오'도 나왔다. 

젖니 갈이 풍속과 관련된 재미난 노래가 많구나, 싶었다. 

내 경우는 다른 아이들보다 이가 늦게 나서인지 마지막 젖니를 14살에 갈았던 기억이 난다. 

그림책 덕분에 어린 시절의 기억을 떠올릴 수 있어 좋았다.

 

이 책의 마지막에는 정보마당이 있어 아이들이 성장하면서 겪는 일, 다래끼, 배앓이, 오줌싸개에 대한 간단한 이야기도 나온다. 

병원이나 의료적 지식이 부족했던 시절의 처방을 보면서 지금은 웃지만 심각한 병이 아니니까 그런 식으로 넘어갈 수 있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