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책

[할머니가 좋아요] 손자의 할머니에 관한 추억

Livcha 2022. 12. 4. 18:14

[할머니가 좋아요] 그림책 표지

그림책을 보다 보면 할머니, 할아버지와 어린 손자녀 간의 이야기를 담은 것이 적지 않다. 게다가 할아버지와 할머니의 죽음은 어린 아이에게 특별한 경험이다. 요즘은 예전만큼 조부모와 손자녀 간의 친밀도가 강하지는 않은 것 같다. 함께 살지 않아서인지... 나만 해도 조부모와 어린 시절을 보내서 조부모에 대한 각별한 애정을 가지고 있었기에 초등학교 시절 할아버지가 돌아가셨을 때 그 죽음이 큰 슬픔으로 다가왔던 기억이 있다. 

이 그림책은 할머니와 친밀한 손자가 할머니와 보낸 시간들에 대한 따뜻한 이야기와 그 할머니의 죽음을 경험하는 이야기가 담담하고 사실적으로 묘사되어 있다.  

마츠다 모토코(1937-)가 쓰고 이시쿠라 킨지(1948-)가 그린 일본 그림책인데 1994년에 출간되고 그 해 켄부치 그림책 상을 받았다고 한다. 

켄부치 그림책상은 일본에서 한 해동안 출간된 그림책들 가운데 독자가 가장 좋아하는 그림책에 투표하게 해서 득표수가 많은 작품에게 수여되는 상이다. 그렇다면 대중적으로 사랑받은 그림책이라고 볼 수 있다. 

소년이 할머니 손은 약손이라고 말하는 구절에서는 어린 시절 내 할머니가 배가 아플 때면 손으로 배를 어루만져주던 기억이 떠올랐다. 

내 경우에는 성인이 된 다음, 할머니가 돌아가셔서 소년과 같은 상실감은 없었지만 소년이 이야기하는 할머니와 보낸 시간은 오래 전 내 할머니와 보낸 시간을 생각나게 해서 좋았다. 

할머니가 돌아가신 다음 소년은 추운 산에 할머니를 묻고 온 것에 대한 마음 불편함과 더는 만날 수 없는 할머니에 대한 그리움을 이야기한다. 할머니의 죽음 앞에서 소년의 이런 감정들은 현실적이다. 어린 소년에게 사랑하는 사람의 죽음이란 경험은 아직 낯설고 제대로 이해하기 어려운 것이리라.  그런데 내 경험을 돌이켜보면 어린 시절 할아버지가 돌아가셨을 때 더는 만날 수 없다는 사실에 대한 슬픔이 무척 컸었다. 이 그림책에서는 소년의 슬픔에 대한 이야기가 빠져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