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책을 보다 보면 할머니, 할아버지와 어린 손자녀 간의 이야기를 담은 것이 적지 않다. 게다가 할아버지와 할머니의 죽음은 어린 아이에게 특별한 경험이다. 요즘은 예전만큼 조부모와 손자녀 간의 친밀도가 강하지는 않은 것 같다. 함께 살지 않아서인지... 나만 해도 조부모와 어린 시절을 보내서 조부모에 대한 각별한 애정을 가지고 있었기에 초등학교 시절 할아버지가 돌아가셨을 때 그 죽음이 큰 슬픔으로 다가왔던 기억이 있다.
이 그림책은 할머니와 친밀한 손자가 할머니와 보낸 시간들에 대한 따뜻한 이야기와 그 할머니의 죽음을 경험하는 이야기가 담담하고 사실적으로 묘사되어 있다.
마츠다 모토코(1937-)가 쓰고 이시쿠라 킨지(1948-)가 그린 일본 그림책인데 1994년에 출간되고 그 해 켄부치 그림책 상을 받았다고 한다.
켄부치 그림책상은 일본에서 한 해동안 출간된 그림책들 가운데 독자가 가장 좋아하는 그림책에 투표하게 해서 득표수가 많은 작품에게 수여되는 상이다. 그렇다면 대중적으로 사랑받은 그림책이라고 볼 수 있다.
소년이 할머니 손은 약손이라고 말하는 구절에서는 어린 시절 내 할머니가 배가 아플 때면 손으로 배를 어루만져주던 기억이 떠올랐다.
내 경우에는 성인이 된 다음, 할머니가 돌아가셔서 소년과 같은 상실감은 없었지만 소년이 이야기하는 할머니와 보낸 시간은 오래 전 내 할머니와 보낸 시간을 생각나게 해서 좋았다.
할머니가 돌아가신 다음 소년은 추운 산에 할머니를 묻고 온 것에 대한 마음 불편함과 더는 만날 수 없는 할머니에 대한 그리움을 이야기한다. 할머니의 죽음 앞에서 소년의 이런 감정들은 현실적이다. 어린 소년에게 사랑하는 사람의 죽음이란 경험은 아직 낯설고 제대로 이해하기 어려운 것이리라. 그런데 내 경험을 돌이켜보면 어린 시절 할아버지가 돌아가셨을 때 더는 만날 수 없다는 사실에 대한 슬픔이 무척 컸었다. 이 그림책에서는 소년의 슬픔에 대한 이야기가 빠져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