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무레 요코 [결국 왔구나] 타인의 돌봄이 필요한 노년 관련 8편의 이야기

Livcha 2024. 8. 5. 15:01

 

무더위 속 무레 요코 책 읽기는 계속. 무려 5번째 책이다.

이번에는 누군가의 돌봄을 받지 않고서는 일상이 힘든 노인들과 그 주변 가족, 친지의 이야기를 다룬 [결국 왔구나]. 처음 이 책을 도서관 서가에서 집어들고서는 무엇이 결국 왔다는 건지 고개를 갸우뚱했다. 책을 읽고 나니 그 무엇은 다름 아닌 타인의 돌봄이 필요한 노년을 가리킨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결국 왔구나]는 일본에서 2017년에 출간되었고, 우리나라에서는 문학동네에서 2018년에 번역 출간했다. 

모두 8편의 단편이 실려 있는데, 비록 일본의 이야기라고는 해도 각각의 이야기는 노년에 대한 불안을 안겨준다. 돌봄이 필요한 노인 뿐만 아니라 그 노인을 감당해야 하는 주변 사람들의 불안. 

 

8편의 이야기 중 '형, 뭐가 잘 났는데?'를 제외한 7편이 치매와 관련된다. 

치매는 누구에게나 두려운 노년이다. 

 

'엄마, 돌아왔어?'는 남편이 죽자 딸 둘을 내버려둔 채 연하의 남자와 살림을 차리기 위해 집을 나간 엄마가 늙어 치매가 걸리자 그 연하의 남자로부터 버림받고 두 딸이 돌볼 수밖에 없는 상황의 이야기다. 결국 이 이야기 속에서는 결혼하지 않고 싱글로 사는 큰 언니가 치매걸린 엄마를 감당하게 된다. 

 

'아버님, 뭐 찾으세요?'에서는 중학교 역사 선생이었던 아버지가 치매에 걸리자 그 사실을 인정하고 싶어 하지 않는 아들은 부인에게 그 모든 일을 떠넘긴다. 무책임한 아들 대신 며느리가 고군분투하는 모습을 읽다 보니 화가 치민다. 

 

'엄마, 노래불러요?'에서는 외동딸이 결혼한 후 혼자 살던 어머니가 치매에 걸리자 사위는 장모를 집에서 모시는 데 흔쾌히 동의하고 돌봄에도 동참한다. 하지만 사위의 어머니는 며느리가 직장일 때문에 아이 갖기도 미루는 상황에서 치매걸린 어머니까지 아들과 함께 돌보게 된 상황을 싫어한다. 

 

'형, 뭐가 잘 났는데?'에서는 오형제 중 장남은 청소년기에 아버지를 잃어 가장의 역할을 도맡아 동생들을 키우고 결혼시키고 어머니도 아내와 함께 모신다. 그런데 어느날 장남은 아내를 위해 어머니를 더는 모시지 않겠다고 선언한다. 하지만 휠체어 생활을 하는 어머니를 감당하고자 나서는 동생은 없다. 그렇다면 민영요양원으로 어머니를 보내겠다며 공평하게 돈을 부담하자고 한다. 다들 어느 쪽도 감당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어머니의 재활치료를 도와 빠른 회복을 소망한다.  

 

'엄마, 괜찮아요?'에서는 부모로부터 독립해서 홀로 생활을 꾸리며 쉰 살이 된 딸이 어느 날, 홀로 된 후에 혼자 지내는 어머니를 만나러 본가에 들렀다가 생명부지의 여성과 그 아이들이 집을 엉망진창으로 해두고 사는 모습을 발견한다. 그 여성은 어머니가 치매증상이 있고 자신이 집에 머물면서 어머니를 돌봐드리는 상황이라고 설명하지만 집안 꼴을 보니 어머니가 제대로 돌봄을 받고 있지 못해 보인다. 결국 그 여성과 아이들을 내보내고 자신이 본가로 돌아와 어머니를 돌보기로 결심한다. 

 

'이모들, 안 싸워요?'에서는 세 자매 중 막내가 나이 차이가 많이 나는 80대 중후반 언니들을 돌보는 중에 힘에 부쳐 딸이 언니들 돌보는 일을 돕는다. 언니들은 각각 빠른 이혼, 싱글로 살아와서 돌볼 가족이 없는데, 나이가 들어 한 사람은 치매, 또 한 사람은 골절 후 기억력 감퇴로 혼자 생활하기가 힘들게 되었다. 그 두 언니들을 한 집에서 살도록 하고  일흔 살 먹은 막내가 언니들을 돌보러 다닌 상황. 

 

'엄마, 뭐가 보여요?'에서는 어머니가 치매에 걸린 상황에서 남편이 바람이 나 이혼을 하게 되고 청소년인 아들은 대화를 거절하며 힘들게 한다. 

 

'아버지, 왜 왔다갔다 하세요?'에서는 홀로 된 아버지가 치매에 걸려 일터의 사람들, 딸 둘을 당혹스럽게 한다. 자매는 아버지의 증상을 놓고 쉽게 결정을 내리지 못해 우유부단한 모습을 보인다. 그러는 중 아버지의 치매 증상은 나날이 나빠진다. 

 

노년에 대한 두려움 중 가장 큰 것은 뭐니뭐니해도 정신줄을 놓는 것, 즉 치매에 걸리는 것일 것이다. 

이야기 속 노인들 대부분은 치매에 걸리고 주변 가족들은 그 노인들 돌보는 문제 앞에서 결단력을 보이기도 하고 우왕좌왕하기도 한다. 내 부모는 치매가 걸리기 어려운 젊은 나이에 돌아가셨기에 나는 이런 경험이 없다. 따라서 내게 이 문제는 나의 노년과 관련해서 질문을 준다. 과연 치매가 걸리지 않고 나이들다 죽는 행운을 누릴 수 있을까? 만약 치매에 걸린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쉬운 답을 얻기는 어렵다. 

 

그래서 일본의 노인들은 값비싼 민영 요양원을 갈 경제적 능력이 없는 경우, 공공 요양원을 갈 수도 없는 상황에서-대기자가 너무 많아서-가족들이 부담을 질 수밖에 없기에 암에 걸려서 죽는 것을 행운으로 생각하나 보다. 

삶의 질이 유지되지 않는 장수는 두려운 것이 분명한 데도 100세 시대를 외치며 무조건 오래 사는 것에만 촞점을 맞추는 사회가 한심스럽다. 치매는 바로 오래 살기에 경험하게 되는 노년이다. 물론 젊은 시절에도 치매가 될 수 있지만. 대부분은 80대를 살게 되면 치매에 걸리게 된다. 거의 절반인 80대 노인은 치매에 걸리게 된다니까 장수하는 둘 중 하나는 치매에 걸려 힘든 노년으로 삶을 마감하게 되는 것이 현실이다.  장수의 그림자인 지독한 현실-타인의 돌봄이 절대적으로 필요한 무력한 노년-이 우리 앞에 놓여 있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