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관 서가를 거닐다가 책제목이 눈에 꽂히면 읽어 보는 편인데, 이번에는 무라카미 하루키의 [고양이를 버리다]가 그랬다.
원제도 그런가? 싶어 살펴보니 원제와 번역제목이 일치한다.
소설 파트에 있지 않은 책이라 실제로 고양이를 버렸다는 건가?하고 궁금한 생각이 들었다.
이 책은 일본에서 2020년에 출간되었고 우리나라에서는 같은 해 비채에서 번역출간되었다.
무라카미 하루키 책은 이렇게 금방 번역출간되는구나, 싶었다.
무라카미 하루키의 작품으로는 [세계의 끝과 하드보일드 원더랜드(1985)] [노르웨이 숲(1987)] [댄스 댄스 댄스(1988)] [TV피플(1990)] [스푸트니크의 연인(1999] [해변의 카프라(2002)][색채가 없는 다자키 스크루와 그가 순례를 떠난 해(2013)] 를 읽었다.
그리고 이번 책처럼 그림과 함께 출간된 책을 좋아하는데, [잠(2012)] [이상한 도서관]을 읽었다. [후와후와] [버스데이 걸] [양 사나이의 크리스마스]도 읽어보고 싶다.
무라카미 하루키가 마라톤과 철인삼종경기를 한다는 것에 놀랐지만, 곧 그의 이런 체력이 여전한 글솜씨를 가능하게 하는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이번 책은 가오 옌이란 작가의 그림과 함께 만들었는데, 고전적이면서 부드러운 느낌의 그림이 아버지의 이야기에 잘 어울린다 싶었다.
책 이야기의 시작과 끝에는 고양이의 이야기가 있어서인지 고양이 삽화가 많이 나오는 것도 내게는 큰 즐거움이었다.
아무튼 작가는 자신의 아버지 이야기를 짧고 산뜻하게 써냈다. 아버지란 개인의 삶이 시대적 상황과 맞물려 있는 것을 보여주려했다고 후기에 적고 있다. 개개인 누구나 시대적 상황을 벗어나 살아갈 수 없으니 당연하리라. 우리의 삶은 타고난 유전자, 가정환경, 살아간 공간과 시대로 만들어지는 것 같다. 작가의 글 속의 아버지도 다르지 않다.
이 책을 읽고 나니까 우리 아버지의 삶이 떠올랐다. 격동하는 시대 속에서 태어나 성장하고 자라고 늙은 우리 아버지 역시 당신의 삶에 고스란히 그 역사적 사건들의 흔적이 남아 있다. 우리 아버지의 삶을 글로 쓴다면 무라카미 하루키의 아버지 이상으로 흥미로운 이야기가 될 수 있겠다 싶다. 하지만 대작가인 무라카미 하루키의 아버지 이야기는 출간할 출판사와 읽어줄 대중이 있겠지만 우리 아버지 이야기에 누가 관심이나 보일까.
무라카미 하루키가 1949년생이니까 지금은 70대다. 이 책 역시 일흔에 들어서면서 출간된 책이다. 나이가 들어서 쓴 글이지만 필력이 전혀 둘어들지 않았다. 대단하다.
<노트>
-이렇게 개인적인 문장이 일반 독자의 관심을 얼마나 끌 수 있을지 나는 모른다. 그러나 나는 손을 움직여 실제로 문장을 쓰는 것을 통해서만 사고할 수 있는 인간이기에 (태생이 추상적, 관념적으로 사색하는 것에 서툴다) 이렇게 기억을 더듬고 과거를 조망하고 그걸 눈에 보이는 언어로, 소리내어 읽을 수 있는 문장으로 환치할 필요가 있는 것이다. 그리고 이런 문장을 쓰면 쓸수록그리고 그걸 되읽으면 되읽을수록 나 자신이 투명해지는 듯한 신비로운 감각에 흽싸이게 된다. 손을 허공으로 내밀면, 그 너머가 아른하게 비쳐 보일 듯한 기분마저 들 정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