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바지 당나귀]를 읽고 반해 버린 이 프랑스 작가 앙리 보스코의 [이아생트]를 이어 읽었다.
이 땅에 번역된 그의 소설이 얼마 없지만 일단 번역된 작품이라도 읽어보자 싶었다.
[이아생트]는 [반바지 당나귀]의 연속편 아닌 연속편이라 할 수 있을 것 같다.
[반바지 당나귀]와는 또 다른 묘미를 주는 소설인데,
나는 이 소설을 '고독'의 소설이라 이름 붙이고 싶다.
화자가 누군지 알기 어려운 가운데,
지독히 고독한 동네와 공간, 즉 '라 코망드리'라는 저택 속에서 머물고 있는 화자는
성 가브리엘 고원에 있는 외딴 집 '라 주네스트'의 등불을 바라보면서
마지막 영혼을 상상하는 나.
유일한 불빛에의 집착, 애착...
"어두워지면 어김없이 켜지는 그 불빛은 거기에 누군가가 깨어있음을 나타내는 것이었다. 나는 그 불빛을 사랑하게 되었다."
('성 가브리엘 고원' 중에서)
이어지는 늪터에서의 홀로 산책,
기다림, 눈 밑으로 떨어져 땅 속에 갇혀 죽음에 직면한 경험,
회복기의 꿈과 현시를 오가는 상태, 시프리앵의 정원을 향한 혼자의 여행...
모든 상황들이 처절할 정도로 고독하다.
소설은 몽상과 추억이 현실에 뒤섞여 신비롭기만 하다.
스토리랄 것이 없다는 것도 특징.
며칠동안 잠들기 전 이 소설책 읽는 즐거움 컸다.
앙리 보스코 소설의 매력에 빠져들었다.
이 정도로 흥미로운 또 다른 소설을 어찌 구하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