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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한 우리 가족] 타인에 대한 배려 없는 '가족이기주의' 비판

Livcha 2022. 7. 25. 15:12

[행복한 우리 가족] 그림책 표지

한성옥이 쓰고 그린 그림책 [행복한 우리 가족(2014)]은 가족이기주의에 정면으로 도전하는 그림책이다. 

한성옥의 또 다른 그림책인 [나의 사직동(2003, 보림)]을 읽은 적 있다. 개발로 사라져갈 사직동이란 동네를 따뜻한 시선으로 담은 그림책이었는데 사라질 것에 대한 안타까움과 미래의 그리움, 작가의 마음이 고스란히 느껴져서 좋았다.

[나의 사직동]과 마찬가지로 [행복한 우리 가족]에도 비판적인 작가 시선이 담겼다. 

한성옥은 2005년 볼로냐 국제아동도서잔 올해의 일러스트레이터로 선정되었을 뿐만 아니라 다수의 상을 받았다. 

[행복한 우리 가족]의 그림책 구성을 보면, 아이의 그림 일기처럼 보인다. 하단에 아이의 일기가 적혀 있고 그림은 아이의 가족의 봄나들이에 관한 것이다. 정말 즐거운 하루를 보냈다는 아이의 하루가 진짜로는 어떠했는지 그림이 해학적으로 보여준다.

자기 가족의 건강을 위해 유기농 음식을 챙겨먹고 직접 음식을 준비할 정도로 열성을 쏟지만 실제 이 가족은 타인에 대한 배려도 시민의식도 부재한 가족이다. 우리끼리 행복하지만 타인의 행복에는 아무런 관심도 없다. 

이웃의 불편 따위는 관심이 없으니까 엘리베이터도 무작정 잡고 있고, 쓰레기를 제대로 분류하지 않고 버리는 것도 개의치 않는다. 마트에 가서도 뒷 사람이 기다리든지 말든지 아빠와 아이는 미리 줄을 서고 엄마는 뒤늦게 계산할 물건을 헐레벌떡 챙겨 온다. 도로에서는 과속을 하거나 끼어들기를 서슴지 않고 운전 중 핸드폰 통화도 신경쓰지 않는다. 미술관에서도 관람선을 지키지도 않고 전시물을 만지거나 소리지르며 뛰어다니는 아이들을 챙기지도 않는다. 음식물 반입을 하지 말라는 안내도 당연하게 무시한다. 극장 안에서는 공연에 집중하지 않고 떠든다. 

아파트 장애인 주차를 하도록 표시된 공간을 무시하고 주차한다.

사소할 수도 있는 이런 행동들은 주위에서 흔히 볼 수 있어 놀랍지도 않다. 

하지만 이 모든 행동들이 바로 타인에 대한 배려가 없는 이기적인 행동이라는 것을 작가는 우리로 하여금 돌아보도록 한다. 

그래서 이 그림책은 아이들이 보기보다 어른들을 위한 그림책으로 생각된다. 

타인과의 공존의 문제, 시민의식에 대해 생각하고, 정말로 행복한 가족은 어떤 가족이어야 할지 고민하도록 만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