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류 전체보기 371

무레 요코 [나이듦과 수납] 물건을 버리고 정리하는 어려움

도서관의 좋은 점은 도서관을 거닐다가 눈에 띠는 책을 꺼낼 수 읽을 수 있다는 점이다. 이번에 내가 발견한 책은 무레 요코의 [나이듦과 수납].내 경우, 계속해서 물건을 버리고 정리하는 과정을 밟고 있는데 쉽지 않다는 생각을 늘 한다. 그래서 이 저자의 경험이 궁금했다. 이 책은 일본에서 2017년에 출간되었고 우리나라에서는 문학동네에서 2020년에 번역출간했다. 벌써 제법 오래된 책이네. '무레 요코'라는 이름이 낯설지 않다는 생각했는데, 그러고 보니 내가 [빵과 수프, 고양이와 함께 하기 좋은 날]을 읽은 적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이 작가가 바로 영화 [카코메 식당]의 원저자이다. 이 작가의 책이 우리나라에 상당히 많이 번역되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래서 다른 책도 올여름 더위를 식힐 겸..

[멸망지구학클럽] 죽기 전에 무얼 할까?

도서관 서가를 둘러보다 손에 든 청소년 판타지 소설 [멸망지구학클럽].  'D-110, 죽기 전에 할 일 찾기'라는 부제 때문에 빌려왔다. 마치 버킷 리스트를 떠올리게 하는 부제다. 어쨌거나 죽음을 직면한 청소년들의 이야기가 재미나게 그려졌다. 이 책은 일본에서 2021년에 출간되었고 우리나라에서는 토토북에서 2023년 가을에 번역출간했다. 이 책을 쓴 작가는 무카이 소고. 아직 이 사람의 소설을 읽어본 적이 없다. 이 책의 주인공은 네 명의 청소년이다. 고마쓰 다마카, 덴도 아오, 쓰쓰미 세쓰나, 안자이 마사요시. 이들은 멸망 지구학 클럽 동호회 회원이다. 지구와 델타가 부딪혀서 지구가 멸망하기까지 110일이 남았기에 그때까지 뭔가를 찾아서 하려고 하는 멸망 지구학 클럽 회원들. 무엇보다도 다마카는 멋..

늙음과 죽음 2024.07.08

박주연 [누가 나만큼 여자를 사랑하겠어]

'여자를 사랑한 여자의 여자 이야기'라고 표지에 소개되어 있는 것처럼 이 책은 그 말 그대로의 책이다. 이 책을 통해서 퀴어, 여성주의적 시선 뿐만 아니라 미디어에 대한 비판적 시선을 얻을 수 있다. 이 책의 저자는 자신의 정체성을 퀴어-페미-덕후라고 소개하고 있다. 퀴어이면서 페미니스트이기도 어렵지만 페미니스트이면서 덕후이기도 쉽지 않을 것 같다. 그래서 '꽤 마이너한 정체성'이라고 표현했나 보다. 여성주의 저널 일다의 기자로 활동하는 박주연 기자의 글을 책으로 만나니 반갑기도 했다. 역시 글을 잘 써서인지 관점이 좋아서인지 소재가 흥미로워서인지 책이 술술 잘 읽힌다. 저자가 소개하는 영화나 드라마, 본 것이 그리 많지 않네...그래서 넷플릭스에서 보여주는 것은 좀 찾아보기로 했다. 저자는 책 말미에 ..

소수자감성 2024.07.05

[도시독법] '나만의 도시사'를 권유하는 책

평소 도시에 관한 책에 관심이 많아서 도서관에서 우연히 만난 이 책을 집어들고 읽다가 흥미로와서 집까지 대출해서 가져왔다.   저자인 로버트 파우저는 여러 언어에 능통하고 여러 나라의 도시에서 일상을 꾸렸다. 작가 정도는 아니지만 여러 언어에 관심이 많아 지금도 언어 공부에 열중하고 있으며, 낯선 땅에서의  짧은 여행보다는 긴 일상을 꾸리는 것을 좋아하는  내게 이 작가는 어느 정도 공통점이 있어서인지 그가 바라보는 도시에 대한 생각이 궁금했다.  내가 이 책에서 특히 궁금했던 것은 교토에 대한 그의 생각이었다. 많은 사람들이 일본의 전통적이며 미학적인 이미지의 도시로서 쿄토에 대한 환상을 품고 있는데 작가는 그곳에서 일상을 꾸림으로써 그 도시의 어두운 점도 잘 파악해 보여준다. 도시공동화, 노령인구의 ..

[매일을 쌓는 마음] 자신의 마음을 섬세하게 들여다보고 정성껏 글로 묶은 책

[매일을 쌓는 마음]은 작가가 글에 대한 애정이 얼마나 대단한가를 느낄 수 있는 책이다. 작가는 한 문장 한 문장을 꼼꼼하게 썼다. 그 정성이 대단해서 이 얇은 책을 후루루 읽을 수 없게 만든다. 그래서 난 이 책을 천천히 자기 전 보름 동안 읽었다. 그렇지 않으면 글에 담긴 정성에 체하게 될 것만 같았다.   어릴 때부터 열심히 일기를 적어왔고 성인이 되어서는 문장으로 일기를 쓰지 않고 메모로 일기를 대신하고 있지만 그래도 지금껏 매일을 체크하는 일상을 계속하고 있는 나는 이 작가가 일기를 적는 마음을 조금은 이해할 것 같다. 하지만 내 일상을 되돌아보기 위해 적는 나와 달리 작가에게 있어서 일기는 자신을 들여다 보는 것임과 동시에 글 작업이다. 일기는 매일의 글쓰기이고 결국 그 글쓰기가 이 책을 낳았..

[자기만의 방으로] 10인의 여성이 들려주는 다채로운 '자기만의 방' 이야기

[자기만의 방으로]라는 책 제목을 보는 순간 버지니아 울프의 '자기만의 방'이 떠올랐다. 글을 쓰거나 그림을 그리거나 옷을 만들거나 하는 여성 10인에게 '자기만의 방'이란 무엇인지를 엿볼 수 있다. '자기만의 방'이란 자기만의 방일 수도 있지만 책상일 수도 있고 집일수도 있고 집과 별개인 작업실일 수도 있고 일터인 책방일 수도 있다. 그리고 그 방은 닫힌 공간이기도 하지만 열린 공간이기도 하다. 자신의 내면을 들여다 보는 곳이기도 하지만 타인과 관계맺는 곳이기도 하다.  안희연의 [우리 내면의 무언가가 말할 때]-나의 우주, 나의 책상 위는 언제나 더럽다. 책상을 괜히 우주에 비유하는 것이 아니다. 우주의 본질이 카오스라면 나의 책상 위는 노트북과 마우스가 놓인 딱 어깨너비만큼의 공간을 제외하고는 책에..

기타 2024.05.14

코넬 울리치 [환상의 여인] 오렌지색 모자를 쓴 여인을 찾아라

존 딕슨 카의 미스터리 소설들을 읽다가 어느새 코넬 울리치의 미스터리 소설로 옮겨갔다. 코넬 울리치 스타일가 40년대 출간한 미스터리 소설은 이전의 탐정중심의 미스터리물과 확연한 차이를 보인다고 앞서 포스팅한 바 있다. 1940년에 출간한 [검은 옷의 신부] 뿐만 아니라 이번에 읽은 1942년에 출간한 [환상의 여인]도 탐정이 살인방법을 파헤치는 식의 미스터리물은 아니다. [검은 옷의 신부]는 살인범이 주인공이면서 시작부터 살인범이 살인을 하는 과정을 독자들이 따라가도록 만들면서 긴장감을 유발하낟. [환상의 여인]은 [검은 옷의 신부]와는 다르지만 계속해서 살인사건이 벌어지면서 긴장감을 고조시킨다. 내가 읽은 [환상의 여인(Phantom lady)]는 작가명을 코넬 울리치(Cornell George Ho..

소설 2024.05.14

코넬 울리치[검은 옷을 입은 신부] 젊고 아름다운 여성 살인범이 주인공인 미스터리

코넬 울리치(Cornell George Hopley-Woolrich, 1903-1968)는 미국 작가이다. 윌리엄 아이리시, 조지 호플리라는 필명을 사용했다. 그가 40년대 출간한 미스터리 소설들이 높은 평가를 받고 있는데, 1940년에 출간한 [검은 옷의 신부(The Bride wore black) 역시 그 중 한 권이다. 내가 읽은 책은 2010년에 페이퍼하우스에서 번역출간한 것이다. 코넬 울리치의 개인사는 평범하지 않다. 아주 어린 시절 부모가 이혼해 어린 시절 아버지와 함께 멕시코에서 살다가 십대부터 어머니와 함께 뉴욕에서 살았다. 대학에 입학했지만 소설이 성공하자 학교를 그만둔다. 20대 말 한 결혼은 3개월만에 파경에 이른다. 그는 부인에게 복수하기 위해 자신의 동성애 경험을 담은 일기장을 남..

소설 2024.04.24

존 딕슨 카[모자수집광사건] 모자수집광 사건이 살인사건이 되는 과정

밀실 미스터리의 대가인 존 딕슨 카의 소설에 빠져서 그의 책을 빠져서 계속 읽게 되었다. [세 개의 관]을 시작으로 [화형법정], [마녀의 은신처] [밤에 걷다] [구부러진 경첩] [유다의 창] [벨벳의 악마] 그리고 [연속 살인사건]까지. 총 8권을 읽고 나니 더는 존 딕슨 카의 미스터리를 읽지 않아도 되겠다 싶을 정도로 그의 미스터리를 충분히 읽었다 싶었다. 그런데 도서관에서 [모자수집광사건]이라는 책을 발견하고는 습관적으로 빌려오게 되었다. [모자수집광사건]은 존 딕슨 카의 대표적 소설 중 하나인데, 1933년에 출간되었다. 내가 읽은 책은 2012년에 동서문화사에서 번역출간한 것이다. 이번 미스터리는 밀실 미스터리는 아니지만 그의 으스스하고 음울한 독특한 분위기는 살아 있다. 영국 런던탑이 소설의..

소설 2024.04.24

존 닥슨 카 [연속살인사건], 그리고 코넬 울리치 [죽음의 무도]

이제 존 딕슨 카(John Dickson Carr, 1906-1977)의 미스터리 8권째 읽기. 이 책은 동서문화사에서 1977년에 처음 번역출간했고, 내가 읽은 책은 2003년에 중판으로 출간한 것이다. [연속살인사건(The case of the constant suicides, 1941)] 역시 밀실 미스터리로, 이 책에서는 두 가지 밀실이 등장한다. 스코틀랜드 샤이러성 탑 맨꼭대기방과 오두막. 성탑 꼭대기방에서 자던 성주의 사체가 창 밖 땅바닥에서 발견되고, 밀폐된 오두막 안에서 발견된, 성주 살해의 용의자의 목맨 채 죽은 사체가 발견된다는 전자는 살인사건으로 후자는 자살로 보이는데, 진실은 무엇일까? 두 경우 모두 실내 안으로 범인이 침입할 수가 없는 상황. 범죄라면 불가능범죄. 일단 오컬트적 분..

소설 2024.03.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