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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처럼-요아소비 소설집], 소설과 음악의 만남

최근에 미야베 미유키 소설 번역된 것이 없나?하고 살펴보다가 발견한 [처음처럼].  이 소설책의 특이한 점은 요아소비 소설집이라는 것이다. 요아소비는 2019년에 창단한 일본 음악프로젝트 유닛으로 Ayase와 Ikura 2인조 그룹이다. 전자는 작사, 작곡, 프로듀싱을 후자는 보컬을 담당하고 있다. 이들은 소설을 음악으로 만드는 그룹임을 표방했다고. 요아소비는 '밤놀이'를 뜻한다.   이 책은 미야베 미유키가 참여한 단편소설 묶음집으로 미야베 미유키 이외에 다른 세 작가, 시마모토 리오, 츠지무라 미즈키, 모리 에토의 단편소설도 실려 있다. 이 네 작가 모두 나오키상을 수상한 경험이 있는 작가들이다. 나오키(산주고)상은 1935년에 창설된 대중문학상으로 대중문학신인에게 주어지는 상이라고 한다.  네 사람..

상상력 2025.04.10

미즈카미 쓰토무 [흙을 먹는 나날] 잘 먹는 것의 지혜

12월 동안의 계절 음식을 쓴 글들인데, 계절이 주는 재료가 주인공이다. 1월은 토란, 2월 된장, 3월 고야두부, 4월 미나리, 5월 죽순, 6월 매실, 7월 양하, 8월 대두, 9월 송이, 10월 스구리 열매, 11월 밤, 12월 저장식품.  1월-정진 요리란 '흙을 먹는 것'. 제철 재료를 먹는다는 것은 곧 그 계절의 흙을 먹는 것.  2월-옛스님보다 더 뛰어난 요리를 만든다는 점에서 정진 요리.  4월-도겐 선사 [전좌교훈]: 하루에 세번 또는 두 번은 어쩔 수 없이 먹어야만 하는 성가신 우리의 행사, 즉 먹는다는 것과 음식을 장만하는 시간은 사실 그 사람의 모든 삶이 걸려 있는 크나큰 일이라고 말하는 듯하다.  5월-인간은 신기한 동물이어서 입에 넣는 죽순의 맛 외에도 뜻하지 않게 지난날을 담은..

[고양이섬의 기적] '다시로지마'가 고양이 덕분에 동일본 대지진을 극복한 이야기

도서관 서가를 기웃거리다 보면 생각지도 못했던 책을 발견하는 기쁨이 있다. 이번에 발견한 '고양이섬의 기적'이 바로 그렇다. 이 책은 2011년 동일본대지진에 큰 피해를 입은 다시로지마라는 작은 섬이 '냥이 프로젝트'를 통해서 재난상황을 극복한 일을 담은 것이다. 일본에서 2012년에 출간되었고 우리나라에서는 2013년 문학동네에서 번역출간했다.  논픽션 작가인 이시마루 가즈미는 고양이를 각별히 사랑하는 사람이기에 고양이섬 다시로지마의 이야기는  꼭 쓰고 싶은 소재였을 것 같다. 다시로지마는 소수의 사람들이 굴양식, 어업을 하면서 살아가는 섬으로 예로부터 고양이와 공존했던 곳이라고 한다. 고양이는 예로부터 다시로지마 섬에서 풍어의 상징으로 소중히 여겨온 동물이었고, 섬 내에는 고양이를 모시는 신사까지 마..

기타 2024.09.24

[오늘은 고양이처럼 살아봅시다] 고양이와 함께 하며 얻은 삶의 지혜

이 책은 책 표지 속 그림에 반해서, 또 고양이에게 배우는 행복의 기술이 궁금해서 빌렸다. [오늘은 고양이처럼 살아봅시다]는 이시쿠로 유키코가 쓰고, 미로코 마치코가 그렸다. 2017년에 출간된 책인데, 우리나라에서는 조선앤북에서 2018년에 번역출간되었다. 글작가의 이력을 살펴보니까, 이시쿠로 유키코는 자신이 키우는 개와 고양이를 소재로 여러 권의 책을 쓴 사람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이번 책에서도 자신이 키우는 고양이 코우하이의 이야기가 많이 나온다. 그런데 코우하이는 후배라는 뜻이고 시바견의 이름 센빠이는 선배라는 뜻이다.  동물의 이름은 두 동물간의 관계를 통해 지은 것은 처음 보았다. 마치 이 고양이과 개는 서로가 없으면 안돼, 하는 듯. 그림작가 미로코 마치코 역시 고양이와 관련한 책이 여..

사노 요코 [열심히 하지 않습니다] 거침없이 자신을 솔직히 드러낸 글

무레 요코에 이어 사노 요코의 책도 읽기 시작했는데, 사노 요코의 문학성은 거침 없는 솔직함에서 나오는 것 같다. 자신도 부모도 그 누구도 포장하지 않는 글. 그래서 흥미롭지만 때로는 읽기 힘들기도 하다. [열심히 하지 않습니다]는 1985년에 출간되었으니까 벌써 40여년 전 책이다. 그럼에도 오늘날 읽어도 그 글이 너무 세련되었다. 당시 사노 요코는 40대 중반. 사노 요코는 그림책으로 알게 된 작가이다. 그녀의 그림책은 여러 권 소장하고 있을 정도로 그림과 이야기에 매료되었다. 그런데 그의 에세이집도 그 어떤 에세이집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매력적이다. 도서관에서 함께 빌려온 무라카미 하루키의 에세이집은 한 편 읽고 던졌다. 무라카미 하루키의 명성에 기대서 글을 출간해준다는 인상을 받았다. 하지만 ..

기타 2024.09.12

[여전히 나는] 사랑하는 이를 죽음으로 잃고 그리워하는 사람을 위한 책

오후의 소묘에서 올 9월에 펴낸 이 그림책은 [여전히 나는]. 다비드 칼리가 쓰고 모니카 바렌고가 그렸다. 그림이 익숙하다 했더니 오후의 소묘에서 앞서 번역출간한 [구름의 나날] [사랑의 모양] [마녀의 매듭]을 그린 작가도 같았다. 개인적으로는 [마녀의 매듭]을 좋아한다.  누구나 사랑하는 사람을 죽음으로 잃는 경험을 한다. 그 상실감은 너무 커서 한동안 일상을 뒤흔들어 놓는다. 이 그림책 속 화자는 나이든 남성으로 앞서간 자신의 배우자를 그리워하며 추억한다. 아이스크림, 에스프레소 커피, 바다와 들판, 그리고 카페가 등장하는 그림이 이탈리아를 느끼게 해준다. 그림은 전체적으로 갈색톤이다. 가을 낙엽을 떠올리게 하는 색감이다.   이 책을 보면서 앞서 떠나간 사람들, 동물들을 잠시 떠올렸다. 시간이 흐..

늙음과 죽음 2024.09.08

무레 요코[구깃구깃 육체백과] 몸에 관한 솔직하고 유머러스한 이야기

무레 요코 읽기 12권째. 이번에는 작가가 몸에 대해서 쓴 글들을 담은 [구깃구깃 육체백과].나이가 들면서 변화하는 몸에 대한 경험과 그 변화를 받아들이는 태도를 솔직하고 유머 있게 썼다. 읽는 내내 웃지 않을 수 없었다. 이 책은 무레 요코가 50대 후반에서 60대초반까지 쓴 글을 모은 것으로 보인다. 일본에는 2015년에 출간되었고, 우리나라에서 국일미디어에서 2016년에 번역출간했다. 무레 요코가 1954년생이라서 그런 것이지, 아니면 일본의 사회문화가 그래서인지, 아무튼 남성과 여성의 구별에 대한 고정관념이 심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여성은 어때, 남성은 어때, 하는 식의 생각이 이야기 전반에 흐르고 있어 읽는 동안 불편했다.  그 점만 제외하면 무레 요코의 글은 충분히 읽기에 재미있다. 우리나라에..

늙음과 죽음 2024.09.06

무레 요코 [이걸로 살아요] 소유한 물건에 대한 이야기

무레 요코 책읽기 11권째. 이번에는 [이걸로 살아요]. 이 책은 독특한 데 무레 요코가 자신이 사용하는 물건에 대한 이야기를 풀어놓은 것이다. 생각보다 재미있었다. 일본에서 2021년에 출간되었고 우리나라에서는 2022년 더블북에서 번역출간했다.  무레 요코는 60대에도 계속해서 책을 쓰고 있었다. 대단하다. 지금도 쓰고 있을까? 위키피디아를 찾아보니 2024년에도 출간된 책이 있었다. 우리나라에서 연꽃빌라 시리즈를 두 권 번역출간하고 더는 출간하지 않고 있지만 일본에는 9권까지 출간되었다. 나머지 책도 번역해주었으면 좋겠지만... 베개와 관련한 부분에서 매트와 수건을 이용해서 베개를 만드는 것에 흥미가 생겼다. 한 번 시도해 볼 생각이다. 시중에 파는 배게는 높이가 잘 맞지 않는 것 같아서다.  그리..

무레 요코 [그까짓 고양이, 그래도 고양이] 주변 고양이를 향한 따뜻한 마음

무레 요코(1954-) 책 읽기 10번째. 이번에는 [까짓것 고양이, 그래도 고양이], 고양이에 관한 책이다.이 책은 2019년에 출간되었고, 우리나라에서는 문학사상에서 2022년에 번역출간했다. 평소 고양이를 좋아해서 이 책을 발견한 순간, 꼭 읽고 싶었다.  현재 무레 요코의 나이는 70세. 이 책은 60대 중반에 출간된 것이다. 60대에서도 여전히 글을 쓰고 있는 작가, 대단하다.  무레 요코는 부모나 자신이 키우는 고양이, 주변 사람들이 키우는 고양이, 길에서 만난 고양이에 관한 이야기들을 썼다. 고양이에 관한 연구서는 아니지만 고양이를 좋아하는 작가가 써내려간 글은 읽는 독자로서 즐거움을 안겨준다. 고양이의 행동에 대해서 사람인양 감정이입해서 적어둔 글인 만큼 실제로 고양이가 그런 마음이었는지 ..

기타 2024.09.04

사노 요코[죽는 게 뭐라고] 죽음에 직면한 작가의 글

그동안 무레 요코의 책들을 읽다가 사노 요코의 책이 뭐가 있나? 검색해 보다가 사노 요코의 책도 한 번 읽어 보자 싶었다. 그러고 보니 사노 요코(1938-2010)의 [사는 게 뭐라고]를 읽은 지가 제법 되었다. 이번에 도서관에서 [죽는 게 뭐라고]를 발견했다. 이 책은 일본에서 2013년에 출간되었고 우리나라에서는 마음산책에서 2015년에 번역출간되었다.사노 요코가 사망한 이후에 출간된 책이었다.  사진을 보니 사노 요코의 인상이 좋네. 사노 요코의 그림책을 좋아했는데, 어쩌면 그녀의 에세이도 즐겁게 읽을 수 있을 것도 같다. 죽음을 선고 받은 상태에서 써내려간 글도 힘이 빠지지 않아서 놀랐다. 정말로 죽음을 담담하게 받아들였던 모양이다. [사는 게 뭐라고]에서 사노 요코는 일흔에 죽는 게 꿈이라고 ..

늙음과 죽음 2024.08.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