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책 114

노성빈 그림작가 [종이에 싼 당나귀] 효도가 안겨준 복

오늘 도서관에 헌책을 가져다 두고 가져온 그림책 [종이에 싼 당나귀]. 일단 제목이 이해가 되질 않았다. 뭐지? 그림이 한국적이고 유머가 넘쳐서 선뜻 집어들었다. 그림 작가는 노성빈. 이 작가의 또 다른 그림책도 보고 싶다. 아무튼 이 그림책은 삼성출판사의 '삼성전래동화' 시리즈 중 하나인 모양이다. [종이에 싼 당나귀]로 책 검색을 해보니까, 이 책이 나오지 않고 다른 그림책이 나온다. 시리즈물이라서 그런가? 이 그림이 더 멋진데 시리즈 전권을 구입하지 않으면 이 그림을 즐길 수 없다니 좀 안타깝다. 이 그림책의 이야기는 전래동화다. 바보 아들이 어머니 말을 잘 듣는 효심이 지극하여 복을 받는다는 이야기다. 어머니 말을 곧이곧대로 지키는 바보 아들의 행동거지는 너무 답답하다. 상황에 따른 융통성이라곤 ..

그림책 2022.07.14

[완두콩 다섯 알] 희망이 된 완두콩

씽크 하우스에서 아아들이 읽기 쉽도록 다시 쓴 안데르센 동화 중 한 편인 '완두콩 다섯 알' 그림책. 안데르센 동화는 내 어린 시절을 함께 해 준 동화라서 각별한 애정이 있다. 그래서 어제 교환도서코너에서 이 책이 있었을 때 한 번 살펴보고 싶었다. 무엇보다 수채화 그림이 보기 좋았기 때문. 색감도 좋고, 수채화의 흐르는 느낌이 그대로 느껴졌다. 이 이야기는 완두콩이 병든 아이가 회복할 수 있도록 곁을 지켜주는 희망의 이야기다. 완두콩이 자라나는 모습을 보면 아이는 병이 나을 수 있겠다는 희망을 품게 되고 병이 낫는 기적이 일어난다. 이 이야기는 안데르센 동화 가운데 아주 유명한 동화는 아니다. 어릴 때 안데르센 동화집을 읽었을 때 완두콩과 관련한 이야기를 읽었던 것도 같다. 기억이 어렴풋하다. 정확히 ..

그림책 2022.07.08

[우리는 길고양이 가족] 두려움에 맞서는 용기에 관한 이야기

오늘 도서관에 갔다가 교환도서로 책 3권을 가져다두고 그림책 2권을 집어왔다. 그 중 한 권이 바로 [우리는 길고양이 가족]이다. 제목에 '길고양이'라는 단어가 들어 있어서 한 번 보고 싶었다. 글은 카트린 메스메예르가 쓰고, 그림은 그레구아 마비르가 그렸다. 번역은 서보현이 했다. 한 눈에 보기에 그림체는 만화적이고 좀 단순해보인다. 내가 선호하는 그림체는 아니다. 이야기는 도시에서 살아가는 길고양이 무리를 다루고 있다. 여섯마리의 커다란 길고양이와 작은 새끼 길고양이. 먹을 것을 찾아 쓰레기통에 들어간 여섯 고양이를 꾀를 써서 구해내는 새끼 고양이의 용감한 이야기. 작고 연약해 보이는 존재인 새끼 고양이가 자신보다 더 나이도 많고 힘도 세고 경험도 많은 큰 고양이들을 위기에서 구해내는 이야기는 고양이..

그림책 2022.07.07

[버섯소녀] 장마철에 읽기 좋은 그림책(사라진 것에 대한 그리움)

어른들을 위한 그림책을 꾸준히 출간하고 있는 출판사 [오후의 소묘]는 얼마 전 [버섯소녀]라는 독특한 그림책을 선보였다. 6월 25일부터 7월 25일까지가 대체로 장마의 시기라는 것을 생각한다면, 6월 21에 이 그림책을 꺼내놓은 것은 영리한 생각으로 보인다. 이 그림책은 장마철 풍경에 대한 감성이 담긴 책이기 때문이다. 작가는 장마철 비가 내린 다음 날 아침 잠깐 햇살이 비칠 때 나가 하얀 버섯을 만났는데, 얼마 후 그 버섯이 사라진 것을 보고 이 그림책을 작업했다고 하지요. 우리동네 공원에서 장마철에 흔히 보이는 하얀 버섯이 떠올랐다. 잠깐 동안 있다가 사라지는 버섯. 버섯의 삶은 정말 짧다. 사라진 버섯을 보고 우리 곁에 잠시 머물렀다 떠나가는 것에 대한 그리움, 사라진 것이 어딘가에 있어 주었으면..

그림책 2022.07.05

옐라 마리 [나무] 계절의 변화를 담은, 글 없는 그림책

개인적으로 옐라 마리의 그림을 좋아한다. 옐라 마리는 이탈리아의 그림책 작가다. 디자이너이기도 하단다. 그래서인지 그림이 깔끔하고 단정하다. 오래 전 옐라 마리의 [빨간 풍선의 모험]을 본 적이 있는데, 그 그림책도 글 없는 그림만 있는 그림책이었다. 충분히 그림만으로도 메시지를 전달하기에 불편함이 없고 무엇보다 그림이 너무 멋지다. 이번에 내가 본 것은 [나무(L'albero)]. 역시나 글이 없고 그림만 있다. 그림은 겨울에서 봄, 가을을 거치면서 겨울에 다시 이르는 계절의 변화를 담고 있다. 계절의 변화는 나무, 다람쥐, 새를 통해서 표현했다. 디테일이 살아 있는 깔끔한 그림에서 마음의 평화를 얻을 수 있다. 마음에 드는 그림책이다.

그림책 2022.06.18

[사랑의 모양] 떠나간 사랑도 사랑

다비드 칼리가 글을 쓰고 모니카 바렌고가 그림을 그린 [사랑의 모양]. 어른들을 위한 그림책을 펴내는 오후의 소묘의 또 하나의 아름다운 그림책이다. 내츄럴한 컬러의 색상이 글을 읽는 사람들에게 편안하고 따뜻한 느낌을 준다. '사랑의 모양'이라는 제목에 좀 갸우뚱했다. 원제를 살펴보니까, '사랑 이야기 하나'다. 그런데 왜 출판사에서는 사랑의 모양이라는 제목을 선택한 걸까? '어떤 사랑이야기'로 제목을 달기에는 너무 평범하다고 생각했던 것일까? 아무튼 어떤 여자에게 어느날 꽃 한송이가 찾아오고 여자는 그 꽃을 정성껏 돌보면서 기쁨을 맛본다. 어느날 그 꽃이 사라져버리고 사라진 꽃을 그리워하며 우울한 나날들을 보내는 여자. 하지만 그 꽃은 다시 돌아오지 않는다. 겨울이 지난 봄이 왔을 때는 이웃 정원에 꽃이..

그림책 2022.05.28

[구름의 나날] 힘든 삶에게 위로를 전하는 그림책

어른들을 위한 그림책을 지속적으로 펴내고 있는 출판사 [오후의 소묘]에서 이번에 펴낸 그림책은 알리스 브리에르아케가 글을 쓰고 모니카 바렌고가 그림을 그린 아름다운 책 [구름의 나날]이다. 우리 삶이 구름 속에, 비 속에 머물러 있는 듯 어렵고 힘들어 마음이 우울해지고 기운이 빠지는 나날들이 있지만 그 날들도 비가 개이듯 지나가기 마련이라는 이야기를 전한다. 그림의 색상이 마치 오래된 사진이나 그림을 보는 듯 따뜻하다. 그림의 소재도 고양이, 바이올린 등이 등장하는데, 마치 그림 속에서 음악이 흐르는 듯하다. 고양이는 곁에서 부드럽게 위로를 보내는 것 같다. 누구나 살다보면 힘들 때가 있으니 이 그림책의 메시지는 특별할 것은 없다고 해도 충분히 위로가 된다. 그 위로에는 그림이 큰 역할을 하는 것 같다...

그림책 2022.04.27

이보나 흐미엘레프스카 [두 여자], 엄마와 딸의 관계

[오후의 소묘]에서 펴낸 이번 그림책은 한 마디로 독특하다. 이보나 흐미엘레프스카의 그림 때문인 것 같다. 이 작가의 그림책을 처음 접한 것은 [반이나 차 있을까? 반 밖에 없을까?(논장, 2008)]를 통해서였다. 관점의 상대적 차이에 대한 내용을 담았는데, 글도 그림도 모두 이 폴란드의 대단한 작가 이보나 흐미엘레프스카의 것이었다. 이 그림책은 폴란드 시인 유스티나 바르기엘스카의 짧은 시를 담고 있다. 엄마가 딸에게 건네는 이야기. 자신의 심장을 나눈 딸을 지킬 거라고 말하는 엄마. 세상 모든 관계가 그렇지만, 엄마와 딸의 관계 역시 적당한 거리두기가 있어야 하리라. 그런데 그 적당함은 어느 정도일까? 이보나 흐미엘레프스카의 그림은 개성 있고 멋지지만, 약간 무서운 느낌이랄까... 하지만 계속 보게 ..

그림책 2022.01.13

[새의 심장] 삶, 사랑, 시를 담은 이야기

이번에 오후의 소묘에서 펴낸 그림책은 [새의 심장(2021)]. 마르 베네가스가 쓰고 하셀 카이아노가 그렸다. 채도가 낮은 붉은 색과 푸른 색, 그리고 회색이 넘실거리는 그림들이 첫 눈에 호감을 준다. 이 그림책의 이야기는 줄거리가 중요하지 않다. 어떤 소녀와 어떤 소년, 나나와 마르탱의 사랑이야기이기도 하고 나나의 인생 이야기이기도 하고, 시와 시인의 이야기이기도 하고... 이야기를 따라가면서 꿈을 꾸고 시를 떠올리는 시간을 갖는 것으로 충분하다. "폭풍이 고함치는 소리나 떨어진 낙엽 같은 것 그런 것들을 시라고 부른대." 누구나 시를 쓰고 누구나 시인이 될 수 있고 누구나 사랑을 하는 동안에는 시인일 수 있겠다는 생각을 안겨준다. 날개를 가진 존재인 새는 우리의 심장이고 마음이라는 것. 시인의 마음이..

그림책 2021.09.06

사노 요코 [나는 고양이라고!] 고등어를 '심하게' 좋아하는 고양이의 악몽

사노 요코의 그림책 가운데 [나는 고양이라고(시공주니어, 2004)]는 내가 좋아해서 서가에 꽂아두고 흐뭇해하는 그림책이다. 이 그림책은 일본에서는 1993년에 출간되었다. 고등어를 무지하게 좋아하는 고양이가 고등어들의 습격을 받게 되는데... 이 대목은 고양이의 악몽. 고등어를 너무너무 좋아하는 고양이가 고등어 악몽에 시달리면서도 고등어를 포기하지 못한다는 이야기가 웃기다. 아마도 고등어를 너무 먹어서 나름 고등어에 대한 죄책감. 미안함 같은 것이 이 고양이의 무의식 속에 있었던 것은 아니었을까? 이야기는 교훈적이지도 장황하지도 않고 아주 단순하다. 다만 그림이 이 이야기에 살을 붙어주었다고 할까? 고양이도 좋아하고 고등어도 좋아하는 사람으로써 이 그림책이 마음에 들었다. 그래서 굳이 사서 아직도 가끔..

그림책 2021.08.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