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31

미야베 미유키 [솔로몬의 위증] 2 결의, 진실에 다가가기 위한 교내재판 준비

미야베 미유키의 학원 미스터리랄 수 있는 [솔로몬의 위증]은 1권 사건, 2권 결의, 3권 법정으로 총 세 권으로 문학동네에서 2013년 번역 출간했다. 1권에 대해서 앞서 포스팅을 했고, 이제 2권을 다뤄보려 한다. 잠깐 1권의 내용을 살펴보면, 조토 제3중학교 2학년생인 가시와기 다큐야가 1990년 크리스마스날 아침 눈덮힌 학교교정에서 시신으로 발견되면서 도대체 자살이냐, 타살이냐로 학교와 경찰에서 조사를 벌이고 자살로 결론짓는다. 그 과정에서 오이데 3인조가 가시와기 다큐야를 살해했다는 거짓고발장이 등장하고 HBS 에서 어쩌면 가시와기 다큐야가 살해된 진실이 은폐되고 있는지도 모른다는 의심을 불러 일으킨다. 하지만 일련의 우여곡절에도 불구하고 경찰과 학교에서는 가시와기 다큐야는 자살이라는 결론을 내..

소설 2022.08.08

미야베 미유키 [솔로몬의 위증] 1권 사건, 소년의 죽음은 자살인가 타살인가?

날씨가 더운 날에는 무조건 재미있는 책을 보는 것이 낫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도서관에서 빌려온 책이 미야베 미유키의 [솔로몬의 위증]3권. 한 권 당 약700페이지 정도되니까 집까지 들고 오는 데 끙끙댔다. 차라리 한 권씩 빌려오면 나았을 것을... [솔로몬의 위증]은 일본에서 2012년에 출간되었고, 우리나라에서는 문학동네에서 2013년에 출간되었으니까 벌써 10여년 전 책이다. 한동안 얼마나 많은 사람들의 손을 거쳐갔는지 표지가 꼬질꼬질하고 낡은 책 냄새가 진동했다. 지금은 거의 빌려보는 사람이 없는 듯하다. 미야베 미유키의 소설 가운데 지금까지 우리나라에 출간된 소설은 [솔로몬의 위증]을 제외하고 모두 읽었는데, [솔로몬의 위증] 읽기를 지금껏 미룬 이유는 바로 [솔로몬의 위증]이 우리나라 JTBC..

소설 2022.07.31

잭 케루악 [길위에서] 잭 케루악의 미국횡단여행 경험을 다룬 논픽션소설

비트 세대에 대해 알게 된 것은 벌써 오래 전 프랑스에 머물 때였지만 비트 세대의 작품들을 직접 읽어본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존 크로키다스 감독의 영화 [킬 유어 달링(2013)] 을 보고 나니까, 비트 세대의 작품을 꼭 읽어보고 싶어졌다. 그래서 내가 선택한 것은 잭 케루악의 논픽션 소설 [On the road(1957)]. 우리나라에서는 민음사에서 '길 위에서'라는 제목으로 두 권의 책으로 번역출간되었다. 1권에는 1,2부가, 2권에는 3,4,5부와 더불어 해제들이 실려 있다. 대개 해제는 잘 읽지 않는데, 비트 제너레이션에 대해서 잘 알지 못하기도 하고, 따라서 잭 케루악의 문학세계에 대해서도 잘 알지 못해서 해제도 읽어보았다. 해제를 읽는 것이 이 책 뿐만 아니라 잭케루악의 문학세계를 이해하는 ..

소설 2022.07.17

[오래된 우물] 일본의 미스터리 작가 9인이 '50'을 소재로 쓴 소설

[오래된 우물]은 2009년 일본 추리소설의 명가인 '카파 노블스'의 창립 50주년을 기념해서 출간한 책인데, 모두 아홉 명의 저명한 미스터리 작가들의 재미난 글을 발견할 수 있다. 창립 50주년의 기념책에 걸맞게 '50'이란 숫자를 포함한 소설들이 담겼는데, 내가 이 책을 읽기로 한 이유는 미야베 미유키의 글이 실려 있었기 때문이었다. 미야베 미유키 이외에는 아는 작가는 없지만 일본의 유명한 작가들이라고 하니까 이들의 이력이 궁금했다. 책에 실린 작가의 이력을 사진으로 찍어두었다. 사실 이 책에 담긴 9편의 소설 가운데 '오래된 우물'이 가장 재미가 없었다. 그런데 타나카 요시이는 일본 SF소설의 대표적인 작가라고 한다. '오래된 우물'은 소설 속 화자인 '나'가 50년 전 이야기를 풀어놓은 것이다. ..

소설 2022.07.12

올리비에 아당 [겨울나기] 겨울처럼 힘든 삶

프랑스 작가 올리비에 아당(Olivier Adam, 1974-)의 [겨울나기(passer l'hiver, 2004)]. 이 작가는 이 단편집으로 공쿠르 단편문학상을 수상했다고. 카뮈를 떠올리게 하는 간결하고 건조한 문체가 특징이라고 한다. 책을 읽어보니 정말로 이 작가의 문체는 건조하고 간결하다. 이 건조하고 간결한 문체는 고통스러운 삶을 드러내는 좋은 표현법이 되는 것 같다. 어느 코미디언의 죽음, 점점 지쳐가다, 한밤의 여자, 새해 첫날, 입을 다물다, 귀가, 라카노, 소리없이, 눈을 맞으며, 총 9편의 단편이 책 한 권을 이루고 있다. 단편 속 인물의 일상은 처절할 정도로 힘들고 비참한 느낌을 준다. 너무 힘들어서 길게 말하기 어려울 수도 있겠다. 그 느낌을 작가의 문체가 말해주는 것 같다. 작품들..

소설 2021.08.12

앙리 보스코 [이아생트]

[반바지 당나귀]를 읽고 반해 버린 이 프랑스 작가 앙리 보스코의 [이아생트]를 이어 읽었다. 이 땅에 번역된 그의 소설이 얼마 없지만 일단 번역된 작품이라도 읽어보자 싶었다. [이아생트]는 [반바지 당나귀]의 연속편 아닌 연속편이라 할 수 있을 것 같다. [반바지 당나귀]와는 또 다른 묘미를 주는 소설인데, 나는 이 소설을 '고독'의 소설이라 이름 붙이고 싶다. 화자가 누군지 알기 어려운 가운데, 지독히 고독한 동네와 공간, 즉 '라 코망드리'라는 저택 속에서 머물고 있는 화자는 성 가브리엘 고원에 있는 외딴 집 '라 주네스트'의 등불을 바라보면서 마지막 영혼을 상상하는 나. 유일한 불빛에의 집착, 애착... "어두워지면 어김없이 켜지는 그 불빛은 거기에 누군가가 깨어있음을 나타내는 것이었다. 나는 그..

소설 2021.08.04

[행복목욕탕] 행복을 만들어가는 사람들

나카노 료타의 [행복목욕탕]. 나카노 료타는 [행복목욕탕] 영화의 감독이자 작가다. 영화 [행복목욕탕]도 책과 다르지 않고 재밌다. 후타바는 목욕탕을 물려받은 가즈히로와 결혼한다. 가즈히로는 뒤늦게 아즈미 이외의 아유코라는 딸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고 집을 나가 야유코를 돌보며 산다. 아유코는 초등학생. 아즈미는 고등학생. 후타바는 암에 걸렸다는 사실을 알게 되고 집 나간 남편 가즈히로를 찾아나서고 아유코까지 거두기로 한다. 그리고 후타바는 가즈히로의 전 부인인 기미에를 찾아서 기미에의 딸 아즈미도 만나게 해준다. 그 과정에서 우연히 타쿠미라는 방황하는 청년을 알게 된다. 또 후타바는 죽기 전에 자신의 어머니를 만나고 싶어서 탐정을 고용한다. 요약하면, 후타바는 어머니 없이 자랐고 어머니가 없어진 아이들..

소설 2021.08.01

앙리 보스코 [반바지 당나귀]

1. 프랑스 철학자 가스통 바슐라르가 마지막 저서인 [촛불의 미학]을 바친 사람이 바로 앙리 보스코다. 앙리 보스코의 책이 궁금해 이유가 바로 그 때문이었다. 도서관을 뒤져보니 [반바지 당나귀] [이아생트] [아이와 강] 단 3권뿐이다. 앙리 보스코가 쓴 책이 무수하건만 이 땅에 번역된 책이 그 세 권이 모두였다. 그래서 난 일단 반바지 당나귀부터 읽어보기로 했다. 2. 책을 읽기 시작해서 얼마되지 않아 난 이 작가에 매료되었다. 프로방스 출신의 이 프랑스 작가는 그곳 자연풍경을 멋지게 묘사했다. 무엇보다도 계절을 곤충을 빌려 계절을 표현한 대목이 정말로 마음에 들었다. "바로 풍뎅이들이 필통 속에서 자연스럽게 태어나는 계절, 누에가 책상 어두컴컴한 곳에서 고치를 치는 계절, 그리고 몽롱하게 가라앉은 교..

소설 2021.07.31

무라카미 하루키 [잠]

책은 생각 이상으로 흥미로왔다. 그토록 사람들이 하루키에게 열광하는 이유는 분명하다. 묘사력이 탁월하다. 이야기를 엮는 재주도 대단하다. 무엇보다 흥미롭다. 나는 대개 장편소설은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 반면, 단편소설이나 중편소설을 선호하는데, 특별히 단편소설을 좋아하는 까닭은 작가가 압축적으로 이야기를 풀어낸다는 점 때문이다. 하루키의 이 바로 그랬다. 17일동안 잠을 자지 않은 상태로 지내는 젊은 주부의 독백. 가위눌리는 장면에 대한 묘사를 읽으면서 내가 전에 눌렸던 가위와 너무나 흡사한 데 반해 나는 내 가위눌린 경험을 그처럼 생생하게 표현하지 못할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계속되는 불면과 톨스토이의 에 대한 집착적 독서, 그리고 금지된 음식 초콜릿에 대한 욕망이 맞물려 돌아가는 대목은 책에서 손을 ..

소설 2021.07.30

위베르 멩가렐리 [마지막 눈] 생존을 위한 처절한 욕망

Hubert Mingarelli의 La Derniere Neige. 김문영이 번역하고 샘터에서 출간한 책. 작가나 책에 대한 아무런 선지식 없이 이 책을 도서관에서 집어든 것은 제목 때문이었는지도 모르겠다. '마지막 눈'. 눈이 그리울 만큼 날씨가 무덥다. [마지막 눈]은 어떤 의미에서 성장소설이라고 할 수도 있겠다. 한 소년의 이야기. 낮에는 노인들을 산책시키면서 푼돈을 벌고 돌아와서는 병들어 죽어가는 아버지 곁에서 이야기를 들려주는 아이. 아무런 희망도 없어 보이는 이 소년의 체바퀴돌던 이어지는 일상에 한 줄기 빛이라면 그가 돌아오는 길에 잠시 들러 보고 가는 새장 속의 솔개. 이 솔개는 소년의 유일한 욕망이라 일상의 탈출구라는 생각이 든다. 소년은 이 솔개를 사기 위해서 돈을 열심히 모은다. 하지만..

소설 2021.07.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