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집은 산문집과 달리 읽기에 더 부담이 없다.
시를 권해주는 친구 덕분에 정희성시인의 [돌아다보면 문득(2008)]을 읽게 되었다.
시인이 1945년 생이니 50대 후반의 시들로 보인다.
이 시집을 읽으면서 든 생각은 ‘주’가 제법 많구나,이다.
시에 주라니.. 재밌다.
1. 시인은 이곳저곳 다니면서 시상이 떠오르는 것을 시로 표현하길 좋아하나 보다.
인도, 북한, 안동, 파리 등 여행의 흔적이 담겨 있다.
1부에 많은 시들이 그렇다.
‘성자’ ‘소년’ ‘하회에서’ ‘고구려에 다녀와서’ ‘서경별곡’‘낯선 나라에서 하룻밤’ ‘늙은 릭샤꾼’‘그가 안경너머로 나를 쏘아보고 있다’ .
2부의 시들, ‘해창리’‘태백산행’ ‘선죽교’ ‘몽유백령도’‘기행’ ‘빠리의 우울’‘언덕위의 집’ ‘임진각에서 얻은 시상’,
3부의 시들, ‘아누비스의 저울’‘에다가와 노래’
모두 낯선 곳에 가서 느끼고 경험한 것을 담았다.
낯설다는 것이 시인에게 시적 영감을 주나 보다.
시인이건 산문작가건 작가들은 느낌을 풍성하게 얻어내기 위해 낯설어질 필요가 있어 여행을 많이 다니나 보다.
2. 생태의식을 비롯한 문제의식을 담은 시들도 있다
‘해창리’, ‘2007년 6월의 마지막 날’ , ‘에다가와 노래’, ‘안부’, ‘누가 어머니의 가슴에 삽질을 들이대는가’, ‘나도 내가 많이 망가졌다는 것을 안다’
무엇보다 새만금 공사가 시인의 마음에 파문을 일으킨 사건이었나 보다.
생태의식, 사회의식이 있는 시인이라니... 마음에 든다.
3. 아는 사람들, 살면서 만난 사람들... 사람들 이야기를 담은 시들도 돋보인다.
1부 ‘소년’ ‘늙은 릭샤꾼’
2부 ‘송월장 주인’, ‘내가 아는 선배는’ ‘맞수’(아버지) ‘양말깁는 어머니’(어머니)‘
3부 ‘시인 박영근’ ‘권정생’ ‘시인본색’(아내)
사진작가나 화가 가운데도 인물을 담는 이가 있듯이, 시도 인물을 담는다.
사람에 대한 관심이 예술가에게 빠질 수 없는 것은 당연해 보인다.
사람을 통해서 요지경같은 삶이 드러나기 때문인 것 같다.
정희성 시인의 시는 한글이 아름답다는 느낌을 준다.
그야말로 시인답다는 생각을 하게 만든다.
노련하게 한글을 다루는 시인의 능력이 대단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