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른들을 위한 그림책 5

[마녀의 매듭] 관계맺기에 관한 사색

어른들을 위한 그림책을 펴내는 [오후의 소묘]에서 지난 11월말에 리사 비기(Lisa Biggi, 1975-)가 쓰고 모니카 바렌고(Monica Barengo)가 그린 [마녀의 매듭]을 번역출간했다. 이 이탈리아 그림책을 대하는 순간, 첫눈에도 내츄럴한 색감이 마음에 와닿는다. 리사 비기는 철학을 공부하고 글쓰는 즐거움을 알게 되어 여러 책을 쓰게 되었다고 한다. 모니카 바렌고는 2021년 볼로냐 국제아동도서전에서 올해의 일러스트레이터로 선정되었다고 한다. 그녀의 그림은 무척 따뜻하고 자연적 색감이 돋보인다. 무엇보다 가을의 분위기가 느껴진다고 할까. 숲 가장자리에 홀로 사는 심술장이 마녀가 어떻게 숲의 동물 친구들과 마음을 나누게 되는지 들려주는 따뜻한 이야기. 누구나 자신을 해고지하는 존재를 좋아할 ..

그림책 2022.12.06

사노요코 [100만 번 산 고양이] 수없는 환생 끝에 찾은 진정한 사랑

사노 요코(1938-2010)는 어린이 그림책 일본 작가다. 이 작가의 그림을 개인적으로 무척 좋아한다. 지금껏 그녀의 마지막 에세이 [사는 게 뭐라고]를 비롯해 [두고보자! 커다란 나무(1976)] [나는 고양이라고!(1977)] [하지만 하지만 할머니(1975)]를 포스팅했다. 이번에는 [100만 번 산 고양이]다. 이 그림책은 일본에서 1977년에 출간되었고 비룡소에서 2002년에 번역출간했는데, 사노요코에게 그림책작가로서의 유명세를 가져다 주었다고 한다. 개성 넘치는 사노 요코의 고양이 그림이 정말 멋지다. 수채화와 먹을 사용한 걸까? 주인공인 100만 번 산 고양이는 그야말로 수도 없이 환생한 고양이로 볼 수 있다. 다양한 인간 주인을 만났지만 모두 싫어했다. 오직 자기자신만 사랑한 고양이였다...

그림책 2022.08.23

한성옥 [나의 사직동] 개발로 사라진 어린 시절 동네의 추억

며칠 전 한성옥의 그림책 [행복한 우리 가족]을 보고 난 다음, [나의 사직동]을 다시 한 번 더 보고 싶은 마음이 들었다. [나의 사직동]은 한성옥이 이야기의 소재를 제공하고 그림을 그렸고 김서정이 이야기를 쓴 그림책이다. 2003년 보림출판사에서 출간되었다. 한성옥은 서울시 종로구 사직동에서 어린 시절을 보냈다. 작가는 그림책에 어린시절의 추억을 담았다. 그때 사직동의 풍경, 그곳에서 살았던 사람들, 나물 할머니, 파마 아줌마, 스마일 아저씨, 해장국 집 아줌마, 수퍼 아저씨, 재활용 아줌마 등. 어느날 그 아기자기한 동네가 재개발이 되었다. 재개발이 진행되면서 동네 사람들간의 갈등도 생기고 한 집 두 집 동네를 떠나갔다. 작가의 집도 이사를 했다. 모두가 떠난 후 대단지 아파트 공사가 진행되었다. ..

그림책 2022.07.28

[구름의 나날] 힘든 삶에게 위로를 전하는 그림책

어른들을 위한 그림책을 지속적으로 펴내고 있는 출판사 [오후의 소묘]에서 이번에 펴낸 그림책은 알리스 브리에르아케가 글을 쓰고 모니카 바렌고가 그림을 그린 아름다운 책 [구름의 나날]이다. 우리 삶이 구름 속에, 비 속에 머물러 있는 듯 어렵고 힘들어 마음이 우울해지고 기운이 빠지는 나날들이 있지만 그 날들도 비가 개이듯 지나가기 마련이라는 이야기를 전한다. 그림의 색상이 마치 오래된 사진이나 그림을 보는 듯 따뜻하다. 그림의 소재도 고양이, 바이올린 등이 등장하는데, 마치 그림 속에서 음악이 흐르는 듯하다. 고양이는 곁에서 부드럽게 위로를 보내는 것 같다. 누구나 살다보면 힘들 때가 있으니 이 그림책의 메시지는 특별할 것은 없다고 해도 충분히 위로가 된다. 그 위로에는 그림이 큰 역할을 하는 것 같다...

그림책 2022.04.27

사노 요코 [두고보자! 커다란 나무] 행복은 가까운 곳에

사노 요코의 그림책 [두고보자! 커다란 나무(시공주니어, 2004)는 1992년 일본에서 출간되었다. 우리집에는 사노 요코의 그림책이 몇 권 있는데, 이 책도 그 중 하나. 집 가까이 커다란 나무가 있는 것이 성가시다 생각한 아저씨가 그 나무를 베어버리는 이야기다. 그런데 나무를 베어버리고 나니까 그 나무가 주었던 좋았던 점들이 하나하나 아쉬워진다. 우리는 흔히 가까이 주어진 행복을 알아차리지 못하고 살다가 그 행복이 사라진 다음에야 그 가치를 깨닫게 된다. 소중한 사람이 사라졌을 때야 그 사람이 얼마나 소중했는지를 깨닫는 것도 마찬가지다. 아이들만 읽어야 할 내용은 아니다. 이 그림책은 어른들이 더 봐야 하는 것 아닐까? 싶다. 어리석은 어른들이 너무 많으니까. 그래도 다행히 이야기는 해피엔딩. 아저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