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수자감성 21

[당신의 성별은 무엇입니까?] 청소년 트랜스젠더 보고서

도서관에 새로 들어온 도서 코너를 살펴보니까, 이 책이 꽂혀 있었다. '당신의 성별이 무엇이냐?'라고 묻는 책 제목이 눈에 확 들어왔다. 내 속의 트랜스젠더 혐오를 발견한 이후, 내 속의 혐오를 들여다 보기 위해서 트랜스젠더에 대해 관심을 가져왔다. 대개 혐오는 잘 알지 못하고 낯설기 때문에 생기는 감정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트랜스젠더와 관련한 서적이나 영상물은 눈에 띠면 읽거나 보았다. 아이러니 한 것은 개인적으로 만나 본 트랜스젠더들은 모두 호감이 가는 사람들이었음에도 '트랜스젠더'라는 용어로 통칭되는 사람들에 대해서는 혐오감을 느낀다는 것이었다. 이런 모순은 나 스스로도 이해하기 쉽지 않았다. 현재의 나는 트랜스젠더의 혐오감을 걷어낸 것 같다. 어쨌거나 이 책을 읽으면서 한국의 트랜스젠더 청소년의..

소수자감성 2023.09.22

사이 몽고메리 [좋은 생명체로 산다는 것은] 동물들과의 교감의 기록

동물 생태학자 사이 몽고메리(Sy Montgomery, 1958-)의 [좋은 생명체로 산다는 것은]은 'How to ge a good creature: A memory in thirtheen animals'라는 제목으로 2018년에 출간되었고 우리나라에서 '더숲'에서 2019년에 번역출간되었다. 제목이 마음에 들어서 이 책을 도서관에서 빌렸다. 책을 읽고 나서 든 느낌은 따뜻했다. 이 작가의 동물사랑이 그대로 전해져오는 듯했다. 동물들에게 감사의 말을 전하는 책은 흔치 않다. 작가 이력을 살펴보면 '인디애나 존스이자 에밀리 디킨슨'이라고 불린다는 구절이 나온다. 사이 몽고메리는 오지 정글을 탐험하면서 야생동물을 연구하고 동물들과의 교감을 글로 쓴다고 한다. 하지만 탐험을 하지 않을 때는 자신과 남편이 키..

소수자감성 2023.08.15

[퀴어, 젠더, 트랜스] 젠더권이란 무엇일까?

리키 윌친스의 [퀴어, 젠더, 트랜스]는 2004년에 'queer theory, gender theory'란 제목으로 출간되었다. 이 책이 20년 가까운 긴 시간이 흘러 우리나라에서 번역되었다. 퀴어 이론, 젠더 이론이라고 책 제목을 달기에는 너무 무겁다고 생각한 것일까? 아무튼 긴 시간이 흘렀지만 우리나라에서는 여전히 충분히 탐독할 만한 책이다. 여성에 대한 혐오, 페미니스트에 대한 혐오가 만연하고 아직 성소수자의 존재는 수면 위로 잘 드러나지 않는 우리 사회에서는 이 책의 내용이 다수 대중에게 오히려 지나치게 급진적인 느낌을 줄 것 같다. 지은이 리키 윌친스(Riki Wilchins, 1952-)는 젠더 표현과 젠더 정체성의 권리를 옹호하고 젠더권을 실현하기 위해 활동해온 활동가다. 노트> 1부 모두..

소수자감성 2023.08.06

[여기는 무지개집입니다] 한 집 안의 퀴어 공동체

[여기는 무지개집입니다]는 공동체의 삶, 퀴어들의 공동체의 한 구체적인 사례를 보여주는 책이다. 이 책은 오월의 봄에서 2022년에 출간되었다. 기획자는 '가족구성권연구소'다. 누구나 자신이 원하는 가족, 공동체를 구성할 권리에 대해 고민하고 실천적 대안을 찾고 있다니 훌륭하다. 사실 우리 주변에서 흔히 보이는 이성애중심의 혈연 핵가족은 우리 사회가 가족의 합법적이고 전형적 모델로 간주되고 있다. 하지만 좀더 현실을 들여다 보면 함께 일상을 꾸려나가는 다양한 가족 형태가 존재함을 알 수 있다. 당장 한부모가정, 조손가정, 이혼후 재구성된 가정은 흔히 볼 수 있는 가족형태다. 게다가 홀로 살아가는 1인 가정도 날로 증가하는 추세다. 그런데 1인세대가 모여 이루는 가족도 있다. 대표적인 경우가 바로 동성애 ..

소수자감성 2023.07.28

[논바이너리 마더] 아이를 낳은 논바이너리 트랜스맨의 이야기

책 제목 때문에 이 책을 빌려왔다. 오늘날 세분된 성정체성에 '논바이너리(non-binary)'라는 범주가 있다는 것을 안 지 얼마 되지 않았다. '논바이너리'라는 단어에서 이미 예상할 수 있듯이, 자신의 성정체성을 '논바이너리'로 규정한다는 것은 기존의 성별이분법, 즉 남성과 여성으로의 구분법을 거부한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이런 식의 젠더이분법을 거부하는 개념에는 젠더리스(genderless), 에이젠더(a-gender)와 같은 개념도 있다. '젠더리스'는 성별정체성 자체를 거부하는 것이고, '에이젠더'는 젠더 없음을 성별정체성으로 인정한다. 말장난처럼 여겨질 수 있겠지만 젠더구분에 대한 거부감의 정도를 표현하는 것으로 봐도 되지 않을까 싶다. 그런데 '논바이너리'에는 '안드로진', '바이젠더', '..

소수자감성 2023.07.26

[당신, 그렇게 까칠해서 직장생활하겠어?] 누구나 알아야 할 '성희롱' 문제

박희정의 [당신, 그렇게 까칠해서 직장생활하겠어?]는 2012년 길찾기에서 출판되었다. '모두가 함께 읽는 성희롱 이야기'라고 부제가 달린 것처럼 누구나 알아야 할 성희롱에 관해 쉽게 알려주는 만화책이다. 이 책이 나오고 나서 6년 후인 2018년 미투운동이 벌어졌으니 사회의 성희롱에 대한 인식은 참으로 천천히 바뀐다는 생각이 든다. 출판된 지 벌써 10년이 넘었지만 이 만화책에 실린 이야기는 여전히 유효하다고 본다. 박희정은 만화가이자 여성주의 저널 '일다'의 전편집장이다. 1장 그래, 그게 성희롱이야 -일반적인 인식과 달리 '성희롱'은 물리적 폭력과 협박 등 강제력이 수바된 성적 폭력과 그보다 '경미한' 성적 언동이 모두 포함되는 개념이라고 보아야 한다. -현재 법에서 규정하고 있는 성희롱은 업무나 ..

소수자감성 2023.05.26

[도시를 바꾸는 새] 새와 함께 하는 도시는 어떤 모습일까?

티모시 버틀리의 [도시를 바꾸는 새]를 도서관에서 대출했다. 책 제목에 '도시'와 '새'가 들어 있어서였다. 두 주제 모두 내가 관심 있는 것이라서. 그런데 책을 읽고 보니 번역서 제목이 적절하지 않다. 새는 도시를 바꾸지 않는다. 도시에 사는 사람이 새와 함께 살기 위해 도시를 바꾸는 것일뿐. 원제를 보면, 'The bird-friendly city: creating safe urban habitats'였다. 원래 제목이 적절한 제목이다. 이 책은 2020년에 출간되었고 우리나라에서는 원더박스에서 2021년에 번역출간되었다. 저자 티모시 비틀리는 도시계획전문가로 자연을 중심으로 도시를 설계해 지속가능한 도시를 만들어나가고자 한다. 그의 '바이오필릭 시티' 이론은 친환경 도시계획 이론이라고. 국립생태원 ..

소수자감성 2023.04.28

[일어나요, 로자] 로자 파크스의 용기가 불러 일으킨 몽고메리 버스 보이콧 운동

[사라, 버스를 타다]는 로자 파크스의 이야기에 기초해서 이야기를 지었다면, [일어나요, 로자]는 로자 파크스라는 흑인차별 반대운동을 촉발시킨 실제 인물의 이야기를 담았다. 니키 지오바니가 글을 쓰고 브라이언 콜리어가 그림을 그렸다. 이 책은 2005년에 출간되었는데, 웅진 주니어에서 2006년에 번역 출간했다. 브라이언 콜리어의 그림은 이 이야기에 무척 잘 어울리고 개성이 넘치고 멋지다. [사라, 버스를 타다]를 포스팅할 때 이미 언급한 바 있지만 다시 간략히 정리해보기로 하자. 1955년 12월 1일에 앨라배마주 몽고메리에 살던 흑인 여성인 로자 파크스튼 퇴근 길에 버스를 탔다. 당시에는 버스 앞쪽은 백인이, 뒤쪽은 흑인이 앉도록 되어 있었다. 로자는 자신의 권리가 있는 자리에 앉았지만 백인 좌석이 ..

소수자감성 2023.04.22

[사라, 버스를 타다] 흑인차별에 맞선 Rosa Parks의 역사적 사실에 기초

[사라, 버스를 타다]는 로자 팍스(Rosa parks, 1913-2005)의 실제 이야기를 바탕으로 쓰여졌다. 로자 파크스는 1955년 12월 1일 목요일, 미국 앨라배마 주 몽고메리 페어 백화점에서 일을 끝내고 클리블랜드 거리에서 버스를 탔다. 당시에는 짐 크로우 흑인 차별법이 있어서 미국 남부의 거의 모든 주에서 공공건물, 백화점, 음식점, 병원, 도서관, 교회 등에서 흑인은 백인과 다른 출입구를 이용해야 하거나 들어갈 수 없었다고 한다. 버스에서도 흑인과 백인은 자리가 구분되어 있어 백인은 앞쪽, 흑인은 뒤쪽에 앉아야 했다. 로자 파크스는 흑인이 앉을 수 있는 버스 자리 중 첫 줄 빈 자리에 앉았다. 버스가 이동하면서 백인들의 자리가 다 차고 서서 가는 백인 승객이 생기자 버스기사는 흑인 자리 첫..

소수자감성 2023.04.21

[화가들은 왜 비너스를 눕혔을까?] '누드화'를 보는 올바른 관점

크리스마스날, 오전 크리스마스 영화를 볼까 하다가 갑자기 친구에게 빌린 이 책이 눈에 밟혔다. 제목이 쇼킹하다. '화가들은 왜 비너스를 눕혔을까?' 아마도 이 책을 펴낸 한뼘책방에서 이 책을 더 많이 판매하려는 의욕에서 제목을 선정적으로 지은 것으로 보인다. 이 책은 2019년에 발행되었다. 표지 디장인에도 좀 신경을 썼었으면 좀더 책이 잘 팔리지 않았을까 싶지만... 표지와 달리 책 내부의 디자인은 나쁘지 않고 읽기 좋다. 아무튼 이 책은 선정적인 책이 아니라 서양미술사에 등장하는 누드화를 비판적으로 검토하고 그 누드화를 제대로 보는 올바른 관점을 제공한다. 저자에 의하면 '누드'는 '성별 이분법과 이성애를 기준으로 한 남성만이 적극적이고 능동적인 성적 욕망의 소유자라는 입장에서, 남성을 시선의 주체로..

소수자감성 2022.12.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