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수자감성 21

[내게는 소리를 듣지 못하는 여동생이 있습니다] 작가의 경험에 기초한 생생한 글

이 그림책은 오래 전에 읽어보았던 그림책인데 교환도서코너에 꽂혀 있길래 다시 한 번 더 보기 위해서 가져왔다. [내게는 소리를 듣지 못하는 여동생이 있습니다]는 J.W.피터슨이 쓰고 D.K.레이가 그림을 그렸다. J.W.피터슨(Jeanne Whitehouse Peterson, 1939-)는 미국의 교육자이자 아동문학작가다. 작가는 자신의 책이 자기경험에 바탕을 둔 것이라고 이야기한 적이 있다. 실제로 청각장애를 가진 여동생이 있고 수년간 그 여동생과 따뜻한 감정을 나눈 방법에 대해 고민했다고 한다. 이 책은 바로 이런 작가의 개인경험에서 나온 이야기로 보인다. 그래서 글에서 감동이 더 느껴졌던 것 같다. D.K.레이(Deborah Kogan Ray, 1940-)은 미국 그림책 작가이자 일러스트레이터다. ..

소수자감성 2022.09.23

앤서니 브라운 [동물원] 동물이 아니라 사람을 위한 곳

영국 그림책 작가인 앤서니 브라운(1946-)의 [돼지책]은 앞서 소개했다. 이번에는 앤서니 브라운의 [동물원]을 소개하려 한다. 이 그림책은 1992년에 'Zoo'란 동일한 제목으로 출간되었고 우리나라에서는 2002년 논장에서 번역출간했다. 1992년 앤서니 브라운은 이 그림책으로 '케이트 그린어웨이상'을 수상했다. '케이트 그린어웨이상'을 수상한 작품으로는 두 번째로 소개하는 책이 되었다. 앞서 존 버닝햄의 [깃털 없는 기러기 브르카]을 소개했었다. [돼지책]은 아내와 어머니의 희생 위에서 굴러가는 보통의 정상가족을 비판적으로 그렸다면, [동물원]은 아빠, 엄마 그리고 두 아들로 구성된 4인가족의 동물원 나들이를 통해서 동물원 동물들의 생존권에 대해 성찰토록 한다. 둘다 진지하고 무거운 주제를 그림책..

소수자감성 2022.08.20

[뜨개질하는 소년] 자녀양육에 있어 성역할 고정관념에 대한 비판

비가 잠시 멈춘 사이, 도서관을 들렀다. 오늘은 도서관 교환도서 코너에서 교환해 가져온 그림책은 [뜨개질하는 소년]. 책을 뒤적이다가 '뜨개질하는 소년'이라는 제목이 눈에 꽂혔다. 오래 전 내 포스팅을 읽으러 드나들었던, 뜨개질한다던 젊은 남자가 떠올랐기 때문이다. 그때 난 참 특별한 사람이구나, 했다. [뜨개질하는 소년(Made by Raffi, 2014]은 크레이그 팜랜즈가 쓰고 마가렛 체임벌린이 그렸다. 우리나라에서는 2015년 책과 콩나무에서 번역출간했다. 크레이그 팜랜즈(Craig Pomranz)는 이 그림책의 작가이기도 하지만 가수이자 배우이기도 하는 독특한 이력을 가졌다. 그는 부모들이 자신의 아이들에게 남성과 여성의 편협한 성역할을 기대하는 것이 얼마나 아이들의 성장을 제한한다고 여긴다. ..

소수자감성 2022.08.08

존 버닝햄 [깃털 없는 기러기 보르카] 장애인 문제를 생각하게 하는 그림책

존 버닝햄(John Burningham, 1936-2019)이 쓰고 그린 [깃털 없는 기러기 보르카]는 무엇보다 그림에 유머가 있고 따뜻하다. 이 작가의 그림이 무척 마음에 든다. 존 버닝햄은 영국의 그림책 작가다. 그는 1963년 첫 번째 그림책인 [깃털 없는 기러기 보르카(Borka: The adventures of a goose with no feathers)]로 케이트 그린어웨이 상을 받았다. 케이트 그린어웨이상은 영국의 어린이와 청소년 문학서적의 일러스트레이터에게 주어지는 상으로 존 버닝햄은 두 번 이 상을 받았다. 1970년 [검피 아저씨의 뱃놀이]로 두 번째 케이트 그린어웨이상을 받았다. 우리나라에서는 이 그림책을 시공주니어에서 출간했다. 영국 동부지역의 플럼스터 기러기 부부가 낳은 여섯 기..

소수자감성 2022.07.23

[소중한 담요 2장] 난민 문제를 돌아보게 하는 그림책

이레나 코발트가 쓰고 프레야 블랙우드가 그린 이 그림책은 흔치 않은 난민문제를 다룬다. 우리나라에도 분명 난민들이 존재하지만 우리는 난민에 대해서는 거의 생각하지 않고 살아간다. 하지만 난민들에게 폐쇄적인 시선을 거두고 이들을 열린 마음으로 바라보는 것은 중요하다. 우리 앞선 세대도 난민이었던 적이 있다는 역사적 사실만 기억해봐도 난민에 대한 차가운 태도는 돌아볼 필요가 있다. 이 그림책의 이야기는 난민 아이의 시선에서 풀어나간다. 전쟁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자신의 나라를 떠나 낯선 나라에서 살아갈 수밖에 없는 아이. 새로운 환경은 언어도 문화도 사람도... 모든 것이 너무 낯설다. 하지만 아이가 새로운 곳에서 친구를 사귀면서 서서히 낯선 공간에 적응해나간다. 아이를 따뜻하게 감싸주는 두 장의 담요, 두..

소수자감성 2022.07.10

[고양이와 결혼한 쥐에게 일어난 일] 가정폭력의 희생양을 다룬 그림책

아나 크리스티나 에레로스가 글을 쓰고 비올레타 로피스가 그림을 그린 [고양이와 결혼한 쥐에게 일어난 일]을 [오후의 소묘] 출판사에서 작년 마지막 날에 출간했다. 긴 제목이 눈길을 끈다. 주인공은 쥐. 성실하게 살아온 쥐의 비극적인 이야기 역시 인상적이다. '잘난 체 하는 쥐' 의 스페인 민담을 '성실한 쥐' 이야기로 다시 쓴 것이다. 19세기 여성들에게 겸손함을 강조하기 위해 학교에서도 가르쳐왔다는 '잘난 체 하는 쥐'의 구전민담이 두 여성 작가에 의해서 현대적으로 재해석된 것으로 볼 수 있다. 가정폭력 속에서 희생양이 되는 여성이야기를 비유적으로 고양이와 결혼한 쥐 이야기로 풀어 본 것이다. [오후의 소묘]에서 앞서 펴낸 비올레타 로페스의 그림책들 [섬 위의 주먹] [팡도르의 할머니] [마음의 지도]..

소수자감성 2022.01.23

[페미니스트 엄마와 초딩 아들의 성적 대화] 어린 아들 성교육에 관한 고민을 담은 책

페미니스트 인터넷 저널 [일다]에서 '초딩 아들, 영어보다 성교육' 연재되었을 때 너무 재미있어서 열심히 보았던 기억이 난다. 초딩 아들이 있는 것도 아니고 성교육을 시켜야 할 자녀가 있는 것도 아니었지만 어린 아들을 둔 엄마가 아들의 성교육을 고민하고 아들과 나누는 대화가 너무 흥미로왔다. 그 칼럼이 묶여져 한 권의 책으로 나온 것이 바로 [페미니스트 엄마와 초딩 아들의 성적 대화(일다, 2018)]다. 그러고 보니 벌써 3년도 더 된 책이다. 이 책이 손에 들어오고 나서도 한참 만에 읽게 되었다. 이미 칼럼을 보아서 굳이 책으로 볼 필요를 못 느꼈던 것 같다. 이 책을 읽다 보면, 여성을 차별하고 여성에게 폭력적인 사람으로 아들을 키우고 싶지 않은 한 어머니의 고민과 노력이 그대로 묻어난다. 무엇보다..

소수자감성 2021.10.16

알리스 슈바르처 [아주 작은 차이], 40년 전의 독일여성과 오늘날 한국여성의 현실이 크게 다르지 않다

대개 책을 두 번 이상 읽는 경우는 드물기 때문에 알리스 슈바르처 [아주 작은 차이]를 다시 읽게 될 줄은 몰랐다. 이 책을 처음 읽었던 것은 [이프]에서 2001년에 번역출간한 책을 통해서였다. 당시 무척 흥미롭게 읽었던 기억이 난다. 독일의 7,80년대 여성의 삶이나 21세기초 한국의 여성의 삶이나 크게 다르지 않은 것이 신기했다. 그리고 2007년 [일다]에서 개정증보판을 출판했고 이 책이 내 손에 들어와 난 긴 시간 동안 이 책을 서가에 꽂아두기만 했다. 이미 읽었던 책이라 개정증보되었다고 해서 다시 볼 마음이 들지 않았기 때문이다. 역시 코로나시대는 집에 쌓인 책에 대한 부담이 커지는 때인 만큼 새책으로 낡아가는 책이 안 되었다는 생각에서 이 책을 읽기로 했다. 거의 20년만에 다시 이 책을 다..

소수자감성 2021.10.08

[동물에 대한 예의] 동물에게 친절한 일상에 대한 고민

잔 카제즈(Jean Kazez)의 [동물에 대한 예의(Animalkind: What we owe to animals)], 제목이 멋있어 읽기 시작한 책. 그런데 원제를 보면 저자의 생각을 짐작할 수 있다. 1. 우선 'Animalkind'라는 단어가 나온다. 저자는 'kind'라는 단어에 주목합니다. 친절을 뜻하는 kindness, 종류를 뜻하는 kind, 친족을 뜻하는 kin는 모두 고대 영어인 cynd에서 나왔다. "만약 우리가 어원을 지침으로 삼는다면, 친절이란 곧 누군가를 친족으로, 즉 '나와 같은 종류'로 대한다는 것인 데다, 우리는 사고가 깨이고 확장될수록 오직 가족 구성원만으로 생각하지 않고 보다 넓은 범주의 나와 같은 종류, 즉 나와 같은 민족, 국가, 종까지도 중요시하게 된다. 그리고 거..

소수자감성 2021.08.10

[별것도 아닌데 예뻐서] 남편과 아내가 그리고 쓴 치열한 일상

남편 박조건형이 그리고 아내 김비가 쓴 이 책은 부부의 평범한 일상을 담았지만 사실 평범하지 않다. 그래서 '평범한 것만큼 행복한 일이 또 있을까?'하는 표지 글귀를 무심히 지나치기 어렵다. 남편 박조건형은 긴 시간 우울증으로 힘들어하고 아내 김비는 트랜스젠더로서 겪어온 삶이 녹록치 않다. 하지만 이들은 서로를 만나 사랑하고 결혼하고 일상을 나누고 있다. 그리고 서로가 하는 일, 그림 그리는 일과 글 쓰는 일을 서로에게 격려한다. 이 책을 읽게 된 까닭은 트랜스젠더 소설가 김비의 일상에 대한 이야기가 궁금했기 때문이었다. 트랜스젠더를 직접 만나도 보고 이야기도 나누고 한 경험도 있지만- 물론 지금껏 친구로 지내고 있는 사람은 없다- 그 어떤 사람들보다 이해하기가 쉽지 않았다. 그래서 지금껏 트랜스젠더에 ..

소수자감성 2021.06.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