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른을 위한 그림책 6

[스물두 명의 아이들] 동심을 잃어버린 어른을 위한 그림책

트지베 펠드캄프(Tjibbe Veldkamp,1962-)가 쓰고 필립 호프만(Philip Hopman,1961-)이 그린 [스물두 명의 아이들]은 1998년에 출간되었고 기탄교육에서 같은 해에 세계창작동화 시리즈 18권으로 번역출간했다. 무엇보다 그림이 재미나서 시선을 잡는다. 작가들은 네덜란드 사람이다. 그래서인지 작가의 이름이 정확히 어떻게 발음되는지 모르겠다. '트지베 펠드캄프'라는 이름은 구글에서는 '티베 휠트캄프'라고 나온다. 이 작가는 심리학을 전공했지만 과학자가 되었고 1990년부터는 동화작가로 활동한다. 그리고 필립 호프만은 1988년부터 그림책 삽화가로 활동했고 250권이 넘는 어린이 책의 삽화를 그려왔다고 한다. 아이들의 안전을 중시하는 원장님이 오시면서 고아원 아이들의 자유롭고 즐거운..

그림책 2023.04.05

[내가 가장 슬플 때] 아이의 죽음을 겪은 아버지의 슬픔

마이클 로렌이 쓰고 퀜틴 블레이크가 그린 [내가 가장 슬플 때]는 어쩌면 작가 자신의 이야기가 아닐까?하는 생각이 들었다. 원제를 보면 'Michael Rosen's sad book'이다. '마이클 로젠의 슬픈 책'이라는 제목이 바로 작가 자신의 이야기임을 함축하고 있다. 이 작가에 대해서 찾아보니까 실제 모습과 그림의 '나'가 너무 닮아서 놀랐다! 그리고 1980년에 태어난 그의 아들 에디 로젠이 1999년에 사망한 것으로 나온다. 그리고 이 사람은 세 번의 결혼을 했고 두 번째 결혼은 1997년에 끝이 난다. 그래서 이 그림책의 이야기를 쓸 당시에 작가의 심리상태가 지극히 우울한 때가 아니었을까 싶다. 아무튼 작가는 이 책으로 2004년 4세에서 11세 아동을 위한 최고의 그림책상을 받는다. 마이클 ..

늙음과 죽음 2022.10.19

[골목에서 소리가 난다] 사라져가는 도시 풍경을 담은 그림책

[골목에서 소리가 난다]는 사라져가는 예전의 도시풍경을 떠올리게 한다. 정지혜가 그리고 김장성이 쓴 이 그림책은 2007년 사계절에서 출판되었다. 지금 내가 살고 있는 곳은 아파트촌이라서 골목이 없다. 그래서 골목을 떠올리면 어린 시절 풍경이 생각난다. 좁은 골목길을 지나다니던 기억이 새록새록하다. 어린 시절을 함께 보냈던 할아버지 할아버지의 집도 골목길 안 쪽에 자리잡고 있었다. 그림책 속 풍경이 내 어린 시절의 추억 속의 같은 풍경은 아니지만 추억을 소환하게 만든다. 이 그림책 그림은 이제는 거의 보기 힘든 도시풍경을 사실적으로 담았고 글은 도시의 골목길에서 들리는 소리에 집중했다. 내 기억 속 소리 중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은 '재첩국' 사라는 소리다. 요새는 이런 식의 누군가 직접 맨 목소리로 내..

그림책 2022.10.14

[버섯소녀] 장마철에 읽기 좋은 그림책(사라진 것에 대한 그리움)

어른들을 위한 그림책을 꾸준히 출간하고 있는 출판사 [오후의 소묘]는 얼마 전 [버섯소녀]라는 독특한 그림책을 선보였다. 6월 25일부터 7월 25일까지가 대체로 장마의 시기라는 것을 생각한다면, 6월 21에 이 그림책을 꺼내놓은 것은 영리한 생각으로 보인다. 이 그림책은 장마철 풍경에 대한 감성이 담긴 책이기 때문이다. 작가는 장마철 비가 내린 다음 날 아침 잠깐 햇살이 비칠 때 나가 하얀 버섯을 만났는데, 얼마 후 그 버섯이 사라진 것을 보고 이 그림책을 작업했다고 하지요. 우리동네 공원에서 장마철에 흔히 보이는 하얀 버섯이 떠올랐다. 잠깐 동안 있다가 사라지는 버섯. 버섯의 삶은 정말 짧다. 사라진 버섯을 보고 우리 곁에 잠시 머물렀다 떠나가는 것에 대한 그리움, 사라진 것이 어딘가에 있어 주었으면..

그림책 2022.07.05

[사랑의 모양] 떠나간 사랑도 사랑

다비드 칼리가 글을 쓰고 모니카 바렌고가 그림을 그린 [사랑의 모양]. 어른들을 위한 그림책을 펴내는 오후의 소묘의 또 하나의 아름다운 그림책이다. 내츄럴한 컬러의 색상이 글을 읽는 사람들에게 편안하고 따뜻한 느낌을 준다. '사랑의 모양'이라는 제목에 좀 갸우뚱했다. 원제를 살펴보니까, '사랑 이야기 하나'다. 그런데 왜 출판사에서는 사랑의 모양이라는 제목을 선택한 걸까? '어떤 사랑이야기'로 제목을 달기에는 너무 평범하다고 생각했던 것일까? 아무튼 어떤 여자에게 어느날 꽃 한송이가 찾아오고 여자는 그 꽃을 정성껏 돌보면서 기쁨을 맛본다. 어느날 그 꽃이 사라져버리고 사라진 꽃을 그리워하며 우울한 나날들을 보내는 여자. 하지만 그 꽃은 다시 돌아오지 않는다. 겨울이 지난 봄이 왔을 때는 이웃 정원에 꽃이..

그림책 2022.05.28

[허락없는 외출] 녹색 가득한 그림책

봉투를 뜯어서 책을 꺼내는 순간 녹색으로 눈부시다. '허락없는 외출'이라... 그림책을 펼쳐 한 페이지 한 페이지 넘겨가는데 글이 없다. 맨 마지막 페이지에서 비로소 글이 나온다. 저자는 독자로 하여금 그냥 느끼라 하는 것 같다. 한밤중에서 새벽까지의 외출. 짙은 녹색에서 옅은 녹색으로 그리고 마침내 노란빛으로 끝이 난다. 하얀 옷을 입은 아이는 밤새도록 숲을 거닌다. 아름다운 꿈 같다. 지난 밤 나는 바위산을 헤매는 꿈을 꿨다. 가파란 바위에서 바위로 이동하는 일이 쉽지 않아 불안하고 두려운 꿈. 그런데 그림책 속 아이는 녹음이 울창한 숲을 헤맨다. 이 아이도 불안했던 것 같다. 한밤중 숲의 생명체들 속에서 다니는 일이 자유롭고 행복한 기분은 아니었으리라. 그렇게 헤매다가 아침햇살이 비치니까 숲의 방황..

그림책 2021.06.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