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책

[버섯소녀] 장마철에 읽기 좋은 그림책(사라진 것에 대한 그리움)

Livcha 2022. 7. 5. 13:29

[버섯소녀] 표지

어른들을 위한 그림책을 꾸준히 출간하고 있는 출판사 [오후의 소묘]는 얼마 전 [버섯소녀]라는 독특한 그림책을 선보였다.

6월 25일부터 7월 25일까지가 대체로 장마의 시기라는 것을 생각한다면, 6월 21에 이 그림책을 꺼내놓은 것은 영리한 생각으로 보인다.

이 그림책은 장마철 풍경에 대한 감성이 담긴 책이기 때문이다. 

작가는 장마철 비가 내린 다음 날 아침 잠깐 햇살이 비칠 때 나가 하얀 버섯을 만났는데, 얼마 후 그 버섯이 사라진 것을 보고 이 그림책을 작업했다고 하지요. 우리동네 공원에서 장마철에 흔히 보이는 하얀 버섯이 떠올랐다. 잠깐 동안 있다가 사라지는 버섯. 버섯의 삶은 정말 짧다.

사라진 버섯을 보고 우리 곁에 잠시 머물렀다 떠나가는 것에 대한 그리움, 사라진 것이 어딘가에 있어 주었으면 하는 마음. 그런 마음이 사라진 것인 어딘가에서 우리를 기다린다는 상상을 낳는다. 누구나 한 번쯤은 죽음 너머에 어떤 세상이 있어 그곳에 죽은 존재가 우리를 기다리고 있어 주었으면 하는 상상을 해보았을 것이다. 여름 장마때 사라진 집오리가 완전히 사라진 것이 아니라 어딘가 존재해주었으면 하는 마음을 가진 적 있는 나는 작가의 상상에 공감한다.

이 그림책을 읽고 보는 잠깐 동안 잠깐 사라진 존재에 대한 그리움을 가질 수 있었다. 그런 마음을 가질 수 있게 해 준 이 그림책이 마음에 든다. 채도가 낮은 색상에 뿌연 그림체가 상상력을 더 자극한다. 

무덥고 섭한 장마철에 이 그림책을 펼쳐들고 잠깐 떠나간 것들을 그리워해 보면 어떨까? 

 

창 밖으로부터 갑작스런 빗소리가 들려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