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타 20

아나톨 프랑스 [에피쿠로스의 정원]

'에피쿠로스의 정원'이라는 책 제목에 낚여서 읽기 시작했다. 아나톨 프랑스는 이름만 들어보았을 뿐 그에 대해서도 잘 알지 못했고 그의 책도 읽은 적은 없다. 아타톨 프랑스(Anatole France, 1844-1924)는 필명이며 작가의 본명은 Jacque-Anatole-François Thibault였다. 작가 이력에 소개된 바와 같이 노벨문학상을 받은 이력이 있다. 1921년 [펭귄의 섬, L'île des peiunguins]이라는 소설로 받았다. 1차 세계대전 이후 평화주의자가 되었고, 드레퓌스 사건때 에밀 졸라와 함께 드레퓌스 무죄를 주장하면서 반유태주의에 맞섰다. 당시 카톨릭측에서는 반유태주의를 표방하면서 에밀 졸라와 아나톨 프랑스의 저서들을 금서목록에 올렸다고 한다. 지금도 프랑스 카톨릭 신..

기타 2024.02.24

[우울이라 쓰지 않고] 20대 우울의 감성을 담은 글

[오후의 소묘]에서 2022년 가을에 출간한 이 에세이집은 20대 우울의 감성을 담았다. 책 커버의 푸른 빛이 글과 잘 어울리는 것 같다. 나는 이 책을 처음 들었을 때는 더는 계속 읽고 싶지 않아서 던져두었다. 가을과 겨울에 읽기에는 너무 우울하다. 꽃들이 만개한 봄날이 되니 다시 이 책을 읽을 마음이 생겼고 난 밤마다 잠자기 전에 이 책의 작은 파트를 하나씩 읽었다. 작가의 우울에 사로잡힐 것 같아서, 또 글쓰기에 정성을 다한 작가의 노력이 느껴져서 글들을 서둘러 읽을 수 없었던 것 같다. 작가는 자신의 나이를 밝히지 않아서 정확한 나이는 알 수 없지만 지금은 30대일 것 같다. 우울한 20대를 넘어 30대에 들어서서 기쁨은 만났는지, 희망은 찾았는지 궁금하다. 작가 소개를 보니까, '궁금한 게 많고..

기타 2023.04.23

이산하 [피었으므로, 진다] 산사 기행의 욕구를 불러 일으키는 책

이산하 시인의 [악의 평범성]을 읽고 그의 에세이집도 읽어보기로 했다. [적멸보궁 가는 길]을 읽어보려고 했지만 하필 그 책을 유일하게 구비한 동네 도서관이 문을 닫았기에 다른 도서관에서 [피었으므로, 진다]를 빌려왔다. 작가는 앞서 소개한 바 있지만, 장편서사시 '한라산'으로 인해 국가보안법 위반으로 구속되어 고초를 당했고 그 일은 작가에게 트라우마가 된 것 같다. 그의 시도 그렇지만 그의 에세이도 허무주의와 우울이 짙게 깔려 있다. 최근 그의 근황에 의하면 대장암 투병중이라고 한다. 안타까운 일이다. 설사 작가가 이대로 이 세상을 떠난다고 해도 난 한 개인이 할 바는 다 하지 않았나, 하는 생각을 해보았다. '한라산'이란 그의 시가 우리 역사에 남긴 족적만으로도 그의 삶은 충분히 의미 있었다 싶다. ..

기타 2023.02.19

토마스 베른하르트 [비트겐슈타인의 조카] 어떤 진정한 우정

토마스 베른하르트라는 20세기 오스트리아 작가에 대해서 전혀 알지 못했다. 요즘 즐겨 읽는 철학자 루트비히 비트겐슈타인 관련서적들을 검토하다가 우연히 발견한 [비트겐슈타인의 조카]. 이 책의 저자가 바로 토마스 베른하르트(1931-1989). 이 책은 1982년에 출간되었고, 우리나라에서는 현암사에서 1997년에 번역출간했다. [비트겐슈타인의 조카]는 토마스 베르하르트가 철학자 비트겐슈타인의 조카인 파울 비트겐슈타인의과의 우정을 다루었다. 파울 비트겐슈타인을 어떻게 알게 되었는지, 파울 비트겐슈타인이 어떤 사람인지, 그와 나눈 우정은 어떤 것이었는지, 파울 비트겐슈타인과 자신은 어떤 점에서 닮았고 어떤 점에서 달랐는지 등에 대해서 적었다. 이 책은 1967년 자신이 바움가르트회에의 헤르만 병동에 폐병으로..

기타 2022.09.26

[solitude Nord] 19세기 모피사냥꾼처럼 북아메리카 땅을 횡단한 모험가들의 생생한 체험을 담은 사진집

최근 다시 도서관에서 백신패스를 요구하지 않는다고 하지만 얼마전까지만 해도 백신패스를 제시해야 하는 상황 자체가 스마트폰이 없는 내게는 출입이 불편해서 집에 있는 책들을 읽으면 지내도록 했다. 아직도 책장에는 읽지 못한 책들이 산더미로 꽂혀 있고 더 열심히 읽지 않으면 죽기 전까지 이 책들을 모두 읽지 못하겠다는 불안이 매순간 덮쳐오고 있다. 아무튼 이번에 내가 읽은 책은 Alain Rastoin과 Nicolas Vanier의 북아메리카의 얼어붙은 북쪽지방을 횡단하는 모험을 담은 사진집이다. 이 책은 1989년 Nathan출판사에서 나온 책으로 현재는 절판상태. 내가 이 책을 구입한 것은 20년 전. '2001년 9월2일에 프랑스 릴의 대규모 벼룩시장 축제때 구입했던 것'으로 책 말미의 기록을 보지 못했..

기타 2022.01.24

[대담] 인문학자 도정일과 생물학자 최재천의 수다

[대담(휴머니스트, 2005)]를 선물받고 책꽂이에 꽂아 두다가 책정이를 하는 중에 이 책을 읽게 되었다. 긴 세월을 보낸 책은 책표지가 좀 바래졌다. 도정일에 대해서는 아는 바가 없었지만 생물학자 최재천은 익히 알고 있는 학자여서 어떤 이야기를 펼칠지가 궁금했다. 읽다 보니 생각보다 두 사람의 수다가 흥미로왔다. 생물학자로서의 최재천의 이야기도 재미나지만 도정일이야말로 이야기꾼이구나 싶었다. 가벼운 마음으로 두 사람의 수다를 따라갈 수 있어 누구나 읽기 쉬운 책이다. 수다 중 관심있는 대목을 여기 옮겨둔다. "생물학자들은 우울증이 인간의 본성 가운데 하나라고 믿습니다. 우울증은 공포에 적응하려는 본성이고, 나쁜 일이 다시 일어나지 않도록 환경에 적응하는 과정에서 생기는, 아주 자연스러운 현상이지요."(..

기타 2021.11.16

김혜련 [학교종이 땡땡땡] 90년대말 여고교실 풍경

김혜련 작가의 [밥짓는 시간], [고귀한 일상]을 읽고 난 후, 김혜련 작가가 교사시절 출간했던 베스트셀러 서적인 [학교종이 땡땡땡(1999)]을 읽었다. [학교종이 땡땡땡]은 교사의 시선에 걸러진 90년대말 여고 교실풍경이 담겼는데, 내게는 무척 충격적으로 다가왔다. 김혜련 작가의 유려한 글솜씨가 돋보이는 이 책은 끝까지 흥미롭게 읽을 수 있다. 내가 경험했던 고교시절 교실풍경과는 판이하게 다른 모습이 놀라웠다. 시대가 달라서인지, 아니면 서울이라는 도시의 차이 때문인지... 아니면 김혜련교사가 재직했던 그 학교가 특별했던 것인지... 반 아이들의 이름을 모두 알지 못하고 대부분의 교실친구들에 관심이 없는 아이들. 반 아이들 모두의 이름을 기억했을 뿐만 아니라 그 아이들 모두와 어울렸던 내 고교경험과는..

기타 2021.10.27

그자비에 드 메스트르의 [내 방 여행하는 법]

나는 도서관에서 이 책을 아주 우연히 발견하고는 깜짝 놀랐다. 이 책은 프랑스에 있을 때부터 읽어보고 싶었던 책이었는데, 읽지 못하고 이렇게 한국 땅에서 번역서를 발견했기 때문. 1. 이 책은 1796년에 쓰여진 18세기 후반부 책. 원제는 Voyage autour de ma chambre. 자신의 방 여행 이야기라니! 저자 Xavier de Maistre(1763-1852)는 참으로 신기한 사람인 듯하다. 그런데 알고 보니 저자가 42일간 가택연금된 상태에서 쓴 기록을 묶은 것이었다. 42년동안 갇혀 있는 동안 집안에서 여행한다는 기분으로 지낸다는 것, 괜찮은 생각이다 싶었다. 2.저자의 생각 중 우리 인간이 영혼과 동물성으로 이루어졌다는 생각은 이해하기 어렵다. 영혼과 구별되는 동물성은 도대체 무얼까..

기타 2021.09.12

[내가 걸어서 여행하는 이유] 도보여행의 광적인 열정

프랑스 소설가 올리비에 블레이즈가 쓴 [내가 걸어서 여행하는 이유(2017, 북라이프)]를 손에 든 것은 제목 때문이었다. 도대체 이 소설가는 왜 걷는걸까?하는 질문에 어떤 대답을 내놓았는지 궁금했다. 하지만 책을 다 읽고 난 다음, 소설가가 도보여행에 열정을 쏟는 이유는 자신도 제대로 알지 못한다는 사실이었다. 그냥 걷고 싶다,는 것이 내가 발견한 이유라면 이유일까? 확실히 제목에 낚였다. 원래 제목은 'L'art de la marche'로 번역해보자면 '걷기의 기술' 정도가 될 것이다. 사실 이 원제가 글에 적합한 제목임이 틀림없다. 우리는 그의 막무가내식 걷기에 있어 그가 어떤 실수를 하고, 어떤 무모한 짓을 벌이고 어떤 위험과 행운에 노출되는지를 발견하며 그 상황에 그가 어떤 방식으로 대처하는지를..

기타 2021.08.11

[다라야의 지하비밀도서관] 봉쇄도시의 평화로운 저항

시리아의 수도에서 7킬로미터 떨어진 도시, 2012년 11월에 봉쇄된 도시, 그리고 2016년 8월말 강제퇴거조치당한 도시, '다라야'. '다라야'는 시리아 고어로 '집이 많은 곳'이라는 뜻이라지만, 4년동안 봉쇄된 상태에서 8천개 이상의 폭탄이 떨어져 결국에는 폐허가 된 도시. 그 도시에서 저항했던 청년들, 그 청년들은 건물 잔해 아래서 책을 수집하고 그 책을 모아 지하에 도서관을 만들었단다. 2013년 말부터 책을 수집하기 시작해서 2016년 8월 그곳을 떠나도록 강제당했을 때까지 존재했던 비밀 도서관. 프랑스 지 특파원이 델핀 미누이가 우연히 SNS에서 발견한 사진 한 장에서 시작한 소통. 그 소통의 이야기를 우리에게 책으로 묶어 전한다. 도시가 봉쇄되어 연일 하루에도 수없이 폭탄이 떨어지는 그곳에..

기타 2021.08.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