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타 21

[다라야의 지하비밀도서관] 봉쇄도시의 평화로운 저항

시리아의 수도에서 7킬로미터 떨어진 도시, 2012년 11월에 봉쇄된 도시, 그리고 2016년 8월말 강제퇴거조치당한 도시, '다라야'. '다라야'는 시리아 고어로 '집이 많은 곳'이라는 뜻이라지만, 4년동안 봉쇄된 상태에서 8천개 이상의 폭탄이 떨어져 결국에는 폐허가 된 도시. 그 도시에서 저항했던 청년들, 그 청년들은 건물 잔해 아래서 책을 수집하고 그 책을 모아 지하에 도서관을 만들었단다. 2013년 말부터 책을 수집하기 시작해서 2016년 8월 그곳을 떠나도록 강제당했을 때까지 존재했던 비밀 도서관. 프랑스 지 특파원이 델핀 미누이가 우연히 SNS에서 발견한 사진 한 장에서 시작한 소통. 그 소통의 이야기를 우리에게 책으로 묶어 전한다. 도시가 봉쇄되어 연일 하루에도 수없이 폭탄이 떨어지는 그곳에..

기타 2021.08.08

[야생속으로] 알래스카에서 죽은 청년의 열정적 모험

존 크라카우어는 논픽션의 대가로 불리는 사람이라고 한다. 그가 출판한 [야생 속으로]는 알래스카에서 16주를 자급자족하면서 보낸 청년 크리스 맥캔들리스가 시신으로 발견된 사건을 놓고 크리스 맥캔들리스가 죽기 전 만난 사람들의 이야기, 그 사람들에게 맥캔들리스가 보낸 편지나 엽서, 그리고 가족들이 전해 준 맥캔들리스의 어린시절을 재구성해 보고, 작가가 맥캔들리스가 시신으로 발견된 장소를 둘러보면서 그의 사인이 무엇이었을지 추리해보는 과정을 담았다. 존 맥캔들리스라는 청년은 소로우와 존 뮤어로부터 영향을 받았으며 잭 런던의 책 읽기를 좋아했다 . 그는 분명 이상주의자이고 원시적 자급자족 삶을 동경했으면 자본주의적 삶을 경멸했다. 열정이 넘쳤고, 성실했으며, 하지만 경솔했다. 모험을 향한 열정을 불태우고 새로..

기타 2021.08.08

[1%의 우정] 우정이 아니라 로맨스를 이야기하는 지루한 책

도서관에서 우연히 발견한 이 책, Le Second souffle(Philippe pozzo di Borgo, 2011) 나는 이 책을 발견하자마자 이들의 우정이 궁금했다. 전신마비인 귀족출신 부자와 아프리카출신의 가난한 백수의 만남, 그리고 이들이 만드는 우정. 책은 기대한 것만큼 흥미롭지는 않았다. 중간에 그만 읽을까 하다가 지루했지만 일단 계속 읽어나가기로 했다. 다 읽고 나니 이 책은 저자인 필립과 아내 베아트리스의 사랑 이야기라고 하는 것이 더 낫겠다. 1%의 우정은 적당한 제목이 아닌듯! 필립 포조 디 보르고는 패러글라이딩의 취미를 가졌다. 이 익스트림 스포츠 때문에 사고가 나고 전신마비환자가 된 것. 패러글라이딩을 하면서 독수리가 된 것 같은 기분이었다는 그의 욕망을 이해하지 못할 것은 아니..

기타 2021.08.07

[선이골 외딴집 일곱 식구 이야기] 산골에서 자란 아이들은 잘 컸을까?

강원도 산골에서 다섯아이를 키우며 사는 부부이야기. 산골에서 자급자족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그럼에도 다소 극단적으로 보이는 이런 삶을 선택한 사람들은 모두 도시삶을 계속하기 어려워 도망치듯 산골로 들어간 사람들이었다. 이 글의 저자 역시 그리 달라 보이지 않는다. 우리가 산골에서 자급자족을 자발적으로 진지하게 합리적 판단을 동원해서 긴 시간 숙고하고 계획해서 선택하는 경우가 드문 것은 그만큼 쉽지않은 선택이기 때문.그래서 난 절대로 이런 삶을 낭만적인 시선으로 보지 않는다. 이 책에 적힌 일곱식구의 삶을 가만히 들여다 보면서 꿋꿋이 어려운 생활을 헤쳐나가는 모습에 박수를 보내고 싶다. 그럼에도 도시와 상당히 단절된 곳에서 성장하는 다섯 아이에 대한 염려를 떨치기 어렵다. 어쩌면 내가 알고 있는 아..

기타 2021.08.07

이원규 [지리산편지] 계절을 담아 전하는 편지

30대 중반에 지리산에 들어가 자발적 가난을 실천하며 환경운동가로 살아가는 시인이 건네는 편지글. 봄, 여름, 가을, 겨울, 그리고 다시 봄. 계절의 변화가 느껴지는 그의 편지는 시인이 쓴 글 답다는 느낌이다. 그의 글 가운데서도 특히 아래 구절에 공감하면서 읽었다. 나도 시인과 마찬가지로 ‘개새끼’ ‘개 같은 놈’이라는 욕을 쓰지 않기로 했는데, 같은 이유에서였다. “한 번이라도 애지중지 강아지를 키워본 적이 있는 사람이라면 함부로 ‘개새끼’ ‘개 같은 놈’이라는 욕을 쓰지 않습니다. 가족이나 친척 중에 장애인이 단 한 명이라도 있다면 ‘병신’ ‘또라이’ ‘문둥이’ 등과 같은 욕을 하지 않습니다.” (말은 곧 마음의 표정입니다) “나 또한 반성합니다. 앞으로 남은 일평생 동안 ‘개새끼’ 혹은 ‘개 같은..

기타 2021.08.04

[불멸의 산책] 산티아고 데 콤포스텔라 순례기

Jean-Christophe Rufin, Immortelle Randonnee, 2013. 신성림역, 뮤진트리, 2015 나는 순전히 산책에 대한 책을 읽고 싶었다. 그런데 책을 빌려서 집에 와서 펼쳐드니 산티아고 데 콤포스텔라 순례기라는 것을 알고 좀 실망했다. 한 때는 산티아고 순례길을 걸어볼까 생각도 했지만 순례길에 대한 사진을 보고는 바로 그만두기로 했다. 작열하는 태양 아래 걸어야 한다는 것이 참으로 피곤할 듯 싶었다. 그런 길을 걸을 열망은 적어도 종교적 열망이 함께 할 때 가능하다는 생각도 들었고... 이 책의 저자처럼 그냥 걷고 싶어서라면 더 멋진 길들이 프랑스에도 많이 있다. 아무튼 장 크리스토프 뤼팽(Jean-Christophe Rufin)은 참으로 화려한 이력의 사람. 의사일을 하다가..

기타 2021.08.02

진중권 [레퀴엠]

1. 출판연도를 보니, 2003년. 한국군 이라크 파병과 관련해서 논란이 있었던 시절에 나온 책이었던 것으로 보인다 . 진보적인 대통령도 별수 없이 한국군을 이라크에 파병시키는 일이 벌어진 암울한 해였었던 기억이 난다 . 이 책은 한국군 이라크 파병을 비판하는 책이기도 하다. 2. 벤자민 브리튼의 전쟁레퀴엠에서 책의 형식을 빌어왔다니, 진중권 답다. 이 책도 미술과 음악에 대한 지식을 동원해서 책을 쓰고 있다. 오랜만에 벤자민 브리튼의 전쟁레퀴엠을 들어보고 싶다. 3. 내용 자체는 특별할 것도 없지만, 진중권, 글은 잘 쓴다. 얼마 되지 않는 분량의 책이기도 하고 술술 읽혀서 잠시 자리를 잡고 읽으면 금방 읽게 된다. 4. 전쟁은 절대적으로 벌어져서는 안 될 일이다.

기타 2021.07.26

페터빅셀 [나는 시간이 아주 많은 어른이 되고 싶었다]

1. 페터빅셀! 중학교시절 페터빅셀의 [책상은 책상이다]를 읽고 얼마나 즐거워했던가! 내 인생에서 절대로 잊을 수 없는 작가다. 하지만 난 그 작가를 내내 잊고 지냈다. 도서관에서 이 책을 우연히 발견했을 때까지. 2. 이 책은 페터빅셀이 2005년에서 2008년까지 기고한 칼럼글들을 모은 것이다. 한글 번역본 제목이을 왜 [나는 시간이 아주 많은 어른이 되고 싶었다]로 정했는지 책을 다 읽고 난 다음에도 이해가 되질 않는다. 3. 페터 빅셀(Peter Bichsel)은 1935년에 뤼체른에서 태어났지만, 뤼체른을 곧 떠났기에 그에게 이 뤼체른은 고향으로서의 의미는 없는 것 같다 . 지금은 졸로투른(Solothurn)에 살고 있고 나이가 80세를 넘었다. 우와!! 그는 독일어권 스위스 작가이자 언론인이다..

기타 2021.07.24

에쿠니 가오리 [당신의 주말은 몇개입니까]

에쿠니 가오리의 소설 [수박향기]의 글이 좋아 선택한 책. 나는 이 책이 소설책인줄로만 생각했는데... 알고보니 에세이집이다. 그녀가 결혼한지 3년되었을 때 신혼의 삶에 대해서 느끼고 체험하고 생각한 것을 적은 것이다. 깔끔하면서도 서늘한 글쓰기가 매력이 있다. 읽는 동안 재미있었다. 지금 신혼의 삶을 살고 있는 사람이 읽으면 더 재밌지 않을까? 그런데 에쿠니 가오리같은 아내도, 에쿠니 가오리의 남편같은 사람도 함께 살기는 좋지 않을 것 같다.

기타 2021.07.22

[프루스트를 좋아하세요] 프루스트 책이 우리 삶에 미칠 영향에 대한 알랭 드 보통의 생각

알랭 드 보통의 이 책은 원제가 How Proust can change your life이다. 이 책이 '생각의나무' 출판사에서 한글로 번역된 것은 2005년이지만 이 책이 영어로 나온 해는 1997년이라고 하니, 벌써 20년도 더 된 책이다. 나는 이 책이 나왔을 때 읽고 싶었지만 프루스트의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를 읽지 못했기에 그 책을 읽고 난 후로 책 읽기를 미뤘다. 그러다 보니 세월이 얼마나 잘 흘러가는지... 이 책을 읽고 나서 왜 그런 생각을 했던 것인지 후회했다. 사실 프루스트의 책을 읽지 않아도 이 책을 읽는 데 아무런 무리는 없다. 게다가 이 책을 읽었다고 해서 프로스트의 책을 읽는 데 크게 방해받을 일도 없다. 이 책은 저자 나름의 프루스트에게서 영향받은 바를 정리한 책으로 보면 ..

기타 2021.06.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