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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자비에 드 메스트르의 [내 방 여행하는 법]

Livcha 2021. 9. 12. 18:57

나는 도서관에서 이 책을 아주 우연히 발견하고는 깜짝 놀랐다.

이 책은 프랑스에 있을 때부터 읽어보고 싶었던 책이었는데, 읽지 못하고 이렇게 한국 땅에서 번역서를 발견했기 때문.

 

1. 이 책은 1796년에 쓰여진  18세기 후반부 책.

원제는 Voyage autour de ma chambre.

자신의 방 여행 이야기라니!

저자 Xavier de Maistre(1763-1852)는 참으로 신기한 사람인 듯하다.

 

그런데 알고 보니 저자가 42일간 가택연금된 상태에서 쓴 기록을 묶은 것이었다.

42년동안 갇혀 있는 동안 집안에서 여행한다는 기분으로 지낸다는 것, 괜찮은 생각이다 싶었다. 

 

2.저자의 생각 중 우리 인간이 영혼과 동물성으로 이루어졌다는 생각은 이해하기 어렵다.

영혼과 구별되는 동물성은 도대체 무얼까 생각하면 책을 읽다 보니, 

동물성은 신체와 결부된 동물적인 욕망이나 감정, 슴관적 생각같은 것일 수도 있겠다 싶었다.

거기에는 신체도 포함될까?

아무튼 참 신기한 구분이다. 

영혼은 몸을 떠나서 여기저기 떠돌면서 현실과 분리된다.

하지만 동물성은 몸과 꼭 붙어 있는 무엇인 듯.

나로서는 이런 식의 구분이 좀 의아하다.

 

3. 저자의 방에는 그림이 무척 많은 것 같다.

그래서 적지 않은 시간을 그림 감상을 하면서 시간을 보낸던 것 같다.

내 방이라면 물건이 거의 없으니,  이 작가처럼 그림 여행은 불가능하다.

그렇다면 내 방 여행보다 내 집 여행이 나을 것 같다. 그러면 할 일이 훨씬 많겠지.

 

4. 저자의 여행을 동반하는 두 생명체, 애견 로진과 하인 조아네티가 등장한다. 

시대 차이가 느껴지는 대목.

지금 이 시대에 내 방, 내 집을 여행한다면 개나 고양이가 동반하는 경우가 적지 않을테지만,

하인을 두고 있는 사람은 없을테니까...

아무튼 저자는 하인과 개에게서 철학과 인도주의를 배운다는 이야기, 참 솔직하고 흥미롭다.

 

5. 음악과 회화를 구별하는 저자의 구분법 역시도 이해가 힘들다.

"음악과 달리 회화에서는 취향과 감각 외에 사유하는 머리가 요구되기 때문이지요.

반면 머리와 가슴이 없어도 바이올린과 하프에서 멋진 소리를 끄집어내는 연주가를 우리는 얼마든지 찾아볼 수 있다."

참으로 동의하기 어려운 이야기. 

 

원래 기대했던 내용은 아니지만 저자의 창의적임은 인정.

나도 우리집 여행을 글로 한번 써 보면 어떨까? 하는 그런 생각이 들었다.

아무튼 코로나 시대에 내 방이든, 내 집이든 여행하는 법을 각자 한 번 생각해 보면 나쁘지는 않을 듯.