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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혜련 [학교종이 땡땡땡] 90년대말 여고교실 풍경

Livcha 2021. 10. 27. 20:37

김혜련 작가의 [밥짓는 시간], [고귀한 일상]을 읽고 난 후, 김혜련 작가가 교사시절 출간했던 베스트셀러 서적인 [학교종이 땡땡땡(1999)]을 읽었다. [학교종이 땡땡땡]은 교사의 시선에 걸러진 90년대말 여고 교실풍경이 담겼는데, 내게는 무척 충격적으로 다가왔다. 김혜련 작가의 유려한 글솜씨가 돋보이는 이 책은 끝까지 흥미롭게 읽을 수 있다. 

내가 경험했던 고교시절 교실풍경과는 판이하게 다른 모습이 놀라웠다. 

시대가 달라서인지, 아니면 서울이라는 도시의 차이 때문인지... 아니면 김혜련교사가 재직했던 그 학교가 특별했던 것인지...

반 아이들의 이름을 모두 알지 못하고 대부분의 교실친구들에 관심이 없는 아이들.

반 아이들 모두의 이름을 기억했을 뿐만 아니라 그 아이들 모두와 어울렸던 내 고교경험과는 너무 다르다.

컨닝에 아무런 죄의식도 없는 아이들.

내가 고등학교 다닐 때는 감독교사도 없었고 자율적으로 시험을 보았지만 커닝하는 아이들은 없었다. 

소풍가는 날을 기다리고 소풍날 다 함께 어울려서 춤도 추고 노래도 부르는 풍경은 90년대말 고등학생에게는 상상도 하기 어려운 일 같다. 

소풍날 다 함께 어울리는 일 따위는 없다. 원하지도 않는다. 빨리 각자 흩어져서 하고 싶은 일을 할 궁리뿐. 

수업 중 화장실에 다녀올 수 있다는 것은 상상도 할 수 없는 시절이었다. 

우리 때도 교사들 가운데 자기직업에 아무런 자긍심도 없었던 사람들도 적지 않았지만 이 책 속의 교사들은 자기 직업 자긍심은 커녕 교사 권력도 없어 보인다. 

아이들은 교사들 앞에서 자기 의견도 잘도 말하고, 심지어 적당히 교사 비위 맞추기도 능숙하다.

담배 피우는 일도 별난 일이 아니고 나름 외모 가꾸기에 여념 없는 아이들.

비록 교복은 입지 않았지만 헤어스타일의 자유도 없고 화장도 할 수 없는 우리시절과는 판이하다.

 

아이들은 확실히 더 자유로와졌다. 하지만 여전히 아이들에게 교실은 답답한 곳일 뿐.

선생들에게도 아이들에게도 학교란 공간은 정글이자 지옥같은 공간 같다. 

이 책 속의 아이들은 지금쯤 40대전후일 것 같다. 소위 MZ세대. 

세상 속에서 내가 만난 MZ세대 여성들은 다들 자기 생각이 뚜렷하고 인생관도 분명하고 나름 멋지게 자신의 삶을 꾸려나가고 있었다.

하지만 집 마련이 힘들어 전세나 월세로 살거나 부모님과 함께 살거나 결혼을 했어도 아이들이 없었다.

결혼하지 않은 여성들은 자신의 일에 집중하고 있었다.

이 책 덕분에 이들을 좀더 이해할 수 있게 된 것 같다.

 

이 책을 읽다 보니 내 고교시절을 떠올리게 되었다. 한 교실에 어울려지냈던 친구들과는 나름 재미있게 지냈다.

물론 그 친구들 가운데 지금껏 만나는 친구들은 단 한 명도 없지만. 힘든 시기를 함께 넘어가던 사이 정도였었나 보다. 

돌이켜보면 고등학교 시절은 답답하고 입시경쟁에 내던져진, 자유가 없던 시절로 그리 행복하지는 않았다. 

 

현재 2021년은 코로나 시절이라서 학교갈 일이 별로 없어서 어떨지 모르겠지만 이 아이들은 90년대 말의 아이들과 얼마나 다를까?

궁금하다. 요즘의 교사들은 또 어떨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