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책

[허락없는 외출] 녹색 가득한 그림책

Livcha 2021. 6. 25. 12:34

봉투를 뜯어서 책을 꺼내는 순간 녹색으로 눈부시다. 

'허락없는 외출'이라...

그림책을 펼쳐 한 페이지 한 페이지 넘겨가는데 글이 없다. 

맨 마지막 페이지에서 비로소 글이 나온다. 

저자는 독자로 하여금 그냥 느끼라 하는 것 같다. 

한밤중에서 새벽까지의 외출. 짙은 녹색에서 옅은 녹색으로 그리고 마침내 노란빛으로 끝이 난다. 

하얀 옷을 입은 아이는 밤새도록 숲을 거닌다. 

아름다운 꿈 같다.

지난 밤 나는 바위산을 헤매는 꿈을 꿨다. 가파란 바위에서 바위로 이동하는 일이 쉽지 않아 불안하고 두려운 꿈.

그런데 그림책 속 아이는 녹음이 울창한 숲을 헤맨다. 이 아이도 불안했던 것 같다.

한밤중 숲의 생명체들 속에서 다니는 일이 자유롭고 행복한 기분은 아니었으리라. 

그렇게 헤매다가 아침햇살이 비치니까 숲의 방황은 끝이 나고 햇살로 가득한 숲에서 안도감을 느끼는 아이. 

아이는 누구나 품고 사는, 나약하고 조그만 자신을 뜻하는 것으로 보인다. 

우리 삶은 불안과 두려움을 안고 헤쳐나가는, 분명한 길을 알지 못하는 숲을 헤매는 일과 닮아보인다. 

하지만 언젠가 밝은 아침 햇살이 따사롭게 비춰들 수도 있으리라 희망하는 작가의 마음이 엿보인다. 

 

잠깐이지만 초록색에 취할 수 있는 시간이 좋았다. 

불현듯 초록색을 좋아하는 트랜스젠더 작가 김비가 떠올랐다. 

그녀가 한 번 보면 좋을 것 같은 그림책이라는 생각이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