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수자감성

앤서니 브라운 [동물원] 동물이 아니라 사람을 위한 곳

Livcha 2022. 8. 20. 12:18

[동물원] 그림책 표지

영국 그림책 작가인 앤서니 브라운(1946-)의 [돼지책]은 앞서 소개했다. 이번에는 앤서니 브라운의 [동물원]을 소개하려 한다. 

이 그림책은 1992년에 'Zoo'란 동일한 제목으로 출간되었고 우리나라에서는 2002년 논장에서 번역출간했다. 

1992년 앤서니 브라운은 이 그림책으로 '케이트 그린어웨이상'을 수상했다. '케이트 그린어웨이상'을 수상한 작품으로는 두 번째로 소개하는 책이 되었다. 앞서 존 버닝햄의 [깃털 없는 기러기 브르카]을 소개했었다. 

 

[돼지책]은 아내와 어머니의 희생 위에서 굴러가는 보통의 정상가족을 비판적으로 그렸다면, [동물원]은 아빠, 엄마 그리고 두 아들로 구성된 4인가족의 동물원 나들이를 통해서 동물원 동물들의 생존권에 대해 성찰토록 한다.

둘다 진지하고 무거운 주제를 그림책을 통해서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한다는 점에서 아이들뿐만 아니라 어른들도 함께 읽으면 좋은 그림책이 되었다. 진지한 주제를 장황하고 따분한 글로 다룰 수도 있겠지만 오히려 이렇게 멋진 그림들과 간단한 이야기로 다루는 것이 더 효과적이라고 본다. 오늘날처럼 무거운 책을 읽지 않는 현대인에게 그림책은 접근하기 쉬운 장르니까. 

게다가 앤서니 브라운의 깔끔한 그림은 그림 자체만으로도 우리에게 즐거움을 준다. 

내 어린시절을 돌이켜보더라도 동물원에 가고 싶었던 이유는 여러 다양한 동물들을 직접 가까이서 볼 수 있어서였다. 특히 원숭이가 보고 싶었다. 그림책 속 형제도 고릴라와 원숭이가 보고 싶다고 한다. 그리고 기념품으로 원숭이 모자를 샀다.

내 어린 시절 동물원에는 고릴라도 백곰도 없었다.  만약 고릴라가 있다고 하면 이 아이들처럼 고릴라도 보고 싶다고 했을지 모르겠다. 

다 자라서도 가끔 동물원에 가고 싶었다. 여전히 동물을 가까이서 보고 싶어서였던 것 같다. 그리고 동물원의 녹지가 넓어서 쉴 수 있는 공간으로 생각되서이기도 했다. 하지만 동물원 속의 동물이 나른하고 그다지 행복해보이지 않는다는 것은 알았던 것 같다. 백곰의 반복적인 움직임은 가둬서 키우는 아이들의 행동과 닮아 있었다.  

특히 실내 어두운 우리에 갇힌 고릴라를 보았을 때는 마친 감옥에 갇힌 우울한 수인을 연상시켜 충격을 받았다.

행복하지 않은 정도가 아니라 무척 불행해보였다.

동물원이 동물들의 행복을 위해서가 아니라 인간의 재미거리에 불과하다는 것을 어른이 되어서는 분명히 깨닫게 되었다. 그리고 점차 동물원에서 멀어졌다. 

지금은 이런 식의 동물원에 반대하는 입장이다.  동물들을 방해하지 않으면서 멀리서 망원경이나 영상으로 지켜보는 것으로 만족한다. 멸종위기종인 동물을 보호하기 위해서라면 그림책 속의 동물원은 필요치 않다고 본다. 

그림책 속 아이는 집에 돌아와서 자신이 우리에 갇혀 있는 꿈을 꾼다. 이 아이도 나처럼 우리에 갇힌 고릴라에게 충격을 받은 것 같다. 

동물들을 좋아하고 사랑하는 마음이 동물원 나들이로 상처받아서는 안 된다. 동물들을 어떻게 사랑하고 함께 할지에 대한 고민을 어릴 때부터 제대로 할 수 있도록 도우려면 어른들부터 동물의 생존권에 대한 진지한 고민이 필요할 것이다. 그림책 속 아버지는 그런 고민이 없는 사람이다. 적어도 어머니는 동물원이 동물을 위한 곳이 아니라 사람을 위한 곳임을 분명하게 이해한다.

하천가에서 아이들을 데리고 나와 새들이 헤엄치는 하천에 돌던지기를 하고 있는 아버지를 보고 있으면 한심스러움을 넘어 화가 난다. 이런 부모와 함께 자란 아이가 동물들을 진정으로 사랑하는 법을 배울 수나 있을까? 하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