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수자감성

사이 몽고메리 [좋은 생명체로 산다는 것은] 동물들과의 교감의 기록

Livcha 2023. 8. 15. 12:19

[좋은 생명체로 산다는 것은] 책표지

동물 생태학자 사이 몽고메리(Sy Montgomery, 1958-)의 [좋은 생명체로 산다는 것은]은 'How to ge a good creature: A memory in thirtheen animals'라는 제목으로 2018년에 출간되었고 우리나라에서 '더숲'에서 2019년에 번역출간되었다. 

제목이 마음에 들어서 이 책을 도서관에서 빌렸다. 

책을 읽고 나서 든 느낌은 따뜻했다. 이 작가의 동물사랑이 그대로 전해져오는 듯했다.  

동물들에게 감사의 말을 전하는 책은 흔치 않다. 

작가 이력을 살펴보면 '인디애나 존스이자 에밀리 디킨슨'이라고 불린다는 구절이 나온다. 

사이 몽고메리는 오지 정글을 탐험하면서 야생동물을 연구하고 동물들과의 교감을 글로 쓴다고 한다. 하지만 탐험을 하지 않을 때는 자신과 남편이 키우는 동물들과 함께 조용히 산다고. 

원제의 부제를 보면 13마리 동물에 관한 추억이라고 되어 있다. 소개된 동물들 대부분은 더는 이 세상 동물이 아니다. 

나는 동물들에 대한 이야기들 가운데 '대문어 옥타비아'를 읽으면서 감동을 받았다. 

그래서 이 작가의 <문어의 영혼>이라는 책을 읽어보기로 결심했다. 

문어가 지능이 높은 동물이라는 것은 이미 알고 있지만 문어에 대해서 잘 알지는 못했다. 

그런데 저자의 글을 통해서 알게 된 문어는 참으로 독특하고 아름답고 영리한 동물로 보였다. 

난 내가 문어를 먹지 않는 것이 다행이라는 생각을 했다. 

꿀꿀이 부처 크리스토퍼 호그우드

<노트>

들어가는 말

- 동물들은 과연 내 인생에 어떤 가르침을 주었을까? 그들은 내게 좋은 생명체로 살아가는 법을 알려주었다.

 

6장. 나를 바꿔놓은 우아한 움직임-보더콜리 테스

-동물들과의 삶은 언제나 그랬다. 사랑하는 동물들은 앵무새와 거북이를 빼고는 다들 우리보다 훨씬 먼저 죽는다. 이러한 삶의 순리가 견딜 수 없이 슬펐다. 나는 독사와 식인동물이 사는 숲과 지뢰밭을 탐험하다가 크리스토퍼와 테스보다 먼저 죽고 말 거라고 친구들과 농담을 하고는 했다. 나는 죽는 게 두렵지 않았다. 죽음이란 또 다른 세계로의 여행일 뿐이라고 생각했다. 언젠가는 다들 가게 될 테니 말이다. 만약 천국이 있고 내가 그곳에 간다면, 사랑했던 동물들과 다시 만날 수 있으리라고 믿었다. 하지만 킈스토퍼와 테스가 떠나고 홀로 남겨질 것을 생각하니 너무 두려웠다. 

(사랑하는 동물들이 먼저 죽을까 두려워하고 이들이 먼저 죽고 나면 우울증으로 고통하는 작가의 모습에서 내 모습을 보았다. 내가 동물을 키우지 않는 이유 중 하나도 동물이 먼저 죽을 때의 슬픔에 대해서 너무 잘 알고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또 그 동물이 혹시나 나보다 더 오래 살아서 고통받을 수도 있다는 것 역시 동물을 키우고 싶지 않은 이유다. 하지만 가장 중요한 이유는 저자처럼 동물들이 안락하게 살 환경을 제공해 줄 수 없기 때문이다.)

 

8장 더 넓은 마음과 크 사랑이라는 선물-보더콜리 샐리

-사랑하는 이들이 죽으면서 우리에게 남긴 선물이 바로 더 넒은 마음과 더 큰 사랑이다. 샐리를 만나기 이전에 함께 했던 모든 동물 덕분에 나는 이 철없고, 엉뚱하고, 귀엽고, 자신만의 매력이 넘치는 개에게 큰 사랑을 줄 수 있었다. 그리고 이 사랑에는 몰리에 대한 사랑, 테스에게 느꼈던 사랑, 크리스토퍼를 향했던 사랑이 모두 담겨 있다.

 

9장 인간과 다른 종을 이해한다는 것-대문어 옥타비아

-아테나와 친해지려고 그 후로도 수족관을 두 번인가 더 방문했더니 이제는 나를 알아보는 것 같다. 시애틀 수족관에서 진행한 실험에서도 문어가 사람을 알아본다는 것이 증명되었다. 

(사실 나는 사람과 다른 종의 동물, 특히 포유류가 아닌 동물과 소통하고자 했을 때 이 동물이 과연 나를 알아볼 수 있을지가 항상 궁금했다. 집오리들에게 사랑을 나눠주던 시기에 나는 집오리들이 나를 알아본다고 믿었다. 그런데 정말로 이 오리들이 나를 알아본 것인지는 아직도 궁금하다. )

 

-"문어들도 저마다 성격이 달라요. 바닷가재로 그런걸요." 윌슨이 설명했다. 아쿠아리스트들은 자신이 돌보는 문어마다 성격이 다르다는 사실을 잘 안다. 그래서 이름을 붙일 때도 각자의 상황을 반영해서 이름을 짓는다. 

(우리는 문어나 바닷가재를 식재료로 생각할 뿐, 이들이 각각 상이한 성격을 갖는 개체성을 띤 생물임을 전혀 생각하지 않는다. 우리 인간이 잡식을 하고 살아가긴 하지만 우리가 먹는 동물들도 우리처럼 감정을 느끼고 개체적 특성을 지니고 있다는 사실을 인식한다면 동물 섭취는 나의 생존을 위해 최소한으로 줄일 수 있다고 믿는다.)

 

-옥타비아는 가장 큰 빨판 하나만으로도 13.5킬로그램짜리 물건을 들 수 있는데, 여덟개의 다리에 각각 200개의 빨판이 달려 있었다. 문어는 자신보다 100배 무거운 상대로 충분히 끌어당길 수 있다고 한다. 스콧의 말마따나 옥타비아의 무게가 18킬로그램이라고 한다면, 1800킬로그램을 당길 수 있는 힘으로 54.5킬로그램인 나를 상대하는 셈이었다.

 

-개는 태반이 있는 모든 포유동물과 마찬가지로 인간과 유전물질의 90퍼센트가 일치한다. 또한 개는 사람과 함께 진화했지만 문어와 사람의 진화에는 5억년의 격차가 있다. 문어와 사람은 땅과 바다만큼 다른 것이다. 우리가 문어처럼 사람과 완전히 다른 존재를 이해하는 게 가능한 일일까?

 

-감정이란 인간에게만 국한된 것이 아니다. 동물의 감정을 잘못 해석하는 것보다 동물에게 감정이 아예 없다고 단정 짓는 것이 훨씬 더 악질적이다.    

 

-문어는 뉴런의 5분의 3이 뇌가 아니라 다리에 분포되어 있어서 멀티태스킹이 가능하다. 각가의 다리마다 별도의 뇌가 달린 셈이다. 각각의 뇌는 자극을 갈망하고 또 즐긴다. 

 

-수족관에 사는 문어는 장난감을 갖고 놀길 좋아한다. 유아용 장난감도 곧잘 갖고 노는데 특히 미스터 포테이토헤드를 붙였다 떼었다 하는 놀이와 레고를 좋아한다. 병 뚜껑을 열고 직접 게살을 꺼내 먹을 수 있으며, 다 먹고 나서 뚜껑을 다시 닫아놓기도 한다. (...) 무엇보다 물건을 조작하는 일 자체를 즐긴다고 봐야 한다.

 

-보통 어미 문어는 식음을 전폐하면서 알들 곁을 한순간도 떠나지 않는다. 그래서 야생에서 알을 낳는 문어는 그대로 굶어죽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