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타 26

[solitude Nord] 19세기 모피사냥꾼처럼 북아메리카 땅을 횡단한 모험가들의 생생한 체험을 담은 사진집

최근 다시 도서관에서 백신패스를 요구하지 않는다고 하지만 얼마전까지만 해도 백신패스를 제시해야 하는 상황 자체가 스마트폰이 없는 내게는 출입이 불편해서 집에 있는 책들을 읽으면 지내도록 했다. 아직도 책장에는 읽지 못한 책들이 산더미로 꽂혀 있고 더 열심히 읽지 않으면 죽기 전까지 이 책들을 모두 읽지 못하겠다는 불안이 매순간 덮쳐오고 있다. 아무튼 이번에 내가 읽은 책은 Alain Rastoin과 Nicolas Vanier의 북아메리카의 얼어붙은 북쪽지방을 횡단하는 모험을 담은 사진집이다. 이 책은 1989년 Nathan출판사에서 나온 책으로 현재는 절판상태. 내가 이 책을 구입한 것은 20년 전. '2001년 9월2일에 프랑스 릴의 대규모 벼룩시장 축제때 구입했던 것'으로 책 말미의 기록을 보지 못했..

기타 2022.01.24

[대담] 인문학자 도정일과 생물학자 최재천의 수다

[대담(휴머니스트, 2005)]를 선물받고 책꽂이에 꽂아 두다가 책정이를 하는 중에 이 책을 읽게 되었다. 긴 세월을 보낸 책은 책표지가 좀 바래졌다. 도정일에 대해서는 아는 바가 없었지만 생물학자 최재천은 익히 알고 있는 학자여서 어떤 이야기를 펼칠지가 궁금했다. 읽다 보니 생각보다 두 사람의 수다가 흥미로왔다. 생물학자로서의 최재천의 이야기도 재미나지만 도정일이야말로 이야기꾼이구나 싶었다. 가벼운 마음으로 두 사람의 수다를 따라갈 수 있어 누구나 읽기 쉬운 책이다. 수다 중 관심있는 대목을 여기 옮겨둔다. "생물학자들은 우울증이 인간의 본성 가운데 하나라고 믿습니다. 우울증은 공포에 적응하려는 본성이고, 나쁜 일이 다시 일어나지 않도록 환경에 적응하는 과정에서 생기는, 아주 자연스러운 현상이지요."(..

기타 2021.11.16

김혜련 [학교종이 땡땡땡] 90년대말 여고교실 풍경

김혜련 작가의 [밥짓는 시간], [고귀한 일상]을 읽고 난 후, 김혜련 작가가 교사시절 출간했던 베스트셀러 서적인 [학교종이 땡땡땡(1999)]을 읽었다. [학교종이 땡땡땡]은 교사의 시선에 걸러진 90년대말 여고 교실풍경이 담겼는데, 내게는 무척 충격적으로 다가왔다. 김혜련 작가의 유려한 글솜씨가 돋보이는 이 책은 끝까지 흥미롭게 읽을 수 있다. 내가 경험했던 고교시절 교실풍경과는 판이하게 다른 모습이 놀라웠다. 시대가 달라서인지, 아니면 서울이라는 도시의 차이 때문인지... 아니면 김혜련교사가 재직했던 그 학교가 특별했던 것인지... 반 아이들의 이름을 모두 알지 못하고 대부분의 교실친구들에 관심이 없는 아이들. 반 아이들 모두의 이름을 기억했을 뿐만 아니라 그 아이들 모두와 어울렸던 내 고교경험과는..

기타 2021.10.27

그자비에 드 메스트르의 [내 방 여행하는 법]

나는 도서관에서 이 책을 아주 우연히 발견하고는 깜짝 놀랐다. 이 책은 프랑스에 있을 때부터 읽어보고 싶었던 책이었는데, 읽지 못하고 이렇게 한국 땅에서 번역서를 발견했기 때문. 1. 이 책은 1796년에 쓰여진 18세기 후반부 책. 원제는 Voyage autour de ma chambre. 자신의 방 여행 이야기라니! 저자 Xavier de Maistre(1763-1852)는 참으로 신기한 사람인 듯하다. 그런데 알고 보니 저자가 42일간 가택연금된 상태에서 쓴 기록을 묶은 것이었다. 42년동안 갇혀 있는 동안 집안에서 여행한다는 기분으로 지낸다는 것, 괜찮은 생각이다 싶었다. 2.저자의 생각 중 우리 인간이 영혼과 동물성으로 이루어졌다는 생각은 이해하기 어렵다. 영혼과 구별되는 동물성은 도대체 무얼까..

기타 2021.09.12

[내가 걸어서 여행하는 이유] 도보여행의 광적인 열정

프랑스 소설가 올리비에 블레이즈가 쓴 [내가 걸어서 여행하는 이유(2017, 북라이프)]를 손에 든 것은 제목 때문이었다. 도대체 이 소설가는 왜 걷는걸까?하는 질문에 어떤 대답을 내놓았는지 궁금했다. 하지만 책을 다 읽고 난 다음, 소설가가 도보여행에 열정을 쏟는 이유는 자신도 제대로 알지 못한다는 사실이었다. 그냥 걷고 싶다,는 것이 내가 발견한 이유라면 이유일까? 확실히 제목에 낚였다. 원래 제목은 'L'art de la marche'로 번역해보자면 '걷기의 기술' 정도가 될 것이다. 사실 이 원제가 글에 적합한 제목임이 틀림없다. 우리는 그의 막무가내식 걷기에 있어 그가 어떤 실수를 하고, 어떤 무모한 짓을 벌이고 어떤 위험과 행운에 노출되는지를 발견하며 그 상황에 그가 어떤 방식으로 대처하는지를..

기타 2021.08.11

[다라야의 지하비밀도서관] 봉쇄도시의 평화로운 저항

시리아의 수도에서 7킬로미터 떨어진 도시, 2012년 11월에 봉쇄된 도시, 그리고 2016년 8월말 강제퇴거조치당한 도시, '다라야'. '다라야'는 시리아 고어로 '집이 많은 곳'이라는 뜻이라지만, 4년동안 봉쇄된 상태에서 8천개 이상의 폭탄이 떨어져 결국에는 폐허가 된 도시. 그 도시에서 저항했던 청년들, 그 청년들은 건물 잔해 아래서 책을 수집하고 그 책을 모아 지하에 도서관을 만들었단다. 2013년 말부터 책을 수집하기 시작해서 2016년 8월 그곳을 떠나도록 강제당했을 때까지 존재했던 비밀 도서관. 프랑스 지 특파원이 델핀 미누이가 우연히 SNS에서 발견한 사진 한 장에서 시작한 소통. 그 소통의 이야기를 우리에게 책으로 묶어 전한다. 도시가 봉쇄되어 연일 하루에도 수없이 폭탄이 떨어지는 그곳에..

기타 2021.08.08

[야생속으로] 알래스카에서 죽은 청년의 열정적 모험

존 크라카우어는 논픽션의 대가로 불리는 사람이라고 한다. 그가 출판한 [야생 속으로]는 알래스카에서 16주를 자급자족하면서 보낸 청년 크리스 맥캔들리스가 시신으로 발견된 사건을 놓고 크리스 맥캔들리스가 죽기 전 만난 사람들의 이야기, 그 사람들에게 맥캔들리스가 보낸 편지나 엽서, 그리고 가족들이 전해 준 맥캔들리스의 어린시절을 재구성해 보고, 작가가 맥캔들리스가 시신으로 발견된 장소를 둘러보면서 그의 사인이 무엇이었을지 추리해보는 과정을 담았다. 존 맥캔들리스라는 청년은 소로우와 존 뮤어로부터 영향을 받았으며 잭 런던의 책 읽기를 좋아했다 . 그는 분명 이상주의자이고 원시적 자급자족 삶을 동경했으면 자본주의적 삶을 경멸했다. 열정이 넘쳤고, 성실했으며, 하지만 경솔했다. 모험을 향한 열정을 불태우고 새로..

기타 2021.08.08

[1%의 우정] 우정이 아니라 로맨스를 이야기하는 지루한 책

도서관에서 우연히 발견한 이 책, Le Second souffle(Philippe pozzo di Borgo, 2011) 나는 이 책을 발견하자마자 이들의 우정이 궁금했다. 전신마비인 귀족출신 부자와 아프리카출신의 가난한 백수의 만남, 그리고 이들이 만드는 우정. 책은 기대한 것만큼 흥미롭지는 않았다. 중간에 그만 읽을까 하다가 지루했지만 일단 계속 읽어나가기로 했다. 다 읽고 나니 이 책은 저자인 필립과 아내 베아트리스의 사랑 이야기라고 하는 것이 더 낫겠다. 1%의 우정은 적당한 제목이 아닌듯! 필립 포조 디 보르고는 패러글라이딩의 취미를 가졌다. 이 익스트림 스포츠 때문에 사고가 나고 전신마비환자가 된 것. 패러글라이딩을 하면서 독수리가 된 것 같은 기분이었다는 그의 욕망을 이해하지 못할 것은 아니..

기타 2021.08.07

[선이골 외딴집 일곱 식구 이야기] 산골에서 자란 아이들은 잘 컸을까?

강원도 산골에서 다섯아이를 키우며 사는 부부이야기. 산골에서 자급자족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그럼에도 다소 극단적으로 보이는 이런 삶을 선택한 사람들은 모두 도시삶을 계속하기 어려워 도망치듯 산골로 들어간 사람들이었다. 이 글의 저자 역시 그리 달라 보이지 않는다. 우리가 산골에서 자급자족을 자발적으로 진지하게 합리적 판단을 동원해서 긴 시간 숙고하고 계획해서 선택하는 경우가 드문 것은 그만큼 쉽지않은 선택이기 때문.그래서 난 절대로 이런 삶을 낭만적인 시선으로 보지 않는다. 이 책에 적힌 일곱식구의 삶을 가만히 들여다 보면서 꿋꿋이 어려운 생활을 헤쳐나가는 모습에 박수를 보내고 싶다. 그럼에도 도시와 상당히 단절된 곳에서 성장하는 다섯 아이에 대한 염려를 떨치기 어렵다. 어쩌면 내가 알고 있는 아..

기타 2021.08.07

이원규 [지리산편지] 계절을 담아 전하는 편지

30대 중반에 지리산에 들어가 자발적 가난을 실천하며 환경운동가로 살아가는 시인이 건네는 편지글. 봄, 여름, 가을, 겨울, 그리고 다시 봄. 계절의 변화가 느껴지는 그의 편지는 시인이 쓴 글 답다는 느낌이다. 그의 글 가운데서도 특히 아래 구절에 공감하면서 읽었다. 나도 시인과 마찬가지로 ‘개새끼’ ‘개 같은 놈’이라는 욕을 쓰지 않기로 했는데, 같은 이유에서였다. “한 번이라도 애지중지 강아지를 키워본 적이 있는 사람이라면 함부로 ‘개새끼’ ‘개 같은 놈’이라는 욕을 쓰지 않습니다. 가족이나 친척 중에 장애인이 단 한 명이라도 있다면 ‘병신’ ‘또라이’ ‘문둥이’ 등과 같은 욕을 하지 않습니다.” (말은 곧 마음의 표정입니다) “나 또한 반성합니다. 앞으로 남은 일평생 동안 ‘개새끼’ 혹은 ‘개 같은..

기타 2021.08.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