늙음과 죽음

[내가 함께 있을게] '죽음'을 비유적으로 다룬 그림책

Livcha 2022. 8. 1. 13:16

[내가 함께 있을게] 그림책 표지

볼프 에를브루흐가 쓰고 그린 [내가 함께 있을게]는 죽음을 다룬 그림책이다. 이 책은 2007년 독일에서 'Ente, Tod und Tulipe(오리, 죽음 그리고 튤립]'이란 제목으로 출간되었고 우리나라에서는 2007년에 웅진 주니어에서 번역출간했다.

죽음을 맞는 오리 그림을 보다 보니, 내가 지켜 보고 돌보기도 했던, 하지만 죽음을 맞은 하천의 집오리들이 떠올랐다.

 

볼프 에를브르후(Wolf Erlbruch, 1948-) 는 독일의 어린이 책 작가이자 일러스트레이터다. 

때때로 그의 그림은 초현실주의적 스타일로 평가된다. 그리고 죽음과 삶의 의미와 같은 무거운 주제를 다룬 책들도 있다. 

이 그림책이 바로 그런 그림책이다. 

재미난 그림책인 [누가 내 머리에 똥 샀어?(2001)]에서 볼프 에를브루흐는 베르너 홀츠바르트의 글에 재미난 그림을 그렸었다. 한동안 이 그림책을 소중하게 책장에 꽂아두었다가 조카에게 선물했었다. 

죽음이 항상 곁에 있었지만 그의 존재를 느끼지 못하다가 어느날 죽음의 존재를 가까이에서 느끼게 된 오리의 이야기는 바로 우리들의 이야기다. 

우리는 죽음을 두려워하지만 죽음이 가까이 오면 처음에는 놀라지만 그림책 속 오리처럼 조금씩 죽어가는 여정을 받아들이면 죽음이 '꽤 괜찮은 친구'라는 것을 알게 된다. 그래서 죽음을 다정하게 껴안을 수 있다.   

죽음은 죽음 후 오리가 갈 세상도, 죽음 후 오리가 떠날 세상에 대해서도 아무런 이야기를 해주지 않는다.

죽으면 어찌 될지 우리는 계속 상상해보지만 죽음은 우리에게 죽은 후에 대해서 대답해주지 않는다. 

우리가 죽은 후 세상이 어떻게 될지 생각해 보지만 그림책 속의 죽음의 말대로 우리가 죽으면 세상은 없다. 적어도 죽은 우리에게.

마침내 오리가 죽었을 때 죽음은 오리에게 계속 가지고 있던 튤립 한송이 건네며 오리가 삶을 떠나 죽음으로 가는 여정에 인사를 보낸다. 

 

그림책은 죽음이 가까이 다가왔다고 느껴지는 순간부터 죽어가는 과정, 죽음의 순간까지를 다룬다. 

작가의 이야기 속 죽음은 다정한 느낌이 든다. 

사실 죽음은 힘든 삶을 마무리하는 존재에게 다정한 존재일 수도 있을 것 같다. 

오리의 죽음은 슬프지만 죽음이 따뜻하게 표현된 이 그림책이 마음에 든다. 

 

앞서 떠나간 집오리들이 죽음이 건넨 튤립을 받고 이 세상을 떠나가는 상상을 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