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책

미야베 미유키 [솔로몬의 위증] 3 법정, 5일간 펼쳐진 교내재판

Livcha 2022. 8. 14. 18:20

[솔로몬의 위증] 3권의 표지

8월의 습한 무더위 속에서 미야베 미유키의 [솔로몬의 위증]3권을 읽는 즐거움이 컸다. 

시기적으로 맞아떨어진 때문도 있었다. 소설 속 시기도 무더운 한여름 8월중순이다. 

[솔로몬의 위증]3권은 '3부 법정'과 에필로그로 20년 후인 '2010년 봄'으로 구성되어 있다.

3부는 1991년 8월 15일부터 8월20일까지 휴정을 포함한 5일간의 교내재판을 다루었다.

 

그래서 3부는 다음과 같은 순서로 7부분으로 나눠져 있다.

1. 8월15일 교내재판 개정일,  

2. (제목 없음) 

3. 8월16일 교내재판 둘째 날

4. 8월17일 교내재판 세째 날

5. 8월18일 교내재판 네째 날

6. 8월19일 교내재판 다섯째 날

7. 8월20일 교내재판 마지막 날

 

교내재판은 검사나 변호인이 증인을 소환해서 질문을 하고 이야기를 듣는 방식으로 이루어지는데, 이미 1,2권에서 알고 있는 내용도 나오고 새로운 증인의 등장으로 새로운 사실들이 드러나기도 한다. 특히 교내재판 네째날과 마지막 날이 흥미롭다. 

 

네째날 오이데 슌지의 알리바이가 새로운 증인에 의해 입증된다. 12월 25일 자정무렵 오이데 슌지가 집에 있었음을 입증한다.

미야케 주리의 거짓 고발장에서 출발해서 오이데 슌지의 살인 혐의를 입증하려고 한 검사측은 입증에 실패한다. 미야케 주리는 증인으로 재판에 두 번 나오지만 끝까지 자신의 거짓말을 철회하지 않는다. 이미 거짓말이라는 것이 드러났음에도. 그녀는 왜 거짓말을 끝까지 포기하지 못했을까?  

 

마지막 날, 가시와기 집 통화기록 가운데 공중전화에서 건 5번의 수신기록에 관한 진실이 드러난다. 마지막 날의 세 명의 증인에 의해서.

누가 왜 공중전화에서 전화를 걸었으면 그 전화를 받은 사람은 누구냐?가 관심사인데, 우선 가전제품 가게를 하는 고바야시씨가 24일 저녁 공중전화박스에서 전화한 아이가 누구인지 밝혀준다.  

 

나는 미야베 미유키의 미스터리 소설의 강력한 힘이 캐릭터라고 생각하는데, [솔로몬의 위증]에서도 확인할 수 있었다. 바로 가시와기 다쿠야와 간바라 가즈히코. 죽은 가시와기 다쿠야란 인물이 압도적으로 흥미롭다. 하지만 죽은 가시와기 다쿠야의 자살을 입증하고 오이데 슌지의 무죄를 밝히려 한 변호인 간바라 가즈히코는 어린 시절의 불행한 사건을 경험했다는 이유로 가시와기 다쿠야의 흥미를 끈 인물이다.

이 둘은 친한 친구였으며, 이들이 친구가 된 것은 바로 다키자와 스구루 선생의 학원에서였다. 이 학원 선생은 마지막 날 세 명의 증인 중 한 사람이다. 학교에서 그나마 가시와기 다쿠야가 대화를 나누었던 선생이 단노 미술선생이라면, 학원강사 다키자와 스구루는 가시와기 다쿠야에 믿음을 주고 속내를 털어놓게 한 선생이었다. 학교시스템과 사회시스템에 불만을 품고 불신했했던 가시와기 다쿠야에게 그나마 다키자와 학원이 가시와기 다쿠야의 숨통을 틔어주는 공간이었다.

학부모와의 갈등과 그릇된 소문으로 다키자와 선생이 도쿄의 학원을 폐쇄할 수밖에 없게 되자 가시와기 다쿠야는 분노한다. 옳은 것이 압살당하고 바보들이 설친다고 생각했다. 가시와기 다쿠야는 왜 학교를 다녀야 하고 사회에서 살아가야 하는지 그 이유를 찾을 수 없었다. 어린 시절 불행한 사건을 겪고 고아가 되어 입양되었지만 밝게 지내는 간바라 가즈히코는 삶이 의미가 없다고 여기는 가시와기 다쿠야에게 흥미를 준다. 죽기 직전 가시와기 다쿠야는 간바라 가즈히코와 게임을 하며 도발해보지만 실패하고 삶을 접는 선택을 한다. 

가시와기 다쿠야의 학교와 사회에 대한 불만과 분노는 나의 청소년기를 떠올려보더라도 충분히 이해가 된다. 나만 해도 학교를 다니는 것이 의미가 없어 학교를 그만두려고 생각해본 적도 있다. 하지만 난 학교를 그만두지도 자살을 선택하지도 않았다. 하지만 가시와기 다쿠야는 등교거부에 이어 자살을 선택한다. 가시와기 다쿠야라는 인물은 참으로 안타까운 마음이 들게 한다. 좀더 긍정적으로 불만과 분노를 풀어낼 수도 있었을텐데... 어쩌면 가시와기 다쿠야의 자살은 그 누구도 막을 수 없었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소설 속 가시와기 다쿠야는 점차적으로 간바라 가즈히코라는 친구를 힘들게 몰아넣는다. 급기야 간바라 가즈히코는 가시와기 다쿠야를 포기하게 되고 그의 죽음을 놓고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이라고 스스로 결론짓기에 이른다. 가시와기 다쿠야의 자살이 간바라 가즈히코라는 친구를 더 어둠 속으로 끌고 들어갈 수도 있을 상황이었지만 소설은 어떤 의미에서 해피엔딩이다.  '정당방위'라는, 변호인의 조수 노다 겐이치의 주장과 더불어 9명의 배심원의 현명한 결론이 간바라 가즈히코를 가시와기 다쿠야라는 인물의 블랙홀에서 빠져나올 수 있도록 돕는다. 

 

"그래서 너는 도망쳤다. 스스로를 지키기 위해. 그뿐이다. 살의는 공포나 분노와는 다르다. 그것은 무시무시한 굶주림이다. 가해자든 피해자든 라지 않고 통째로 삼키려 드는 굶주림이다. 나는 알고 있다. 다른 사람은 몰라도 나는 알고 있다."(노다 겐이치의 생각) 

 

미야베 미유키의 미스터리는 어떤 사건이 벌어지기까지 인물의 심리상태, 주변인물과의 관계를 세밀하게 그려내는 점이 돋보인다. 가시와기 다쿠야의 죽음의 진실이 자살임을 알 수 있었음에도 끝까지 이 책을 읽게 한 것은 궁금증이 줄어들지 않았기 때문이다. 가시와기 다쿠야가 자살을 했는지 살해되었는지는 이 미스터리의 핵심이 아니다. 오히려 가시와기 다쿠야는 어떤 인물이며 왜 자살을 했을까?가 더 중요한 의문이다. 이 질문에 대한 대답이 마지막까지 흥미진진하게 조금씩 주어진다. 그와 더불어 주변 인물들의 심리상태도 세심하게 그려내어 흥미를 더했다.

 

무더운 8월에 읽기 좋은 미스터리물이다. 

 

이 책을 마지막으로 지금껏 우리나라에 번역출간된 미야베 미유키의 책을 모두 읽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