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책

앤서니 브라운 [공원에서 일어난 일] 4가지 관점의 동일공간 속 이야기

Livcha 2022. 8. 22. 15:20

[공원에서 일어난 일] 그림책 표지

앤서니 브라운(1946-, 영국 그림책작가) 그림책으로는 네 번째 소개다. 지금까지 [돼지책(1986)], [동물원(1992)], [특별한 손님(1984)]을 소개했고, 이번에는 [공원에서 일어난 일].

[공원에서 일어난 일]은 원제가 'Voices in the park'이다. 원제를 왜 이렇게 붙였을까? 잠시 갸우뚱했다. 아마도 찰스 엄마와 찰스, 스머지 아빠와 스머지, 모두 네 사람의 이야기가 같은 공원에서 동선이 겹쳐져 벌어진 일을 각기 다른 네 사람의 시선으로 보여줘서 복수로 '목소리들'이라고 했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해보았다. 

 

이 그림책은 1998년 출간되었고 우리나라에서는 2007년 삼성출판사에서 번역출간되었다.

표지를 보면 커트 마쉴러 상 수상작이라고 나와 있다. 1998년 커트 마쉴러 상을 받았다.

Kurt Mashler Award에 대해서 살펴보니까, 1982년부터 1999년까지 매년 어린이를 위해 상상력 넘치는 작업을 해준 글작가와 그림작가에게 수여되는 영국문학상이다. 커트 마쉴러는 에리히 케스터너가 쓴 독일 아동장편소설 [에밀과 탐정들(1929)]를 출간해 유명해진 출판인이다.   

찰스와 찰스 엄마

앤서니 브라운은 이야기를 네 사람의 관점에서 보여준다.

공원에서 우연히 부딪친 네 사람은 각자 보고 경험하는 것이 다르다.   

하지마 조금 떨어져서 이들을 보고 있으면 같은 공간 속에서 하는 각자의 경험이 서로 연결되어 있음을 알 수 있다. 

스머지 아버지와 스머지

이 그림책에서도 앤서니 브라운의 유머를 발견할 수 있다. 

공원에서 돌아가는 길의 스머지 기분이 즐겁다는 것을 그림은 그대로 보여준다. 그림 속의 사람들이 튀어나와 춤을 추고 구걸하던 노숙인 산타클로스도 춤을 추고 있다.   

그리고 빌딩 위의 고릴라는 마치 킹콩같다. 

[특별한 손님]에서도 등장했던 중절모, 우산, 머리 위의 갈매기를 여기서도 찾아볼 수 있어 즐겁다. 

마그리트에 대한 애정표현이 아닐까 싶다. 

중절모 구름이 둥실둥실 떠 있다. 

공원에서 만나 즐겁게 놀았던 찰스네 누렁이 빅토리아와 스머지네 검둥이 알버트의 모습이 컵 속에 담겨 있다. 

컵이 놓여 있는 선반은 녹색 잔디 같고, 벽지는 푸른 하늘같다. 

컵에 꽂아둔 개양귀비가 마치 공원에 피어 있는 듯한 기분이 든다. 

초현실적인 느낌의 이 마지막 그림도 초현실주의 화가인 마그리트에게 헌정하는 것만 같다. 

 

이야기의 내용보다 이야기의 구성과 그림이 돋보이는 그림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