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책

[영자 아줌마네 양장점] 1970년대의 풍경과 다채로운 '시장' 정보

Livcha 2022. 8. 24. 13:23

[영자 아줌마네 양장점] 그림책 표지

개인적으로 우리나라에서 출판한 그림책들 가운데 한국적인 그림체의 그림책에 관심이 많다. 그리고 이야기 자체도 우리나라적 색채가 담겨 있으면 좋다. [영자 아줌마네 양잠점]은 바로 그런 그림책이다. 이 그림책은 '시장'을 소재로 한 1970년 생활문화를 소개하는 그림책인가 보다. 김명희가 쓰고 정수가 그림을 그렸다. 김명희는 국어국문학과 출신인데 KBS 아나운서로 일했다고 한다. 2000년 동아일보 신춘문에 동화부문에 당선해 글쓰기를 시작했고 여전히 아이들을 위한 글을 쓰고 있는 작가다. 정수는 아이들을 위한 그림책을 만드는 그림작라고.
2016년 밝은 미래에서 이 그림책을 출간했다.

주인공 소녀는 예쁜 백화점 옷을 입고 온 같은 반 친구가 부럽다. 그런데 생일선물로 양장점 옷이 생겨 즐거워한다. 이 이야기는 작가의 어린 시절의 체험담에서 나온 것이란다. 그림책을 보다가 어린 시절 우리 동네에 '양장점'이 있었던가? 기억을 들취보았는데 양장점은 없었던 것 같다. 그러다 떠올린 것이 동네 '의상실'. 친구 엄마가 운영하던 의상실에는 예쁜 옷들이 걸려 있었다. 그 옷들은 모두 기성품이었던 것 같다. 요즘도 내가 살고 있는 동네에는 신기하게도 이런 옷가게가 있다. 과연 장사가 될까?하면서 지나칠 때마다 기웃거리곤 한다.

이야기에 1970년대 풍경을 담은 그림들이 더해져 있다. 지금은 만나기 어려운 과거의 풍경들이다. 그리고 더는 주변에서 찾기 어려운 과거의 물건들이 등장한다.

특히 빙수기계가 눈에 들어왔다. 어린 시절 그림 속 빙수기계에서 빙수의 얼음을 내리는 것을 본 적 있다. 하지만 그림 속에서처럼 색소를 빙수에 올렸던 것 같진 않다. 팥과 빙수, 미숫가루 등으로 만든 빙수였던 것 같은데... 당시에는 빙수에 우유를 넣었던 것 같지는 않다. 그러고 보니 올여름에는 팥빙수를 먹지 않고 지나갔다. 갑자기 아쉬운 마음이 든다.

그 어떤 그림책보다 정보가 많은 그림책인데, 그림책 귀퉁이에 돌려보는 통통뉴스를 배치했다. 이 그림책의 통통뉴스는 시장과 관련한 것으로 흥미로운 내용들이 눈에 띤다. 장터에서 열리는 놀이패의 연희를 '난장판'이라고 하는데, 봉산탈춤이 황해도의 난장판 연희였다는 것을 처음을 알았다. 그리고 '육의전'이 조선시대 서울에서 열린 경시의 으뜸가는 여섯 가게, 즉 모시, 무명, 명주, 비단, 종이, 생선 가게를 가리킨다. '동포'나 '동포애'라는 말이 보부상들에게서 나왔다는 것, '방물장수'의 등장은 조선시대 양반집 여성들에게 내린 외출금지로 인한 것, 우리나라 최초 상설시장은 1905년에 열린 '광장시장'이라는 것, '편의점'은 1989년에 등장했다는 것, 우리나라에 최초로 생긴 백화점은 일제시대 1930년 미쓰코시 백화점이라는 것, 남대문시장은 1964년에 생겼다는 것, 부산 국제시장은 8.15 광복때 귀환한 해외동포들이 차린 노점상에서 출발했는데 이 시장을 '도떼기시장'이라고 불렀다는 것, 도떼기시장이란 새물건, 중고물품, 고물 등 무질서하게 거래되는 시장이라는 것, 세계 최초 백화점은 1852년 프랑스의 파리의 '봉 마르셰(Bon marché, '값싼'이란 의미)이고 세계 최초의 편의점은 1927년 미국의 '세븐 일레븐'이며 세계 최초 대형할인점은 1962년 미국의 '월마트'라는 것 등, 흥미진진한 깨알같은 소소한 정보가 담겨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