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책

[내 복에 산다] 타인에 대한 감사와 성실한 노력을 폄하하는 나쁜 이야기

Livcha 2022. 9. 21. 11:19

[내 복에 산다] 그림책 표지

웅진씽크빅에 '호롱불 엣 이야기' 시리즈로 출간한 [내 복에 산다]. 

이 그림책을 교환도서코너에서 들어온 이유는 그림 때문이다. 

우리나라 느낌이 나는 그림을 그리는 그림작가의 그림에 대한 관심 때문이었다. 

그림을 그린 윤정주는 홍익대 회화과를 나와 제2회 '신한새싹만화상' 은상을 수상했고 그림책의 그림작가로 활동중이라고 한다.

 

'신한새싹만화상'은 이름에서도 대충 짐작이 되지만, 신한은행에서 우수신인만화작가를 발굴하기 위해 1993년에 제정한 상으로 대상, 금상, 은상, 동상, 장려상을 수여하는데, 대상은 3백만원, 금상은 1백50만원, 은상은 1백만원, 동상은 50만원, 장려상은 20만원의 상금을 준다고.

그림체가 유머 있으면서도 우리나라 전래동화에 잘 어울린다. 

전체적으로 구불구불한 선으로 그려져 있어 그림이 꿈틀거리는 느낌이다. 

전래동화 [내 복에 산다]는 부자의 막내딸 복남이가 '내 복에 산다'고 아버지 앞에서 당당히 말한 까닭에 아버지의 노여움을 사서 집에서 내쫓기고 숯굽는 청년을 만나 결혼해서 부자가 된다는 이야기다. 

뒷 부분의 해설을 읽으면서 고개를 갸우뚱하게 된다. 

우리 각자는 내 복으로 살기도 하지만 내 복에는 타인들에 의한 긍정적 영향도 빼놓을 수 없다. 

복남이가 어린 시절 부자로 산 것은 부자 아버지 덕분이기도 하니까, 부자 아버지를 둔 것은 복남이의 복이겠지만 부자로 산 것은 분명 아버지 덕분이기도 하다. 그래서 아버지 덕분에 잘 산다고 이야기한 복남이 언니들의 말도 맞다. 그리고 그 사실을 인식하는 것은 중요한데, 부모님에게 감사하는 마음을 잊지 않도록 하기 때문이다. 복남이처럼 '내 복에 산다'고 말하는 것은 타인의 은혜에 대한 마음을 놓치기 쉽상이다.

 

나중에 복남이가 숯굽는 가난한 청년과 살다가 금덩어리를 발견해 부자가 되는 것은 복남이의 복이 맞긴 하지만 순전히 운이 좋았다 보아야 한다. 아무리 성실하게 일한다고 해도 행운이 따르지 않는다면 복남이처럼 대단한 부자가 되기 어렵기 때문이다.

이 이야기는 내 복에 로또 당첨된 행운이 있다면 부자로 살 수 있지만 그런 운이 없으면 부자가 될 수 없을 것 같은 인상을 준다.

복남이가 성실하게 일해서 부자가 된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결국 내가 가난하고 힘들게 사는 것은 내 복이 없어서라는 생각으로 빠지기 쉽고, 또 내가 부자가 되면 내가 부자가 될 운명이라고 생각하게 돼서 주변에서 나에게 도움을 준 타인에게 감사하는 마음을 놓치기 쉽다. 

좋은 이야기가 아니다. 아이들에게 읽히고 싶지 않은 내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