늙음과 죽음

사노요코의 마지막 에세이 [사는게 뭐라고]

Livcha 2021. 7. 23. 19:30

사노 요코는 내가 특별히 좋아하는 그림책 작가다.

그녀는 2010년에 사망했다.

뒤늦게 그녀의 죽음을 알고 무척 안타까워했던 기억이 있다.

더는 그녀의 멋진 그림책이 세상에 나오지 못한다는 생각에서.

 

1. 도서관에서 우연히 발견한 이 책은 사노요코의 마지막 에세이집이다.

부제가 마음에 들지 않지만 책이 재미있으니까 용서하자.

 

2. 

"여러분한류 열풍의 정체를 아시겠지요.

한류열풍은 허구의 화사함에 의해 일어났다나도 빠져들었다

아아즐거운 1년이었다

1년 내내 왼쪽을 보고 침대에 드러누워 

욘사마와 이병헌류시원에게 화사한 마음을 맡겼더니 1년이 지나자 턱이 돌아갔다

의사에게 장시간 같은 자세로 있는 건 아니냐는 질문을 받은 순간 납득이 갔다

초코릿을 너무 많이 먹어서 보기만 해도 토할 지경인 꼬마처럼정신을 차리고 보니 한류를 떠올리기만 해도 속이 메슥거렸다."

 

사노 요코가 한류에 빠졌다니! 정말 재미난 이야기였다.

그 이유 또한 납득이 갔다. 

 

3. "나는 일흔에 죽는 게 꿈이었다신은 존재한다나는 틀림없이 착한 아이였던 것이다."

 

 

생각해보니까 난 몇 살에 죽고 싶다는 생각이 없다. 

그렇다고 오래오래 살 것이라는 생각도 들지 않는다.

사노 요코처럼 죽음 앞에서 담담하고 싶긴 하다. 그래서 그녀를 내 죽음의 모범으로 삼고 싶다. 

하지만 사노 요코처럼 죽기 전까지 온갖 물건을 사들이고 싶지는 않다. 

 

그런데 몇 살까지 살고 싶은가? 난. 그냥 대다수가 사는 만큼 살면 나쁘지 않을 것 같은데... 소위 평균수명.

요즘은 평균수명이 너무 늘어나서... 내게는 쉽지 않을 것 같다. 

무엇보다 지금껏 살아온 삶을 되돌아보면 내 삶은 대체로 평균치를 넘치거나 못 미쳤다. 

수명 역시 그렇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