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상력

미야베 미유키 [인내상자] '비밀'을 소재로 한 단편집

Livcha 2023. 1. 2. 17:42

미야베 미유키 [인내상자] 책 표지

[북스피어]에서 2022년 여름에 번역출간한, 미야베 미유키 단편집 [인내 상자]는 일본에서는 1996년에 출간된 것이다. 

즉 미야베 미유키가 30대 중반일 때 출간되었다. 

미야베 미유키 소개

미야베 미유키는 지금도 왕성하게 소설을 내놓고 있는 일본을 대표하는 미스터리 베스트셀러 작가다. 

사무실에 출근해서 다른 작가들과 함께 글을 쓴다는 것이 무척 인상적이었다. 

베스트셀러 작가는 출근하고 퇴근하면서 글을 쓰는구나,하고.

[인내의 상자]

이번 [인내 상자]는 모두 8편의 단편이 실려 있다. 그래서 상대적으로 글 한 편의 분량이 적다. 

책은 제목을 [인내 상자]로 선택했고 그 글을 제일 앞에 실었다. 

그래서 무척 기대했던 것도 사실이다. 

그런데 다 읽고 나서 이게 뭐야?하는 실망감이 들었다. 

뒤에 실린 편집자 후기에서 편집자도 '인내의 상자'를 처음 읽었을 때 시시하다는 느낌을 받았다고 쓰고 있다. 

편집자는 몇 차례 반복해서 읽고 났을 때야 비로소 이 소설을 내세운 이유를 이해했다고 한다. 

아무튼 이 모든 단편들을 관통하는 키워드라면 '비밀'이라고 생각한다. 

각자 마음 속에 감추고 있는 이야기를 다룬다는 것. 

'비밀'은 미스터리의 핵심 단어가 아닐까 싶다.

 

'인내상자'는 과자점 오미야의 주인 세이베에, 세이베에의 며느리 오쓰타, 세이베에의 아들인 오미야 히코이치로가 감추고 있는 진실이 무엇일까?하는 질문이 이야기를 관통한다. 여기서 '인내상자'는 열어서 좋을 일 없는 비밀을 품고 있는, 마치 '판도라의 상자' 같은 것이라고 볼 수 있겠다. 오미야의 가보인 '인내상자'를 열면 오미야에 재앙이 닥치기 때문에 절대 열어서는 안 된다는 집안의 금기. 왜 이런 금기가 필요했을까? 

 

'유괴'는 하마초 다쓰미야의 아들 고이치로의 유괴사건과 관련한 미스터리다. 

이 미스터리를 푸는 데 큰 역할을 하는 이는 다다미 장인이 미노키치. 

여기서도  고이치로의 아버지가 감추고 있는 진실이 드러난다. 

 

'도피'에는 살인사건이 나온다. 살인범은 누구일까? 그는 왜 살인을 한 것일까?

이야기를 푸는 데 도움이 되는 두 사람, 살해위협을 받는 조리사와 조리사의 경호를 쓴 정체불명의 사무라이. 

여기서 정체불명의 사무라이가 감추고 있는 비밀이 나온다. 

그리고 '질투심'이 소재로 쓰인다.

 

'십육야 해골'은 살인사건 자체가 비밀이 되어 있는 상황이 등장한다. 

쌀가게인 오하라야는 십육야에 천벌을 받는데, 달빛이 한 줄기라고 십육야에 집안으로 들어오면 주인이 죽는 천벌이라는 이야기가 전해져 온다. 도대체 왜 이런 천벌을 받게 된 걸까? 

이 단편은 '죄책감'을 소재로 한다.

 

'무덤까지'는 내가 이 단편집에서 가장 재미있게 읽은 단편이다. 

이 단편이야말로 개개인이 자신의 가슴 속에 진실을 감추고 있다. 

이치베에와 오타키 부부는 아이가 없어 오노부, 도타로와 오유키 남매를 거둬서 자식처럼 기운다. 

그런데, 이치베에와 오타키 부부와 오노부는 그 누구에게도 말할 수 없는 비밀을 지고 산다.

또 도타로는 동생 오유키에게 말할 수 없는 비밀을 감추고 있다.

오유키는 생모를 만났다는 사실을 의붓아버지에게 말하지 못해 전전긍긍한다. 

 

'사람들은 각자 숨기고 싶은 비밀을 안고 산다'는 작가의 생각이 담긴 듯하다. 

'무덤까지' 숨기고 싶은 비밀이라...

 

'음모'는 마루겐 나가야 관리인의 죽음에서 이야기는 시작된다. 

관리인은 살해된 것일까? 

관리인의 죽음을 둘러싸고 주변인 각자가 관리인과의 관계 속에서의 경험을 풀어놓는다. 

여러 사람들의 이야기 속에서 각자가 알지 못하는 관리인의 면모가 드러나고 관리인이라는 사람이 입체적으로 보인다. 

 

"인간은 모두 이렇게 은밀한 일을 벌이며 살아가는 것일까? 그래서 갑자기 죽어버리면 그런 비밀이 전부 까발려져 마치 살아 있던 것 자체가 커다란 음모였던 양 보이게 되는 걸까."

 

사실 한 사람의 모습을 전면적으로 다 알기는 어렵다. 그 사람과 맺는 각각의 관계 속에서 일부가 드러날 뿐이라는 작가의 생각.

완전 공감. 

 

'저울'에서는 오키치와 오미오라는 두 친구의 이야기가 나온다. 

 어릴 때부터 친구였고 단짝이자 절친인 두 여성이 어른이 되어가는 과정을 보여준다는 생각이 든다. 

언제까지나 함께 할 것 같은 친구가 결혼을 하면서 각자의 인생을 살아가게 되는 것. 

이 이야기 속의 오키치는 평생 함께 할 것 같았던 친구 오미요가 한 남자에게 반해 자신의 행복을 찾아 결혼해 떠나간 것이 큰 상처가 된다. 하지만 결국 오미요는 오키치에 대한 미안함을 오키치가 반려자를 찾아 결혼해서  자신의 인생을 살며 행복할 수 있도록  자신의 비밀을 털어놓는다. 

 

'스나무라 간척지'에서는 엄마의 비밀과 딸의 비밀이 나온다. 딸 오하루가 우연히 길에서 만났던 이상한 남자는 엄마의 안부를 물었다. 그는 도대체 누구인가? 

 

미야베 미유키 시대물 소설 목록

이 책의 편집자 후기에는 미야베 미유키의 시대소설의 독서와 관련해서 편집자의 안내가 실려 있다. 

내 경우에는 미야베 미유키 시대물을 각별히 좋아하는 팬으로서 번역출간된 시대소설을 모두 읽었지만 혹시 시대물 읽기를 시작하려는 사람이 있다면 편집자의 조언이 도움이 될 것도 같다. 

2022년 가을에 출간예정인 '자오선'은 아직 출간되지 못했나 보다. 

그런데 북스피어에서 작년 가을에 '아기를 부르는 그림'을 번역출간했다. 조만간 이 책도 읽어 보고 싶다. 

 

아... 그리고 이번 책에서 일본에서는 '목련이 애도의 꽃'으로 여긴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우리는 애도의 꽃이 '국화'인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