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식의 심화, 확장

조르주 뒤비 [12세기의 여인들] 2권

Livcha 2021. 5. 18. 12:12


요즘 12세기부터 14세기에 걸친, 즉 중세 말기 책에 꽂힌 김에 조르주 뒤비의 [12세기 여인들]1권에 이어 2권을 읽었다.

어렸을 때 역사 소설은 좋아하긴 했지만, 역사책은 그다지 좋아하지 않았다.
조르주 뒤비가 역사책에 대한 내 생각을 바꿔놓았다.

조르주 뒤비(1919-1996)에 대해서 잠시 살펴보면,
그는 프랑스 역사학자로 중세사 전문가다. 특히 서유럽 10세기에서 13세기까지를 다룬다.
프랑스 역사학자 페르낭 브로델(Fernand Braudel, 1902-1982)을 높이 평가하는 그는 페르낭 브로델에 이어 3세대 아날학파에 속한다. 조르주 뒤비는 역사학자로서의 독창적인 관점을 펼치고, 지리학에 대한 관심이 그의 독창적인 역사연구에 큰 역할을 한다.
무엇보다 그의 '정신적 표현'이라는 개념이 역사이해를 뒤바꿔놓았다고.
'정신적 표현'이라는 것은 상이한 상징체계로의 이행을 뒷받침하는, 사회조직의 골조, 잠재적 구조, 단순한 이미지를 뜻한다.
뿐만 아니라 그는 저서, 대담, 텔레비젼을 통해 역사학을 대중화시키는 데 큰 공헌을 했다고.

[12세기의 여인들]은 그의 말년작품으로 탁월한 저서다.
물론 그의 저서가 대단하지 않은 것이 있을까 싶지만.
자료도 얼마 없는데 역사가의 상상력이 공백을 채워가면서 분석해나가는 역사서, 비록 한계는 있겠지만 정말 대단하지 않는가!

12세기 여인들에 대한 정보는 문자화된 자류에서 거의 찾기도 어려운데, 이렇게 책을 써낼 수 있는 그의 역량이 놀랍기만 하다.

흥미로운 부분은 다음과 같다.
1. 12세기의 여성에 대한 찬사는 '혈통이 얼마 좋은가? 처녀성을 지키고 있는가? 행실이 예절바른가? 육체적으로 매력이 있는가?' 와 관련된다. 12세기 말에 교육을 잘 받아 '교양 있다'는 찬사가 더해진다고 한다.

2. 그리고 12세기의 여성은 아버지, 남편, 아들에 속해지는 존재로서 대부분의 여성이 항상 결혼한 상태로 머물러 지낸다는 것이다.

3. 여성들의 권력이란 가정 속의 권력으로 안주인인 여성이 하인, 하녀들의 성관게를 규율하고 파트너를 구해주는 일 담당한다.

4. 과부인 여성이 젊고 매력이 있고 아들이 어리면 재혼하길 원했고 재혼하기도 쉬웠고
과부가 너무 늙고 아들도 성장한 상황이라면 자유롭고 독립적인 삶이 가능했다.

5. 남자들은 여자를 선하거나 악하다고 생각해서 두려워하거나 찬미했다.


노트>
여기에서 한 여성이 그 시대의 사회에서 누릴 수 있는 권력이 여실히 드러난다.
그 권력은 남성들의 욕망을 벗어나 있는 신성화되고 닫힌 공간에서 행사된다.
그곳은 바로 부부 관계를 원하지 않는 아가씨들이 도피처로 찾아오는 곳이다. (182페이지)

12세기 사제들이나 전사들이 여인에게 기대했던 모습은 순종적인 딸, 온화한 아내, 다산성의 어머니였다.
그리고 나이 들어서는 열렬한 신앙심과 엄격한 금욕을 실천함으로써 그녀를 받아들인 가문에 성스러움의 흔적을 남겨주기를 기대했다. (211페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