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태주 [아직도 너를 사랑해서 슬프다] 시와 그림이 어우러진 시집

Livcha 2023. 2. 21. 12:04

나태주 시집 [아직도 너를 사랑해서 슬프다] 표지

나태주 시인의 시집 [아직도 너를 사랑해서 슬프다]는 시인 쓴 시와 시인이 그린 그림이 있는 시집이다.

누구나 손에 들고 한 자리에서 읽을 수 있을 만큼 시가 간결하고 그림도 아이의 그림처럼 단순하다.

친구는 내게 이 시집을 건네주면서 30분이면 읽을 수 있을 거라고 했다.

이 시집은 2018년 동학사에서 출간되었다. 

시인 나태주의 이력

나태주 시인은 70대로 그동안 출간한 시집만 해도 39권이라고 한다. 그야말로 평생 시를 열심히 써온 시인인가 보다. 

[아직도 너를 사랑해서 슬프다]라는 시는 그의 70대 작품으로 볼 수 있겠다. 

70대에 내 시집이라고 하니 이 시집이 좀더 잘 이해되는 것 같다. 

70대라는 나이에 어울리는 시집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나이가 들면 촘촘하고 빽빽한 시를 쓸 에너지는 부족해질 것 같다. 

그렇다면 연륜이 담긴 짧은 시를 쓰는 것이 나으리라 생각된다. 

나는 이 시들 가운데 몇 편이 마음에 들어왔다. 

그 중 하나가 '친구'라는 시인데, "어떠한 경우라도 나는 네 편이란다"라는 한 구절로 되어 있다.

이 시가 마음에 들어서라기보다 친구는 어떠한 경우에도 네 편이어야 하나?하는 질문 때문이었다. 

언젠가 한 친구가-지금은 더는 친구라고 생각하지 않지만- 시인과 같은 마음으로 내게 자신의 숨기고 싶은 이야기를 해주었다. 그 친구는 내가 어떠한 경우에도 자기 편이길 바라면서 그 이야기를 풀었을 것이라고 생각된다. 하지만 나는 그 이야기를 듣고 난 다음 더는 그 친구를 만나고 싶지 않았다. 친구가 털어놓은 이야기는 사회적 범죄로 볼 수 있는 잘못인데, 그 이야기를 듣는 순간 난 내가 그 친구에 대해 가지고 있는 '정의로운 사람'이라는 이미지가 유리그릇 깨지듯 박살이 났다. 너무 실망했다고 할까. 물론 친구의 이미지를 내 마음대로 그려놓고 그 이미지에 맞지 않는다고 친구를 하지 않는다면 너무 이기적이다. 하지만 나는 사회에 해악이 되는 행동을 하는 사람을 친구 삼고 싶지는 않다. 게다가 그 친구는 내게 언젠가 정의로운 사람으로 존재했기에 더더욱 친구관계를 유지할 수 없었다. 지금도 난 그 친구를 포기한 것에 유감이 없다. 내가 시인처럼 70살이 되면 그 마음이 달라질까? 아마도 달라지지 않을 것 같다. 

 

"이제는 너 없이도 너를 사랑할 수 있다"라는 '짝사랑'이란 시는 짝사랑의 경지를 말해주는 것 같다. 

나도 짝사랑의 경험이 있지만 나는 너 없이 너를 사랑할 수는 없다. 

하지만 짝사랑이 깊어지면 어느 순간 그 마음에 빠져들어 너라는 존재 자체보다는 그 마음에 삼켜질 수도 있다고 본다.

 

시인은 '이 가을에'라는 시가 마음에 들었나 보다. 그래서 그 시의 구절 '아직도 너를 사랑해서 슬프다'를 제목으로 삼았을테니까. 물론 시인이 아니라 출판사에서 마음에 들어서 선택한 제목일 수도 있지만. 

누군가를 나이가 들어서 계속 사랑한다고 해서 슬플 일이 무얼까? 아마도 이루어지지 못한 사랑이거나 사랑하던 상대가 더는 이 세상 사람이 아니거나 할 것 같다. 

 

'시인 1'이라는 시는 시인이 자신을 냉정하게 들여다 본 것일 수도 있다. 나는 시인이라는 존재가 원래 "꾀꼬리 말로 우는 까마귀" 아닐까 싶다. 

 

'인생'이라는 시는 시인이 자신의 인생을 돌아다 보고 풀어낸 마음일 것 같다. "돌아보면 그 자리 멀리까지 온 것 같은데"라는 시 구절은 다른 많은 나이든 사람들도 공감할 것으로 보인다. 물론 또 많은 사람들은 그 자리도 지키지 못했다고 생각할지도 모르겠다. 

 

나는 '여행'이라는 시가 좋았다. 

"구름이 되어 보고 싶은 나무 나무가 되어 보고 싶은 구름"

우리는 살아가면서 자신이 아니 다른 것을 욕망하면서 많은 시간을 소비하거나 낭비한다. 

인생이란 여정 속의 우리 욕망의 움직임을 간결하게 잘 표현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또 '지구'라는 시를 읽으면서 "너무 오래 빌붙어 살아서 미안합니다"라는 구절이 마음에 깊이 와 닿았다. 

우리는 누구나 지구를 착취하면서 살아왔다는 자각 정도는 하고 생을 마감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적어도 시인은 잘못 살지는 않았다. 그 자각을 분명하게 하고 있으니까. 

 

너무 오래 빌붙어 살고 싶어하는 나는 여전히 진정으로 깨닫지 못하고 있는 것이 분명하다. 

 

짧은 시들이지만 읽는 동안 마음에 울림이 있는 시들이 있어 이 시집이 만족스러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