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동호 [그림자를 가지러 가야 한다] 통일에 대한 열망을 풀어낸 시인의 상상력

Livcha 2023. 3. 22. 15:17

[그림자를 가지러 가야 한다] 시집 표지

내게 시 권해주는 친구가 이번에는 신동호 시인의 [그림자를 가지러 가야 한다]를 읽어보라고 한다. 

창비에서 2022년에 나온 시집이다. 창비 시선 478.

'그림자를 가지러 가야 한다'라는 제목부터가 고개를 갸우뚱하게 하는 그야말로 시집 다운 제목 같다. 

신동호 시인은 문재인 대통령 시절 연설문 작성에 참여한 사람으로 유명하다. 

하지만 그는 원래부터 시인인 것으로 알고 있다. 그렇다고 그의 앞선 시집을 읽어본 적은 없다. 

시집 목차

시집을 읽다 보니 그의 남북통일에 대한 열망이 전해져 온다. 

시집 제목 '그림자를 가지러 가야 한다'도 시인의 통일에 대한 열망과 관련됨을 알 수 있었다. 

 

그런 열망을 담은 시가 바로 '깔마 꼬레아 여행 가이드북'. 

나는 이 시가 좋았다. 남북통일에 대한 시인의 상상력이 그대로 드러나 있어서다. 

시도 상상력이 넘치는 시가 좋다. 

시적 화자인 아르헨티나 사람이 통일된 한국에 여행을 떠나기 전 여행을 계획하는 이야기를 담은 시다.

이 시를 읽다 보니 정말 설렌다.

언젠가 통일 된 나라에서 나도 여기저기 여행다니고 싶다는 꿈을 잠깐 꿔보았다. 

 

'경장'에는 시인의 솔직한 마음이 담겨 있었다.

혁명을 꿈꾸었지만 사실 혁명으로 인해 쏟아야 할 피에 대한 두려운 시인의 감정, 그리고 사실 혁명보다는 개혁을 더 원하는 시인의 마음이 담긴 시였다. 

 

"기억의 보조 장치들이 발달하면서 과거의 나만 나이게 되었다. 지금과 미래의 나는 언제나 가짜다. 전설도 설화도, 과장법과 비유법도, 설계도와 이정표도 모두 헛된 나가 되었다. 빌어먹을 진실, 오늘이 그립다. 세상 그 무엇도 아닌 나로, 잠시나마 나로."('물로리 같고 조교리 같은' 중에서)

역시나 시인의 솔직한 심정이 그대로 전해져 온다. 

과거에 지나치게 매이다 보니 현재와 미래를 놓치고 있는 자신에 대한 고백이다. 

우리가 과거를 완전히 놓아버릴 수는 없지만 현재를 살지 못하면 행복하기 어렵다. 

삶의 방향이 필요하기에 미래의 등대 불빛이 필요하기 하지만 무엇보다 현재에 충실해야 한다. 

하지만 시인은 과거에 삶의 중심이 놓여 있음을 깨닫고 현재를, 오늘을, 지금 나 자신으로 살고 싶어 한다. 

시인이 진정으로 지금 이 순간을 향유할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시집 목차

"자주 쓰진 않지만 반드시 있어야 하는 것.나도 그럴까. 누군가 찾아줄까"('바리캉 오일을 찾아서' 중)

 

이 구절이 눈에 들어온 까닭은 순전히 내 개인적인 기억 때문이다. 고등학교 시절 15년 후의 내 모습을 써보라는 담임 선생님의 주문에 나는 '필요한 사람이 되고 싶다'였다. 특정 직업도 아니고 그냥 '필요한 사람'이 꿈인 고등학교 청소년. 그 청소년은 자라 어른이 되서 그때 생각했던 미래의 꿈에 닿았는지 모르겠다. 

 

이 시집을 읽다 보니 시인의 시가 어떤 것인지를 짐작할 수 있어 좋았다. 

시란 산문과 닮아 있어도 시만의 색깔이 있어야 한다. 

하지만 그동안 내가 읽었던, 산문을 닮은 시에서는 시 냄새를 잘 느끼지 못했던 것 같다. 

 

시를 잘 알지 못하는 문외한인 내게도

정치 의식를 놓치지 않고 지적인 편린도 있으면서 뛰어난 감수성, 솔직한 심정을 세련된 시적 언어로 표현한 시들이 무척 매력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