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상력

미야베 미유키 [아기를 부르는 그림] '기타기타 시리즈' 두 번째

Livcha 2023. 3. 24. 12:08

[아기를 부르는 그림] 책표지

미야베 미유키의 [아기를 부르는 그림]은 [기타기타 사건부]에 이어지는 책이다. 

일명 '기타기타 시리즈'라고 출판사에서는 이름지었다. 

[기타기타 사건부]는 2020년에, [아기를 부르는 그림]은 2022년에 출간되었다. 

우리나라에서는 북스피어에서 모두 번역출간했다. 

 

기타기타 시리즈는 에도시대를 배경으로 하는 미스터리인데, 주인공이 10대 소년 기타이치이다. 그리고 그의 절친이 된 기타지가 겁 많은 기타이치를 돕는다. 기타지는 무술실력이 뛰어나다. 기타이치와 기타지가 함께 풀어나가는 사건의 진상이라는 의미에서 기타기타 시리즈가 된 것으로 보인다. 

 

기타기타 시리즈 1권에서는 기타이치를 거둬키운 오갓피키인 센키치 대장이 죽어 그가 하던 문고사업이 수하였던 만사쿠에게 물려지고 기타이치는 그 밑에서 문고사업을 돕다가 독립해서 자신만의 문고사업을 시작하는 것으로 끝이 난다. 오갓피키는 오늘날의 형사인데, 그렇다고 해서 오갓피키 일로 돈벌이가 되질 않아 다들 돈벌이를 위한 사업을 한다. 그래서 센키치 대장은 문고사업을 했던 것. 문고 사업이란 책 등을 넣어두는 상자를 만들어 파는 것이다. 오늘날이라면 책장이라고 해야 할까? 하지만 반드시 책만 두는 것은 아니고 그림과 같은 다른 것도 넣어둘 수 있다.  책에 관심이 많은 작가는 에도시대에 있었던 문고사업에 흥미를 느껴 문고상을 주인공으로 한 소설을 쓰게 되었다고 한다. 

아무튼 주인공 기타이치는 겁이 많은 청소년이고 오갓피키도 하니기 때문에 범인을 잡아 감옥에 가두는 것과 같은 일은 하지 못한다. 다만 주변에서 벌어지는 소소한 사건들, 즉 고부간의 갈등, 모자간의 갈등과 같은 사건의 진상을 밝히는 일에 참여하는 정도다. 그래서 기타이치는 주변 사람들의 도움을 많이 받는다. 센키치 대장의 맹인 아내인 마쓰바, 느티나무집의 오우미 신베는 기타이치에게 큰 도움의 손길을 제공한다.

또 관리인 도미칸의 납치사건을 해결하는 과정에서 기타지를 만나 친구로 사귀게 되지만 기타지의 정체에 대해서는 자세히 나오지 않는다. 그리고 센키치 대장이 자신의 수하들 가운데 그 누구에게도 오갓피키를 물려주지 않으려한 이유도 나오지 않는다. 이 이야기는 2권에 가서 밝혀진다. 뿐만 아니라 기타이치의 문고에 사용할 그림을 그려주는 느티나무집의 작은 나리가 본격 등장하는 것도 2권에서다.  

 

책의 목차

이번 기타기타 시리즈는 아기를 얻는 데 효험이 있다고 여긴 보선 그림이 태어난 아기를 죽게 만드는 사건의 진실을 밝히는 이야기와 동네에서 벌어진 도시락가게 일가족 독살 사건의 범인을 찾는 이야기가 나온다. 

 

그리고 기타이치는 독립한 붉은 술 문고사업을 번창시키기 위해 무라타야 지헤에가 선정한 이야기책을 넣어 문고를 파는 기획에 관심을 갖지만 무라타야 지헤에가 겪은 불행한 사건들 때문에 함께 일하고 싶지 않다는 기술자 스에조 영감의 반대로 진척을 시키지 못한다. 

 

2권에는 오늘날의 부검의에 해당하는 감시관 구리야마 슈고로라는 인물이 등장하는데, 이 인물의 등장은 고문으로 자백을 받아 사건을 종결짓는 낡은 오갓피키 시스템을 비판하고 소위 증거를 통한 과학수사를 지향하는 방향으로 주인공 기타이치가 나아갈 것임을 암시한다. 2권에서 기타이치는 요리키 감시관을 돕는 일을 한다. 도시락 가게 일가족 독살사건은 진짜 범인을 잡지 못한 채 고문으로 얻어낸 허위자백으로 끝이 난다. 진짜 범인을 기타이치가 애쓴 끝에 찾아내지만 그 범인은 바다에 빠져 죽어버린다.    

 

또 기타이치는 무라타야 지헤에가 겪은 불행한 사건, 즉 아내의 납치살해와 젊은 낭인 사건의 진상을 밝혀 무라타야 지헤에의 제안을 받아들여 이야기책이 들어 있는 문고를 판매하려고 하지만 아직 진상을 밝히지는 못하고 2권이 끝이 난다. 아무래도 다음 권을 기다려야 할 것 같다. 

 

문고 그림을 그려주는 느티나무집 작은 나리 에리카의 정체도 아직 완전히 드러난 것은 아니다. 

여성이면서 삼남으로 행세하는 에리카, 왜 그는 남성으로 살아가는 것일까? 

이번 권에서 기타이치의 친구 기타지의 정체가 닌자집안 출신이라는 것이 드러난다.

 

작가가 '기타기타 시리즈'에 앞선 에도시대 소설 등장인물을 소환하려고 한다는 의지를 밝혀고 2권에서는 [얼간이] [하루살이]에 나왔던 기억력 좋은 어린 짱구 산타로가 나이가 들어 등장한다. 소설의 인물들이 세월이 흘러 어떻게 변화했는지를 확인하는 것도 독자로서는 큰 즐거움이다. 

 

이번 미스터리물에서도 중요한 소재는 바로 '질투'. 

질투의 희생양이 된 이세야 겐에몬, 질투로 사람을 살해하는 은행잎 문신여자 오렌. 

"사람들의 질투는 끝이 없다"

참으로 공감되는 구절이다. 항상 질투의 눈을 경계하는 마음으로 살아간다.

 

"사람 마음은 밭과 같다."

밭에는 좋은 씨앗과 나쁜 씨앗이 자라난다. 겐에몬이 자신의 마음의 밭에 오만이라는 나쁜 씨앗을 키웠기에 질투를 부추기는 데 기여한 바도 있다는 것. 

 

백분문신에 대한 이야기도 흥미로왔는데, 혈액순환이 잘 되서 피부가 데워지면 문신이 드러나고 보통 때는 보이지 않는다고 한다. 

또 사무라이가 동백꽃을 싫어하는 이야기도 흥미로왔다. 꽃송이가 떨어지는 모습이 참수당해 떨어지는 머리를 연상시켜서라고 한다. 

아름다운 동백꽃을 싫어하다니, 안타까운 일이다. 지금 밖에는 동백꽃이 피어나기 시작했다. 선운사의 동백숲에 가봐야겠다. 

 

 

작가 이력

미야베 미유키가 현재 62세. 70세까지 미시마야 변조괴담 99편을 완성하려는 계획을 밝혔다. 부디 건강을 잘 지켜 그 계획이 잘 마무리되기를 기대한다. 올 봄에 미시마야 변조괴담 시리즈가 나온다고 하는데, 나왔는지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