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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에 산다는 것에 대하여] 도시에서 즐겁게 살려면?

Livcha 2023. 5. 5. 10:37

[도시에 산다는 것에 대하여] 책 표지

많은 사람들이 도시에 살고 있는데, 그곳에서 행복할 수 없다면 안타까운 일이다. 

마즈다 아들리는 [도시에 산다는 것에 대하여]에서 도시가 주는 불편함, 불안과 두려움도 있지만 도시이기에 행복할 수 있는 점도 있음을 알려준다. 이 책은 2017년에 'Stress and the city'제목 아래 출간되었고 우리나라에서는 아날로그에서 2018년에 번역출간되었다. 

작가 이력

정신과 의사인 작가 마즈다 아즐리(1969-)는 어린 시절부터 전세계 대도시를 옮겨다니면서 산 대도시 유목민이랄 수 있다. 그는 대도시를 사랑한다고 고백한다.  하지만 누구보다 대도시 스트레스를 잘 알고 있는 사람이기도 할 것이다. 그런 사람이 들려주는 대도시에서 행복하게 살기에 대한 이야기라면 충분히 흥미로울 수 있다. 아니, 흥미롭다. 

나는 대도시에서 나고 자라고 대도시에서 살았다. 하지만 항상 대도시가 싫었고 그곳을 벗어날 궁리를 했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내가 도시인이라는 사실이다. 그래서 도시를 벗어날 수 없을 것이라는 것을 알고 있다. 언젠가부터는 내게 알맞는 공간은 중소도시 아닐까?하고 생각하기도 했다. 그리고 지금은 중소도시에서 크게 스트레스받지 않고 살고 있다. 하지만 이왕이면 도시라는 공간을 향유하면서 행복하게 살면 좋을 것 같다. 그래서 이 책을 읽어보기로 했다.

 

<노트>

 

3장 도시의 고충

-소음은 대기오염에 이어 두 번째로 큰 환경부담이다. 환경심리학에서는 끊이지 않는 소음을 건강에 큰 영향을 미치는 스트레스로 간주한다. 

-심리학자들이 언급하는 '지나치게 많은 선택의 효과 Too-much-choice-effect'도 바로 여기에서 비롯된다. 제한된 선택권만 주어졌을 때와는 달리, 너무 많은 선택 가능성이 주어질 경우 사치스러운 상황이 오히려 부담으로 작용하는 것이다. 

 

4장 도시의 교통

-코펜하겐은 자전거 이용 모범도시로 알려졌으며, 2010년에는 이 도시의 자전거 이용률이 35퍼센트까지 증가했다. 2025년까지는 이 수치가 50퍼센트까지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5장 도시의 위험

-여기서 흥미로운 사실은 불안감이 반드시 실제 위험가능성과 일치하지는 않는다는 점이다. 다시 말해 대도시 특유의 현상 중 하나는 범죄 자체보다는 언제 범죄의 표적이 될지 모른다는 두려움이다. 시민들이 느끼는 범죄에 대한 두려움은 도시의 규모와 정비례한다. 이때의 불안감은 실질적인 위험이나 범죄의 빈도와는 아무런 관련이 없다. 

-결론적으로 말하면 기대했던 만큼의 효과는 나지 않았다. 감시를 강화한다고 범죄행위가 즐어드는 것도 아니었다. 범조 발생률은 이전과 거의 차이가 없었다. 게다가 자신의 행동이 녹화되고 있다는 사실을 사람들이 의식하게 되면, 의지와는 상관없이 이들의 행동에 제약이 생긴다. (...) 

그러나 공공장소에 대규모로 설치된 감시 카메라의 가장 흔한 부작용은 바로 이 기계가 사람들의 불안감을 유발한다는 점이다. 감시 카메라를 발견한 사람들은 무의식 중에 자신이 감시가 꼭 필요한 정도로 위험한 지역에 들어와 있다는 느낌을 받는다. 

-다수의 사람들이 동시에 희생되고 커다란 감정적 파장을 일으킨 사건이 벌어질 경우에 해당 도시사회에는 집단적 트라우마가 형성된다. 주민들은 이때 집단적으로 어마어마한 스트레스를 받는다. 트라우마 형성은 두려움의 형태로 급속히 확산된다. 기본적으로 정신의학자들은 두려움이 부풀어오르는 농양처럼 급속도로 자라난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다. (...) 실제적인 위협 상황과 아무런 관련도 없는 과도한 두려움이 자라나고, 결과적으로 상황에 맞지 않는 위기반응이 나타난다. 

 

6장 도시의 아이들

-도시생활이라는 환경의 영향력은 심지어 세대를 거듭할수록 축적되는 것으로 추측할 수 있다. (...) 어떤 사람이 시골로 거주지를 옮기더라도 그의 부모가 도시민이었을 경우 그것의 영향을 받는다는 사실이 입증되었다. 

-사회적 고립은 사회적 스트레스의 발생 주요 원인 중 하나로, 선조체를 비롯해 조현병 발병에 결정적인 역할을 하는 여러 뇌 영역에서의 도파민 분비를 높였다. 

-"성인으로 존재한다는 것은 자신의 불완전성에 대해 열린 태도를 취하는 것을 의미합니다. 도시는 사람들을 성인으로 만드는 데 기여합니다. 인간적인 존재로 만든다고 표현할 수도 있게 해줍니다. 도시는 사람들이 불완전한 모습 그대로 살 수 있게 해줍니다. 삶에서 해결되지 않은 모든 것들을 껴안은 채 말입니다. 풀리지 않는 숙제라는 점도 우리의 열린 시스템이 지닌 특성입니다."(리처드 세넷(Richard Sennett), 사회학자)

 

8장 도시의 고독

-케이지 홈에서 사는 홍콩 시민의 수는 5만명이 넘는다고 한다. 케이지 홈이란 아파트 혹은 기타 주거지 내부에 철창으로 공간을 나누어 놓은 곳을 말한다. 한 공간의 면적은 1.5제곱미터를 넘지 않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 이곳 거주자 대부분은 빈곤한 이민자들로 법규정에 따라 거주, 노동 허가를 받기까지 7년을 기다려야 한다. 그 시간 동안 이들에게 주어지는 것이라고는 이런 철창 숙소뿐이다.

-사회적 밀도와 협소함, 지속적인 자극, 고독은 도시 스트레스를 유발한다. 

-적정선은 지켜져야 한다. 그 선이 어디까지인가는 집 안, 일터, 거리, 콘서트 장 등 그때그때 우리가 머무는 장소와 상황에 따라 천차만별이다. 

-시카고 대학의 심리학자 존 카치오포(John Cacioppo)는 고독이라는 현상을 설명하는 데 매우 중요한 단초를 제공했다. 고독 전문가인 카치오포는 이 현상을 진화생물학적 관점에서 연구했다. 그는 고독을 생물학적 결핍의 신호이자 당사자로 하여금 생존을 확보하기 위해 어떤 행동에 나설 것을 촉구하는 위기상황으로 간주했다. 허기나 갈증이 날 때의 느낌과도 비교할 만하다. 사람들은 사회적 지지 혹은 구조에 의존한다. 

 

10장 도시의 재구성

-건물의 외벽과 도로의 경관을 적절히 조성하는 것만으로도 사람들의 안위가 개선될 수 있다는 사실

 

11장 도시의 사회자본

-우리가 원하는 도시는 잘 정비된 자전거 도로를 이용해 출근할 수 있는 도시, 곳곳에 작은 상점들이 있어 어디에서든 도보로 생필품을 구하러 갈 수 있는 도시다. (...) 중심가가 있다는 사실을 어린 아이라도 이해할 수 있도록 꾸며진 도시를 사람들은 원한다. (...) 어떤 사람에게는 영화관이 중요한 요소다. 

-도시에서 고독감에 시달리는 사람에게는 단계적으로 자신만의 사회자본을 쌓아 나아가라고 조언해주는 것이 좋다. 쉽게 말해 신뢰할 수 있는 친밀한 사람과 친구 세 명, 주소록, 취미가 바로 개인의 사회자본이다. 신뢰할 수 있는 사람은 가족 밖에서 찾는 것이 좋다. 언제든 도움을 청할 수 있는 사람, 문제 또는 고민거리를 상담하거나 그저 좋은 소식을 전하기 위해 전화를 걸 수 있는 사람이어야 한다. 그의 전화번호도 외우고 있어야 한다. 

-하나의 도시는 결코 완성된 시스템이어서는 안 되며, 끊임없이 자신의 적응력을 증명할 수 있어야 한다.

-"시민이 도시를 그저 잘 꾸며진 거실 정도로 여기기보다는 스스로를 행동의 주체로 간주할 때 도시에는 생기가 부여됩니다."(라이너 헬(Rainer Hehl), 건축가이자 도시계획자)

 

12장 도시의 활용

-자산화는 집앞에서 시작하는 것이 가장 쉽다. 먼저 거주지 주변지역에 익숙해지는 것이다. 이곳에는 누가 사는가? 누가 여기에서 일을 하는가? 어떤 장소, 어떤 상점에 들어갔을 때 마음이 편한가? 누가 여기에서 일을 하는가?(...)

-많은 사람들에게 대도시의 익명성은 얼굴을 감추고 눈에 띄지 않게 해주는 베일과도 같다. 익명성 속에서 사람은 사회적 통제로부터 벗어날 수 있다. 어떤 이에게는 이것이 하고 싶은 것을 마음껏 할 수 있게 해주는 자유를 의미하기도 한다. 그래서 익명성은 도시의 관용과도 동일시된다. 도시에서는 다른 생활방식에 대한 관용, 다른 성적 취향에 대한 관용, 별난 옷차림에 대한 관용, 그 밖에도 수많은 것에 대해 관용이 베풀어진다. 

-불투명함과 불확실함은 도시 생활의 결정적인 장점이 될 수 있다. 불확실성을 견디고 이방인들의 낯섦에 대처하는 일, 100퍼센트 통제할 수 없는 조건에 대처하는 일은 정신적 유연성을 키우고 좌절감을 극복하는 능력을 드높인다. 이 두 가지 요소는 모두 모호함을 수용하는 능력에 포함된다. 그로써 사회적 경쟁력을 기를 수 있으며, 이는 도시 생활에서 마주치는 장애물 및 예측 불가능성에 대처하는 과정에서 강화된다. 

 

에필로그

-누구나 편안하게 느낄 수 있는 도시란 존재하지 않는가? 문제는 이상적인 도시에 대한 관념에는 이상적인 인간에 대한 상상이 바탕을 이루고 있다는 점이다. 그러나 이상적인 인간이 존재하지 않듯이 이상적인 도시 역시 있을 수 없다.

-가능한 한 유연한 공공장소의 활용을 허용하는 구상안은 어느 정도의 병존이 가능한지를 가늠할 수 있게 해준다. 다양한 활용이 가능해질수록 더 많은 사람들이 긍정적인 공간감을 품게 되는 것으로 추측할 수 있다.

-오늘날 사람들은 자유공간을 쟁취하고 결정 과정에 참여하며 사용자와 동떨어진 도시 공간보다는 스스로 원하는 모습의 도시 공간을 조성하기 위해 집중적으로 투쟁한다. 수많은 도시의 정원들, 공공장소에서 벌어지는 단기 사회운동은 도시의 조성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고자 한다는 증거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