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일상을 위한 힌트

[차를 담는 시간] 도예가 노트

Livcha 2023. 6. 16. 10:30

[차를 담는 시간] 책 표지

[오후의 소묘]에서 나오는 작가노트 시리즈는 무척 흥미로운 시도로 보인다. 

[고유한 순간]은 티블렌더의 작가노트였는데, 이번 [차를 담는 시간]은 도예가 노트다. 

앞으로도 플로리스트, 서점원의 노트를 선보인다고 예고했다. 

[차를 담는 시간]은 한동안 내 베개맡 책이었다. 

자기 전 소제목 아래 짧은 글 몇 편을 읽고 잠들곤 했다. 

그 만큼 글이 편안했다고 할까.

부제로 '토림도예 도예가'라고 해서 '토림도예'가 뭐지? 했다.

도자기 브랜드라는 것을 책을 다 읽고 난 후 알게 되었다. 

'토림'은 이 글을 쓴 김유미 도예가의 남편 도예가의 호라는 것도 알게 되었다.

김유미 작가의 소개를 보면 '날마다 차를 마시고 향을 피우고 도자기를 빚는다'라고 되어 있는데, 글을 읽어봐도 그녀의 일상은 그랬다. 

평화로와 보이는 일상이었다. 

목차를 보면 책 페이지에 비해 소제목이 무척 많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소제목 아래 쓰여진 글들은 무척 짧다. 

그래서 오히려 읽기 편한 점이 있다. 

이 사진을 여기 옮겨두는 이유는 다기의 색깔 때문이다. 빈티지 블루라고 했던가. 

개인적으로 푸른 색을 좋아하는데 푸른 다기라니 그 색이 탐이 난다. 물론 이 다기세트의 형태는 내 마음에 들지는 않지만.

아무튼 깔끔하게는 생겼다. 

평소 차를 즐기고 좋아하는 내게도 푸른 빛 다기가 생기는 날이 오면 좋겠다. 

그렇다고 현재 사용하는 시시한 다기들을 버릴 계획은 없다. 시간과 함께 정이 든 그릇들이니 깨질 때까지 때로는 깨지고 난 후도 한동안 그 쓰임을 다할 수 있도록 하는 편이다. 가지고 있는 다기들이 다 망가져서 다기를 사야 할 때가 되면 푸른 다기를 사보고 싶다는 욕망이 생겨났다. 물론 영영 푸른 다기를 갖지 못한다 하더라도 상관은 없다. 그냥 그렇다는 것.

 

<노트>

-깍이고 다듬어지고 시련도 겪으며 단단해지는 과정 끝에 아름답고 쓸모 있는 무엇이 되는 삶. 여전히 어려운 여정이지만, 이 시간들 안에서 언젠간 무엇이든 담을 수 있는 좋은 그릇이 되리라는 믿음이 있다.(프롤로그 중) 

 

-지금은 매일 큰 변화 없이 이렇게 돌아가는 일상이 좋다. 천천히 흘러가는 계절을 온몸으로 느끼며, 만끽할 수 있는 것들을 최대한 만끽하며 사는 삶.(1부 물레 앞에서 중)

 

-변화가 빠른 세상에서 우리의 변화는 눈에 보이지 않을 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내부에서는 작은 실험들을 쌓아가며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다. 달팽이의 속도로 아주 조금씩 조금씩. 움직임이나 변화가 잘 보이지 않지만 잠시 한눈팔다 돌아보면 저 멀리 성큼 가 있는 그런 달팽이. 우리는 달팽이처럼 바쁘다.(3부 우리만의 리듬으로 중)

 

-오늘도 열심히 작업을 하고 잡초를 뽑았다. '0'으로 충만한 나의 삶. 만족스럽다. 

 

글솜씨가 뛰어나서라기보다 작가의 삶(일과 휴식)에 대한 진심이 마음에 와 닿아서 좋았던 글들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