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존 딕슨 카 [마녀의 은신처] 스타버스 가문 사람은 목이 부러져 죽는다?

Livcha 2024. 2. 13. 15:58

[마녀의 은신처] 책표지

밀실 미스터리와 '불가능 범죄'의 대가로 평가받는 미국 미스터리 작가 존 딕슨 카(John Dickson Carr,1906-1977).

요즘 그의 미스터리 읽기에 빠져 지낸다. 

내가 그의 작품을 좋아하는 이유는 '오컬트적 분위기', '그로테스크한 분위기', '고딕적 분위기'라고 평가받는 그 대목 때문이다. 

[세 개의 관(1935)], [화형법정(1937)]에 이어 세 번째로 읽게 된 [마녀의 은신처(Hag's Nook, 1933)] 역시 마녀로 판정받은 이를 잔혹하게 처형한 공간적 배경, 비인간적인 교도소를 운영하던 스타버스 집안 장남의 대를 이은 처참한 죽음을 소재로 해서 음산하고 으스스한 분위기가 소설 전반을 뒤덮고 있다. 

사실 [밤에 걷다]를 빌리고 싶었는데, 찾지 못해서 [마녀의 은신처]를 빌렸는데, 기대 이상으로 흥미로와서 한동안 즐거운 독서를 할 수 있었다. 

 

존 딕슨 카는 미국 작가이지만 마치 영국사람인 듯 영국 무대를 잘 다루고 있다. 

[세 개의 관]에서도 영국이 무대이지만 [마녀의 은신처] 역시 영국 시골에서 벌어지는 살인사건을 다루고 있다. 

 

존 딕슨 카의 [마녀의 은신처] 역시 초자연적이고 비현실적인 무대설정으로 시작한다. 목이 부러져 죽은 스타버스 집안 출신의 교도소장의 죽음이 마치 마녀의 유령들이 복수를 위해 야기한 죽음처럼. 하지만 스타버스 집안 사람들의 죽음은 누군가에 의해 정교하게 연출된 살인사건임을 소설이 전개되면서 풀린다. 

끝까지 범인을 쉽게 추리할 수 없도록 만드는 작가의 역량이 대단하다.

불가능해 보이는 살인이 어떻게 살인범에 의해서 계획되고 실행되었는지 흥미롭게 풀어간다.

소설 속에서 살인사건을 풀어낸 사람은 바로 기디어 펠 박사다. 존 딕슨 카의 미스터리물에 등장하는 주요 탐정들 중 한 명이라고 한다. 

 

<노트>

-"사람들이 교도소를 지었어." 펠은 말을 이었다. "교수대 근처에...... 스타버스 가문에서 두 세대에 걸쳐 그곳을 다스렸다네. 자네 나라에서는 그런 사람들을 교도소장이라고 부르겠지. 스타버스 사람들은 전통적으로 복이 부러져 죽곤 했어. 즐거운 마음으로 고대할 일은 결코 아니지."

 

-영국인과 미국 사이에는 결코 건널 수 없는 강이 있었고, 언어의 유사성이 그 차이를 메울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자네도 알다시피 18세기 후반 이전까지만 해도 유럽에 교도소라 부를 만한 곳은 몇 군데 없었지. 범죄자들이 생기면 즉석에서 교수형에 처하거나 혹은 낙인을 직고 불구로 만든 다음 풀어주거나, 그것도 아니면 식민지로 강제 추방하곤 했으니까. 채무불이행자처럼 예외적으로 처리하는 경우도 있기는 했지만, 일반적으로 판결을 받은 자들과 재판을 기다리는 자들 사이에는 아무런 차이가 없었네. 좋든 싫든 모두 잔인한 시스템 아래 던져지는 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