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존 딕슨 카 [벨벳의 악마] 1675년 영국이 배경인 역사 미스터리

Livcha 2024. 2. 26. 18:32

존 딕슨 카 [벨벳의 악마] 책 표지

 요즘 계속해서 읽고 있는 존 딕슨 카(1906-1977)의 미스터리 소설. 이번에는 [벨벳의 악마(고려원북스, 2009)]를 선택했다.

그동안 읽은 존 딕슨 카의 미스터리는 다음과 같다. [밤에 걷다(It walks  by night, 1930)[마녀의 은신처(Hag's Nook, 1933)] [세 개의 관(The three coffins, 1935)], [화형법정(The burning court, 1937)],[구부러진 경첩(The Crooked hinge, 1938)], [유다의 창(The Judas window, 1938)]

[벨벳의 악마(The Devil in velvet)]는 1951년에 출간된 미스터리물이자 역사소설이다. 앞서 읽은 소설들은 모두 작가의 2,30대 작품이었는데, 이 책은 40대 작품이다. 

그리고 이 책은 작가 자신이 쓴 역사 미스터리 중 작가가 가장 좋아하는 작품이라고 한다.  독자들에게도 존 딕슨 카의 역사 미스터리물 가운데 최고작으로 평가를 받고 있는 작품이기도 하다. 이 작품의 역사적 배경은 격동의 영국 후기왕정복고시대인데 장경헌의 해설에 의하면, 찰스 2세의 권위가 떨어져 의회파와 왕당파 간의 대립이 격심한 시기라고 한다. 

이 책의 후반부에는 존 딕슨 카가 쓴 독자를 위한 정보가 함께 실려 있다. 그 정보에는 찰스 2세와 세프츠베리 경에 대한 것, 당시의 연애와 정사, 그리고 검술에 대한 것이 나와 있다. 읽어보면 이 소설을 더 재미있게 감상할 수 있다. 

 

존 딕슨 카는 역사 미스터리라는 새로운 미스터리 장르를 열어 이후 [장미의 이름] [다빈치 코드]와 같은 역사 미스터리 소설이 나올 수 있는 발판을 마련했다고 한다.   

그가 역사 미스터리를 쓰게 된 계기는 수수께끼풀기 식의 미스터리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한 것으로 보고 있다. 또 현대에 불가능한 로맨스나 모험담을 풀어낼 수 있는 것도 염두에 두었다고 본다. 

아무튼 이 소설은 역사 미스터리물이면서도 판타지물이다. 소설의 시작은 비현실적이다. 캠브리지 파라셀수스 대학 역사학교수인 니콜라스 펜튼이 악마와 거래해서 1675년으로 돌아가  왕당파 닉 경의 아내 리디아의 독살사건이 벌어지지 않도록 하고자 한다. 악마를 이용하고 악마와 대결한다는 대목이 뜬금 없긴 하지만 대중소설적 흥미를 불어 넣기에는 충분해보인다. 

또 영국의 역사를 잘 알지 못하는 나 같은 사람보다는 그 역사를 잘 알고 있는 독자가 더 흥미롭게 읽을 수 있는 소설이기도 할 것 같다. 작가가 시대적 고증을 위해 나름 열심히 연구한 보람도 있을테니까. 

어쨌거나 아무리 발버둥쳐도 역사는 바꿀 수 없다는 것이 이 소설을 관통하는 중요한 내용이기도 하다. 그렇다면 20세기의 사람이 17세기로 가서 독살사건을 바꿀 수 없다. 하지만 그 시대로 돌아간다면 독살범은 알 수 있다. 그 독살사건의 범인은 과연 누구일까? 닉 경의 정부이자 리디아의 사촌인 메그일까? 닉 경을 유혹하는 요리사 키티 소프트커버일까? 리디아의 하녀인 주디스 팸플린일까?

 

난 이 소설을 다 읽고 난 다음, 17세기 영국사가 궁금해졌다. 기회가 된다면 그 시대 역사에 대해 읽어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