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소설 3

올리비에 아당 [겨울나기] 겨울처럼 힘든 삶

프랑스 작가 올리비에 아당(Olivier Adam, 1974-)의 [겨울나기(passer l'hiver, 2004)]. 이 작가는 이 단편집으로 공쿠르 단편문학상을 수상했다고. 카뮈를 떠올리게 하는 간결하고 건조한 문체가 특징이라고 한다. 책을 읽어보니 정말로 이 작가의 문체는 건조하고 간결하다. 이 건조하고 간결한 문체는 고통스러운 삶을 드러내는 좋은 표현법이 되는 것 같다. 어느 코미디언의 죽음, 점점 지쳐가다, 한밤의 여자, 새해 첫날, 입을 다물다, 귀가, 라카노, 소리없이, 눈을 맞으며, 총 9편의 단편이 책 한 권을 이루고 있다. 단편 속 인물의 일상은 처절할 정도로 힘들고 비참한 느낌을 준다. 너무 힘들어서 길게 말하기 어려울 수도 있겠다. 그 느낌을 작가의 문체가 말해주는 것 같다. 작품들..

소설 2021.08.12

앙리 보스코 [이아생트]

[반바지 당나귀]를 읽고 반해 버린 이 프랑스 작가 앙리 보스코의 [이아생트]를 이어 읽었다. 이 땅에 번역된 그의 소설이 얼마 없지만 일단 번역된 작품이라도 읽어보자 싶었다. [이아생트]는 [반바지 당나귀]의 연속편 아닌 연속편이라 할 수 있을 것 같다. [반바지 당나귀]와는 또 다른 묘미를 주는 소설인데, 나는 이 소설을 '고독'의 소설이라 이름 붙이고 싶다. 화자가 누군지 알기 어려운 가운데, 지독히 고독한 동네와 공간, 즉 '라 코망드리'라는 저택 속에서 머물고 있는 화자는 성 가브리엘 고원에 있는 외딴 집 '라 주네스트'의 등불을 바라보면서 마지막 영혼을 상상하는 나. 유일한 불빛에의 집착, 애착... "어두워지면 어김없이 켜지는 그 불빛은 거기에 누군가가 깨어있음을 나타내는 것이었다. 나는 그..

소설 2021.08.04

앙리 보스코 [반바지 당나귀]

1. 프랑스 철학자 가스통 바슐라르가 마지막 저서인 [촛불의 미학]을 바친 사람이 바로 앙리 보스코다. 앙리 보스코의 책이 궁금해 이유가 바로 그 때문이었다. 도서관을 뒤져보니 [반바지 당나귀] [이아생트] [아이와 강] 단 3권뿐이다. 앙리 보스코가 쓴 책이 무수하건만 이 땅에 번역된 책이 그 세 권이 모두였다. 그래서 난 일단 반바지 당나귀부터 읽어보기로 했다. 2. 책을 읽기 시작해서 얼마되지 않아 난 이 작가에 매료되었다. 프로방스 출신의 이 프랑스 작가는 그곳 자연풍경을 멋지게 묘사했다. 무엇보다도 계절을 곤충을 빌려 계절을 표현한 대목이 정말로 마음에 들었다. "바로 풍뎅이들이 필통 속에서 자연스럽게 태어나는 계절, 누에가 책상 어두컴컴한 곳에서 고치를 치는 계절, 그리고 몽롱하게 가라앉은 교..

소설 2021.07.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