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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하윤의 [여자의 미술관] 여성의 시선이 포착한 여성예술가

책에 붙은 스티커에서 알 수 있듯이, 올해 7월부터 9월까지 평소 다니는 도서관의 사서가 고른 책은 바로 미술 관련도서다. '여자의 미술관'이란 제목 때문에 이 책을 집어들었는데, 목차를 살펴보니, 내가 모르는 예술가들이 많아서 궁금해졌다. 이 책은 2021년 북트리거에서 출간되었다. 저자는 정하윤. 대개 한국인 저자가 쓴 책을 만족감을 주는 책이 드물어서 잘 읽지 않게 되는데 이 책은 다르다.정하윤이라는 작가가 궁금해지도록 만든 책. 작가는 여성의식을 가지고 있기도 하고, 이 작가의 세상을 보는 눈은 충분히 다른 사람의 창이 되기에 부족함이 없다. 이 사람이 썼다는 '커튼콜 한국현대미술'이라는 책도 한 번 읽어보고 싶다.첫번째 파트 '나의 고통이 예술이 된다'에는 프리다 칼로, 쿠사마 야요이, 니키 ..

예술 2025.07.26

[사티 에릭 사티]에릭 사티 음악칼럼

도서관에서 에릭 사티가 직접 쓴 글을 묶은 이 작은 책을 발견했을 때 기뻤다. 에릭 사티(Erik Alfred Leslie Satie, 1866-1925)는 내가 특별히 좋아하는 음악가 중에 한 사람이기 때문이다. 이 책은 2022년 영신사에서 출간한, 박윤신에 의해 번역된 책이다. 그는 가난한 삶을 살았고 많은 비평가로부터 부정적 비판을 듣기도 했던, 자기만의 예술의 길을 걸었던 음악가이기도 했다. 이 책을 읽으면서 그의 이름 에릭이 프랑스인은 Eric이라는 철자를 쓰는데, 스스로 18세때 Erik으로 바꾸었다는 것을 알았다. 그가 6살 때 어머니가 돌아가셨고, 아버지가 재혼한 부인이 피아니스트이자 작곡가였는데, 13살인 사티를 데리고 국립음악원 콩세르바투아르에 입학시켰다는 것도 알게 되었다. 그리고 ..

예술 2025.07.16

[따로 또 같이 고시원, 삽니다] 오늘날 고시원이 어떤 공간이며 어떤 사람이 머무는지 흥미롭게 알려주는 책

도서관에 갔다가 서가를 기웃거리다가 발견한 책, [따로 또 같이 고시원, 삽니다].2024년에 마이디어북스에서 펴냈다.고시원이라는 공간에 대한 궁금증 때문에 이 책을 도서관에서 빌려왔다. 저자는 진담. 이름에서 느껴지는 바는 적어도 거짓을 말하지는 않는다는 것.책을 읽어보면 알겠지만, 글 잘 쓴다. 술술 읽힌다. 그리고 재미있다. 브런치에서 30만 넘는 독자의 사랑을 받을 만한 글이다. 제 1장은 저자가 남편과 더불어 고시원을 창업하면서 겪는 우여곡절 이야기를 담았다. 제 2장부터 고시원을 경영하면서 만나게 된 여러 다양한 사람들의 이야기가 나오는데, 흥미롭다. 10년째 고시원에서 사는 슈퍼맨 할아버지와 적당히 거리를 둔 좋은 관계 맺기에 대한 이야기는 저자의 인간관계 성장 경험을 보여준다. 이 책을..

기타 2025.06.03

[처음처럼-요아소비 소설집], 소설과 음악의 만남

최근에 미야베 미유키 소설 번역된 것이 없나?하고 살펴보다가 발견한 [처음처럼].  이 소설책의 특이한 점은 요아소비 소설집이라는 것이다. 요아소비는 2019년에 창단한 일본 음악프로젝트 유닛으로 Ayase와 Ikura 2인조 그룹이다. 전자는 작사, 작곡, 프로듀싱을 후자는 보컬을 담당하고 있다. 이들은 소설을 음악으로 만드는 그룹임을 표방했다고. 요아소비는 '밤놀이'를 뜻한다.   이 책은 미야베 미유키가 참여한 단편소설 묶음집으로 미야베 미유키 이외에 다른 세 작가, 시마모토 리오, 츠지무라 미즈키, 모리 에토의 단편소설도 실려 있다. 이 네 작가 모두 나오키상을 수상한 경험이 있는 작가들이다. 나오키(산주고)상은 1935년에 창설된 대중문학상으로 대중문학신인에게 주어지는 상이라고 한다.  네 사람..

상상력 2025.04.10

미즈카미 쓰토무 [흙을 먹는 나날] 잘 먹는 것의 지혜

12월 동안의 계절 음식을 쓴 글들인데, 계절이 주는 재료가 주인공이다. 1월은 토란, 2월 된장, 3월 고야두부, 4월 미나리, 5월 죽순, 6월 매실, 7월 양하, 8월 대두, 9월 송이, 10월 스구리 열매, 11월 밤, 12월 저장식품.  1월-정진 요리란 '흙을 먹는 것'. 제철 재료를 먹는다는 것은 곧 그 계절의 흙을 먹는 것.  2월-옛스님보다 더 뛰어난 요리를 만든다는 점에서 정진 요리.  4월-도겐 선사 [전좌교훈]: 하루에 세번 또는 두 번은 어쩔 수 없이 먹어야만 하는 성가신 우리의 행사, 즉 먹는다는 것과 음식을 장만하는 시간은 사실 그 사람의 모든 삶이 걸려 있는 크나큰 일이라고 말하는 듯하다.  5월-인간은 신기한 동물이어서 입에 넣는 죽순의 맛 외에도 뜻하지 않게 지난날을 담은..

[고양이섬의 기적] '다시로지마'가 고양이 덕분에 동일본 대지진을 극복한 이야기

도서관 서가를 기웃거리다 보면 생각지도 못했던 책을 발견하는 기쁨이 있다. 이번에 발견한 '고양이섬의 기적'이 바로 그렇다. 이 책은 2011년 동일본대지진에 큰 피해를 입은 다시로지마라는 작은 섬이 '냥이 프로젝트'를 통해서 재난상황을 극복한 일을 담은 것이다. 일본에서 2012년에 출간되었고 우리나라에서는 2013년 문학동네에서 번역출간했다.  논픽션 작가인 이시마루 가즈미는 고양이를 각별히 사랑하는 사람이기에 고양이섬 다시로지마의 이야기는  꼭 쓰고 싶은 소재였을 것 같다. 다시로지마는 소수의 사람들이 굴양식, 어업을 하면서 살아가는 섬으로 예로부터 고양이와 공존했던 곳이라고 한다. 고양이는 예로부터 다시로지마 섬에서 풍어의 상징으로 소중히 여겨온 동물이었고, 섬 내에는 고양이를 모시는 신사까지 마..

기타 2024.09.24

[오늘은 고양이처럼 살아봅시다] 고양이와 함께 하며 얻은 삶의 지혜

이 책은 책 표지 속 그림에 반해서, 또 고양이에게 배우는 행복의 기술이 궁금해서 빌렸다. [오늘은 고양이처럼 살아봅시다]는 이시쿠로 유키코가 쓰고, 미로코 마치코가 그렸다. 2017년에 출간된 책인데, 우리나라에서는 조선앤북에서 2018년에 번역출간되었다. 글작가의 이력을 살펴보니까, 이시쿠로 유키코는 자신이 키우는 개와 고양이를 소재로 여러 권의 책을 쓴 사람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이번 책에서도 자신이 키우는 고양이 코우하이의 이야기가 많이 나온다. 그런데 코우하이는 후배라는 뜻이고 시바견의 이름 센빠이는 선배라는 뜻이다.  동물의 이름은 두 동물간의 관계를 통해 지은 것은 처음 보았다. 마치 이 고양이과 개는 서로가 없으면 안돼, 하는 듯. 그림작가 미로코 마치코 역시 고양이와 관련한 책이 여..

사노 요코 [열심히 하지 않습니다] 거침없이 자신을 솔직히 드러낸 글

무레 요코에 이어 사노 요코의 책도 읽기 시작했는데, 사노 요코의 문학성은 거침 없는 솔직함에서 나오는 것 같다. 자신도 부모도 그 누구도 포장하지 않는 글. 그래서 흥미롭지만 때로는 읽기 힘들기도 하다. [열심히 하지 않습니다]는 1985년에 출간되었으니까 벌써 40여년 전 책이다. 그럼에도 오늘날 읽어도 그 글이 너무 세련되었다. 당시 사노 요코는 40대 중반. 사노 요코는 그림책으로 알게 된 작가이다. 그녀의 그림책은 여러 권 소장하고 있을 정도로 그림과 이야기에 매료되었다. 그런데 그의 에세이집도 그 어떤 에세이집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매력적이다. 도서관에서 함께 빌려온 무라카미 하루키의 에세이집은 한 편 읽고 던졌다. 무라카미 하루키의 명성에 기대서 글을 출간해준다는 인상을 받았다. 하지만 ..

기타 2024.09.12

[여전히 나는] 사랑하는 이를 죽음으로 잃고 그리워하는 사람을 위한 책

오후의 소묘에서 올 9월에 펴낸 이 그림책은 [여전히 나는]. 다비드 칼리가 쓰고 모니카 바렌고가 그렸다. 그림이 익숙하다 했더니 오후의 소묘에서 앞서 번역출간한 [구름의 나날] [사랑의 모양] [마녀의 매듭]을 그린 작가도 같았다. 개인적으로는 [마녀의 매듭]을 좋아한다.  누구나 사랑하는 사람을 죽음으로 잃는 경험을 한다. 그 상실감은 너무 커서 한동안 일상을 뒤흔들어 놓는다. 이 그림책 속 화자는 나이든 남성으로 앞서간 자신의 배우자를 그리워하며 추억한다. 아이스크림, 에스프레소 커피, 바다와 들판, 그리고 카페가 등장하는 그림이 이탈리아를 느끼게 해준다. 그림은 전체적으로 갈색톤이다. 가을 낙엽을 떠올리게 하는 색감이다.   이 책을 보면서 앞서 떠나간 사람들, 동물들을 잠시 떠올렸다. 시간이 흐..

늙음과 죽음 2024.09.08

무레 요코[구깃구깃 육체백과] 몸에 관한 솔직하고 유머러스한 이야기

무레 요코 읽기 12권째. 이번에는 작가가 몸에 대해서 쓴 글들을 담은 [구깃구깃 육체백과].나이가 들면서 변화하는 몸에 대한 경험과 그 변화를 받아들이는 태도를 솔직하고 유머 있게 썼다. 읽는 내내 웃지 않을 수 없었다. 이 책은 무레 요코가 50대 후반에서 60대초반까지 쓴 글을 모은 것으로 보인다. 일본에는 2015년에 출간되었고, 우리나라에서 국일미디어에서 2016년에 번역출간했다. 무레 요코가 1954년생이라서 그런 것이지, 아니면 일본의 사회문화가 그래서인지, 아무튼 남성과 여성의 구별에 대한 고정관념이 심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여성은 어때, 남성은 어때, 하는 식의 생각이 이야기 전반에 흐르고 있어 읽는 동안 불편했다.  그 점만 제외하면 무레 요코의 글은 충분히 읽기에 재미있다. 우리나라에..

늙음과 죽음 2024.09.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