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여자네 집]은 1998년에 창작과비평사에서 출간된 20년 전의 시집.
1, 이 시집은 추억을 담은 시집 같다.
시인은 과거의 사랑, 아버지 이야기 등 추억을 되새김질하면서 시를 쓴다.
2. 시의 길이가 다양한 것도 재미있다.
제 1부의 '첫눈', 제 4부의 '이별'처럼 은 한 문장으로 이루어진 아주 짧은 시도 있지만,
몇 페이지에 걸치는 아주 긴 시들도 있다.
'옛 사랑의 추억'을 표현한 제 1부의 '그여자네 집'(시집 제목이기도 하다),
교사인 시인이 학교일을 끝내고 집으로 걸어 돌아가 집에 도착해 잠이 들 때까지 이야기를 그린 제 2부 '나는 집으로 간다',
눈 오는 밤부터 새벽, 새벽잠 그리고 아침, 다시 잠들고 점심으로 이어지는 눈오는 겨울날 추억을 담은 '그 해 그 겨울 그 집',
집을 짓고 그집에서 살다 돌아가신 아버지 이야기를 들려주는 ' 아름다운 집, 그 집'
저는 이 시들이 좋다.
시인이 두러두런 들려주는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는 느낌.
그렇다고 해도 산문과는 다른 시인다운 이야기라고 생각된다.
'나는 집으로 간다'는 액자시 같다. 시 속에 시가 있다.
3. 시에는 강이 나오고 산이 나오고 마을이 나오고 집이 나오고
봄부터 겨울까지 계절이 바뀌고...
정감 있는 시들이다.
4. 이 시집에서는 3부에 나오는 '그랬다지요'가 마음에 남는다.
이게 아닌데
이게 아닌데
사는 게 이게 아닌데
이러는 동안
어느새 봄이 와서 꽃은 피어나고
이게 아니데 이게 아닌데
그러는 동안 봄이 가며
꽃이 집니다.
그러면서,
그러면서 사람들은 살았다지요
그랬다지요
사람 사는 이야기를 꼭 노랫말처럼 풀어 놓았다.
인간의 어리석음과 계절의 자연스런 변화가 잘 맞물려 있어 읽기가 재미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