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택 [그 여자네 집]

Livcha 2021. 8. 1. 10:25

 

[그 여자네 집]은 1998년에 창작과비평사에서 출간된 20년 전의 시집.

 

1, 이 시집은 추억을 담은 시집 같다.

시인은 과거의 사랑, 아버지 이야기 등 추억을 되새김질하면서 시를 쓴다. 

  

2. 시의 길이가 다양한 것도 재미있다.  

 

제 1부의 '첫눈', 제 4부의 '이별'처럼 은 한 문장으로 이루어진 아주 짧은 시도 있지만, 

몇 페이지에 걸치는 아주 긴 시들도 있다.    

 

'옛 사랑의 추억'을 표현한 제 1부의 '그여자네 집'(시집 제목이기도 하다), 

교사인 시인이 학교일을 끝내고 집으로 걸어 돌아가 집에 도착해 잠이 들 때까지 이야기를 그린 제 2부 '나는 집으로 간다', 

눈 오는 밤부터 새벽새벽잠 그리고 아침다시 잠들고 점심으로 이어지는 눈오는 겨울날 추억을 담은 '그 해 그 겨울 그 집', 

집을 짓고 그집에서 살다 돌아가신 아버지 이야기를 들려주는 ' 아름다운 집그 집'

 

저는 이 시들이 좋다.

시인이 두러두런 들려주는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는 느낌.

그렇다고 해도 산문과는 다른 시인다운 이야기라고 생각된다. 

 

'나는 집으로 간다'는 액자시 같다. 시 속에 시가 있다.

 

3.  시에는 강이 나오고 산이 나오고 마을이 나오고 집이 나오고 

봄부터 겨울까지 계절이 바뀌고...

정감 있는 시들이다.  

 

4. 이 시집에서는 3부에 나오는 '그랬다지요'가 마음에 남는다.

 

 

이게 아닌데

이게 아닌데

사는 게 이게 아닌데

이러는 동안

어느새 봄이 와서 꽃은 피어나고

이게 아니데 이게 아닌데

그러는 동안 봄이 가며

꽃이 집니다.

그러면서,

그러면서 사람들은 살았다지요

그랬다지요

 

사람 사는 이야기를 꼭 노랫말처럼 풀어 놓았다.

인간의 어리석음과 계절의 자연스런 변화가 잘 맞물려 있어 읽기가 재미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