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책 62

앨리슨 제이 [파도가 바닷가에 남긴 것] 크랙 효과가 돋보이는 그림

앨리슨 제이(Alison Jay)가 그림을 그린, 글 없는 그림책 [파도가 바닷가에 남긴 것]. 2014년 'Out of the blue'라는 이름으로 출판되었는데, 우리나라에서는 2015년 (주)키즈엠에서 번역출간했다. 앨리슨 제이는 영국의 그림책 작가이자 일러스트레이터다. 이 작가의 특징적인 그림 스타일은 오래된 듯한 효과를 내기 위해서 Crackle Varnish를 사용하고 두꺼운 도화지 위에 알키드 수지 페인트로 그리는 것이라고 한다. Crackle varnish는 크랙 효과를 내기 위해 유화에서 사용하는 니스로 물에 풀어 쓰는 무색의 미술재료다. 이야기의 공간은 등대가 있는 해안가. 소년은 등대지기 아버지, 개, 고양이와 함께 등대에서 산다. 폭풍우가 몰아치고 난 다음날, 평화롭던 해안가에 대왕..

그림책 2022.07.26

[행복한 우리 가족] 타인에 대한 배려 없는 '가족이기주의' 비판

한성옥이 쓰고 그린 그림책 [행복한 우리 가족(2014)]은 가족이기주의에 정면으로 도전하는 그림책이다. 한성옥의 또 다른 그림책인 [나의 사직동(2003, 보림)]을 읽은 적 있다. 개발로 사라져갈 사직동이란 동네를 따뜻한 시선으로 담은 그림책이었는데 사라질 것에 대한 안타까움과 미래의 그리움, 작가의 마음이 고스란히 느껴져서 좋았다. [나의 사직동]과 마찬가지로 [행복한 우리 가족]에도 비판적인 작가 시선이 담겼다. 한성옥은 2005년 볼로냐 국제아동도서잔 올해의 일러스트레이터로 선정되었을 뿐만 아니라 다수의 상을 받았다. [행복한 우리 가족]의 그림책 구성을 보면, 아이의 그림 일기처럼 보인다. 하단에 아이의 일기가 적혀 있고 그림은 아이의 가족의 봄나들이에 관한 것이다. 정말 즐거운 하루를 보냈다..

[빨간 나무] 환상적이고 기괴한 그림이 매력적인 그림책

숀 탠(Shaun Tan, 1974-)은 오스트레일리아의 미술가, 작가, 영화제작자라고 한다. 청소년 시절부터 공포소설, 판타지소설, 공상과학 소설의 삽화를 그려서 그런지 [빨간 나무]의 그림들이 기괴하고 음울하지만 상상력이 넘친다. 그가 영향 받았다는 영화 [브라질], 테리 길리엄, 스텐리 큐브릭, 팀 버튼과 같은 영화 감독의 영화, 히에니무스 보스, 르네 마그리트, 호쿠사이와 같은 화가의 작품은 모두 내가 좋아하는 것들이다. 그래서 숀탠의 작품을 더 알고 싶은 마음이 들었다. [빨간 나무]는 2001년에 오스트레일리아에서 출간되었는데, 2002년에 풀빛에서 우리말로 번역출간되었다. 아무런 희망도 없고 아무도 나를 이해해주지 못하고 세상은 기계처럼 차갑기만 하고 끔찍한 일들이 벌어지는 우울한 나날들을 ..

상상력 2022.07.25

[회색 도시를 바꾼 예술가들] 로페즈 부부의 예술마을 운동

F. 이사벨 캠포이와 테레사 하웰이 쓰고 라파엘 로페즈가 그린 그림책 [회색 도시를 바꾼 예술가들]은 미국 캘리포니아 샌디에이고 이스트 빌리지에서 실제 일어났던 일을 다룬다. 이 그림책은 2016년에 'Maybe something beautiful'이라는 제목으로 출간되었고 우리나라에서는 2019년에 보물창고에서 번역출간했다. 화가인 라파엘 로페즈와 디자이너인 캔디스 로페즈 부부가 주도해서 마을 사람들과 협력해 회색인 마을을 예술적인 마을로 바꾼 이야기다. 벽, 다용도 함, 공원 의자 그리고 길바닥까지 아름답게 바꿔나갔다. 이 예술마을 운동은 미국 전역으로 캐나다와 호주까지 퍼져나갔다. 우리나라에서도 경남 통영시 '동피랑' 마을은 마을 사람들이 그린 벽화 덕분에 사라질 위기를 벗어날 수 있었다고 한다. ..

클로드 부종 [파란 의자] 불어판, 상상력의 힘

[파란 의자(La chaise bleu)]는 클로드 부종(Claude Boujon, 1930-1995)이 쓰고 그렸고 1996년 프랑스 L'école des loisirs출판사에서 출간되었다. 우리나라에서는 비룡소 출판사에서 2004년에 번역출간되었다. 클로드 부종은 프랑스 아동도서 작가이자 일러스트레이터다. 2003년에는 베르나르 베르셀 상(Prix Bernard Versele)을 수상했다. 베르나르 베르셀 상은 벨기에 가계인 베르나르 베르셀을 기린 상으로 어린이 도서에게 주어지는 문학상이다. 1979년에 제정되었다. 이 상은 어린이 심사위원들이 선정한 작품에게 상을 주는데, 2021년에는 34000명이 참여했다고 한다. 친구인 에스카르빌(Escqrbille)과 샤부도(Chaboud)는 사막을 걷다가 ..

상상력 2022.07.24

존 버닝햄 [깃털 없는 기러기 보르카] 장애인 문제를 생각하게 하는 그림책

존 버닝햄(John Burningham, 1936-2019)이 쓰고 그린 [깃털 없는 기러기 보르카]는 무엇보다 그림에 유머가 있고 따뜻하다. 이 작가의 그림이 무척 마음에 든다. 존 버닝햄은 영국의 그림책 작가다. 그는 1963년 첫 번째 그림책인 [깃털 없는 기러기 보르카(Borka: The adventures of a goose with no feathers)]로 케이트 그린어웨이 상을 받았다. 케이트 그린어웨이상은 영국의 어린이와 청소년 문학서적의 일러스트레이터에게 주어지는 상으로 존 버닝햄은 두 번 이 상을 받았다. 1970년 [검피 아저씨의 뱃놀이]로 두 번째 케이트 그린어웨이상을 받았다. 우리나라에서는 이 그림책을 시공주니어에서 출간했다. 영국 동부지역의 플럼스터 기러기 부부가 낳은 여섯 기..

소수자감성 2022.07.23

[리리] 반려견의 일생을 함께 한 이야기

하라다 유우코(1965-)가 쓰고 그린 그림책 [리리]. 하라다 유우코는 이 그림책으로 1998년 닛산 동화와 그림책 그랑프리를 수상했고, 같은 해 산케이 아동출판문화상을 수상했다고 한다. 닛산 동화와 그림책 그랑프리는 오사카 국제아동문학관이 일본 최초의 국제적인 아동문학종합센터로 개장한 것을 기념해서 제정한 상이고 산케이 아동출판문화상은 일본 산케이 신문사가 주최하는, 1954년에 제정된 상이다. 2009년에 살림어린이에서 출간된 [안녕, 영원히 기억할께]에서도 하라다 유으코는 검둥이 리리의 죽음을 추억하는 소녀의 이야기를 쓰고 그렸다. 이 그림책은 검정 강아지 '리리' 를 키우기 시작할 때부터 리리가 나이가 들어 죽음을 맞을 때까지의 이야기를 담았다. 그림이 너무 사랑스럽다. 이 그림책의 이야기는 작..

그림책 2022.07.23

[어느날 밤] 밤이 만드는 착각

이동진이 쓰고 그린 그림책 [어느날 밤]. 이동진 작가는 홍익대학교 미술대학을 졸업했고 개인전을 열었고 대학교에서 강의를 한다고. 글을 쓰고 그림을 그리는 일도 함께 하고 있다. 특이한 이력은 1984년 제 2회 MBC 창작 동요제에서 '노을'이란 곡으로 대상을 받았다는 것이다! [어느날 밤]의 그림은 개성이 있는데, 판화같아 보인다. 이 그림책은 먼저 그림을 보고 이야기를 생각해 보게 만든다는 점이 다른 그림책과의 차이점이다. 그림도 단순해보이지만 이야기도 무척 단순하다. 하지만 그 단순함에 유머가 있다. 캄캄한 밤, 개와 여우와 고양이는 무언가를 발견하고 각자 자신이 원하는 것으로 착각한다. 개는 뼈다귀로, 여우는 토끼로, 고양이는 생선으로. 하지만 자신이 착각했다는 것을 알고 다들 제 갈 길을 간다..

그림책 2022.07.22

[못된 개가 쫓아와요] 이웃의 개와 친해지기까지

리디아 몽크스가 그리고 마이런 얼버그가 쓴 그림책 [못된 개가 쫓아와요!(Mad Doc McGraw, 2000)]는 그림에 유머가 있고 귀엽다. 콜라쥬 기법을 잘 사용했다. 리디아 몽크스(Lydia Monks)는 영국 일러스트레이터인데, 그녀에 대해 더 알고 싶으면 인터넷 사이트 lydiamonks.com를 찾아가 보면 된다. 이 그림책에 등장하는 소년은 이웃의 개 '컹컹이'를 무서워한다. 그래서 따라오는 컹컹이를 피하기 위해 대나무 다리, 우산, 고양이를 이용해 본다. 소년은 컹컹이와 금방 친해지는 고양이 미끼를 보고 컹컹이와 친해질 방법을 찾아낸다. 마침내 컹컹이와 친해진 소년은 컹컹이를 더는 '못된 개'로 부르지 않고 '멋진 개'라고 부른다. 소년이 컹컹이가 낯설고 친해질 방법을 알지 못해서 무섭기..

그림책 2022.07.22

[커다란 것을 좋아하는 임금님] 욕망의 한계에 관해 생각해보기

안노 미쓰마사(1926-2020)가 쓰고 그린 [커다란 것을 좋아하는 임금님]은 일본에서 1976년에 출간된 그림책이다. 안노 미쓰마사는 일본의 어린이 그림책작가인데, 그림책 작가가 되기 전에는 도쿄의 한 초등학교에서 수학을 가르치는 선생님이었다고 한다. 1984년 일러스트레이션 부문 안데르센상을 받았다. 펜과 잉크, 수채물감을 그림을 그렸다. 이 그림책에 등장하는 임금님은 무엇이든 큰 것을 원한다. 침대도, 세면대도, 수건도, 시계도, 접시도, 포크도, 나이프도... 임금님의 어처구니 없는 욕망을 채우기 위해 주변 사람들은 무척 힘들어질 수밖에 없을 것 같다. 이를 뽑을 때도 거대한 집게로 고생스럽게 작업해야 하고, 넓은 연못에서 거대한 물고기를 잡고 싶어하는 임금님을 위해 고래를 잡아오는 수고도 해야..

그림책 2022.07.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