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상력

쓰네카와 고타로 [가을의 감옥] 일본 판타지 소설 3편

Livcha 2022. 11. 18. 11:06

[가을의 감옥] 표지

이 소설을 도서관 서가를 거닐다 '가을'이라는 단어가 들어간 제목 때문에 집어든 소설. 

한참 가을 경치를 즐기는 때라서 더 제목이 와 닿았나 보다. 

잠깐 살펴보니까 일본 판타지 소설이다. 내가 좋아하는 장르라서 주저 없이 대출. 

이 소설의 작가는 쓰네카와 고타로. 이 작가는 처음 알게 되었다.

작가의 이력이 너무 화려하다. 주목할 만한 작가다.

이 작가는 호러, 미스터리, 판타지에 모두 능한, 내가 충분히 좋아할 만한 작가로 보인다. 

무엇보다 야마 후타로상에 노미네이터된 소설 [멸망의 정원]은 꼭 읽어 보고 싶다. 

이 책에는 총 세 편의 단편소설이 실려 있다. 가을의 감옥, 신의 집, 환상은 밤에 자란다.

 

이 세 편의 소설 중 '가을의 감옥'이 제일 재미있었다. 

'가을의 감옥'은 같은 날 11월 7일의 반복을 겪는 사람의 이야기다. 

11월 7일을 보내고 깨어나면 다시 11월 7일이 시작된다. 

계속해서 반복될 것을 아니까 매 번 새로운 시도를 하는 사람들. 

같은 날이지만 같지 않은 날. 

그리고 어느날 하나 둘 사라지는 사람들. 

나는 이 소설을 보면서 이 사람들은 11월 7일에 죽은 뒤 사후세계로 가기 전 잠시 머무는 상태처럼 여겨졌다. 

죽음의 사자인 새하얀 키타카제 백작이 데리러 올 때까지. 

죽음 이후에 대한 상상의 색다른 변형이랄까...

 

'신의 집'은 동일한 공간의 이동에 대한 상상을 담고 있다. 미야자키 하야오의 '하울의 움직이는 성'처럼.

일본의 곳곳으로 이동하는 초가집.

그곳에 머무는 사람과 상관 없이 이동한다는 점이 하울의 움직이는 성과는 다르다.

그리고 그 집에 머무는 사람은 그냥 갇힌 자다.

대신 갇힐 사람이 없는 한 계속해서 그곳에 갇혀 지내야 한다는 것이 참 흥미로운 대목이다.

타인과 거의 단절된 지독히 고독한 공간.

처음에는 강제적으로 갇혔지만 나중에는 스스로 그곳에 갇히고자 하는 주인공.

어쩌면 나도 그런 집이 있다면 갇히고 싶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 죄인의 감옥이 아니라 '신의 집'이라니...

절대적인 존재가 아니라 한같 우연히 집에 갇힌 인간일 뿐인 신에 대한 작가의 상상 역시 돋보인다.

 

마지막 단편인 '환상은 밤에 자란다'는 감각을 속이는 마법이 아니라 정말로 실체를 바꾸는 환술에 대한 상상.

그런데 사교의 교주인 할머니와 그 할머니와 잠시 기거하는 여자아이, 그리고 할머니와 여자아이를 괴롭히는 동네 아이들...

이 부분은 최근에 어디선간 보았거나 읽은 적이 있는데... 잘 기억이 나질 않는다.

물론 동네 외곽에서 아이와 노인이 함께 사는 데 동네 아이들이 아이와 노인을 괴롭히는 이야기는 흔할 수도 있는 소재일 것도 같다. 

 

전체적으로 잘 쓰여진 판타지소설이라서 이 작가의 다른 작품들이 무척 궁금해졌다. 

도서관에 가서 이 작가의 다른 책도 빌려봐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