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상력

쓰네카와 고타로 [멸망의 정원] 거짓된 행복과 진실된 고통 가운데 무얼 선택할까?

Livcha 2022. 12. 3. 10:42

[멸망의 정원] 표지

쓰네카와 고타로의 [가을의 감옥]을 읽고 난 뒤 난 이 작가의 작품이 더 읽고 싶어졌다.

그래서 그 다음으로 선택한 것이 바로 [멸망의 정원] 이 소설은 판타지 디스토피아소설로 제 9회(2018) 야마다 후타로상 최종후보로 올랐던 이력을 갖고 있다. 일본에서는 2018년에 출간되었고 우리나라에서는 고요한 숨에서 2020년에 번역출간되었다. 

야마다 후타로상은 한 해 출간되 책 가운데 가장 재미있는 소설에 주어지는 상이라고 한다. 

이 소설을 읽고 난 간단한 감상을 말하자면, '정말 재미있다!'다.

쓰네카와 고타로(1973-)은  이력을 보면 일본에서 주목받는 작가임을 알 수 있다. 

지난 번에 읽은 [가을의 감옥]은 세 편의 단편 판타지 소설과 달리 장편이라서 호흡이 길다. 

30대 중반의 글과 달리 [멸망의 정원]은 40대 중반의 작품이라서 더 성장한 느낌이 느껴진다. 

 

이 책 속의 인물들 가운데 주인공은 20대 후반 회사원 스즈가미 세이치.

현실의 무게가 너무 무거운 세이치는 어떤 여인에게 이끌려 내려야 할 역에서 내리지 않고 도중에 전차를 내린다.

그런데 전차에 가방을 두고 내렸다. 이 사건은 세이치가 불만족스러운 현실을 그대로 놓게 만든다.  

"다 귀찮아." 

"이제 됐어. 더 이상 못해. 이대로 어디론가 사라지고 싶다."

그리고 그는 자신도 모르는 사이 현실을 벗어나 상념의 이계로 이동한다. 

 

<1. 봄바람 부는 한밤의 마을>에서 세이치는 가끔 마물이 등장하는 것 이외에 지극히 평화로운 마을에서 생활하는 것에 만족하게 되어 그 삶이 허구일지언정  행복을 놓치지 않기 위해 그에게 진실을 일깨어 주기 위해 지구에서부터 건너온 나카즈키 가쓰렌을 죽이고 만다. 나는 소설의 시작하는 바로 이 첫번째 장의 이야기가 무척 마음에 들었다. 우리 인간이란 누구나 진실보다는 허구일지언정 행복하길 바라는 존재니까. 세이치는 바로 그런 평범한 인간을 대표하는 인물로 보인다. 곁에서 나의 행복이 가짜니까 포기하라고 귀찮게 구는 존재가 있다면 가짜 행복을 포기하기 보다 그 귀찮은 존재의 목소리를 듣지 않는 쪽을 택하지 않을까?하는 생각을 해보았다. 종교와 미신, 온갖 비합리가 판을 치고 있는 것도 바로 이런 가짜 행복을 진짜 고통보다 선택하기 쉽기 때문이다. 

 

<2. 멸망의 동산을 넘는 사람들>에는 중학생인 세이코와 고지마와 푸니킹이란 별명의 노나쓰 메구르가 등장한다. 

지구에게 위기를 몰고 '푸니', 즉 하얀 우유푸딩같은 비정형 점균이 지구를 뒤덮기 시작하고 그 푸니는 해파리 모양의 지구 상공에 붙어 있는 미지의 존재가 발산하는 에너지에 기대서 활성화된다. 푸니 때문에 수 많은 사람들이 죽어간다. 그런데 이 푸니에 대한 내성정도에 따라 A, B, C, D등급으로 사람들을 분류할 수 있는데, 세이코와 고지마, 노나쓰 메구르는 내성이 강한 A등급이다. 이렇게 내성이 강한 사람들은 푸니재해 대책반에 동원된다.  세이코와 고지마 역시 푸니재해 현장에 뛰어들어 사람을 구하는 일을 한다. 노나쓰 메구르는 푸니를 섭취한 후 푸니를 조절할 수 있는 힘을 얻게 되고 그 힘으로 사람들을 도우려고 애쓰다가 사람들을 의도치 않게 죽음에 몰고 가기도 한다. 그 과정에서 노나쓰 메구르를 불신하는 사람에 의해 저격된다. 세이코도 노나쓰 메구르에 못미치긴 하지만 내성이 강하기에 푸니를 먹고 푸니 조정능력을 얻어 보려한다. 

노나쓰 메구르와 세이코는 이 소설 속에서 중요한 인물인데, 노나쓰 메구르와 세이코는 푸니로부터 지구를 구하기 위해 애쓰는 사람들이다. 특히 노나쓰 메구르는 사람들의 오해에도 불구하고 대의를 위해 자신을 희생하는 인물이다.

 

<3. 개썰매를 타는 마법사>에서 총격으로 사망한 노나쓰 메구르가 상념의 이계로 이동해 마법사로 다시 나온다. 세이치는 노나쓰 메구르를 알게 되고 그의 썰매를 타고 오오마쓰리군 밖의 이계로 나가본다. 끝없는 이계의 아름다움에 빠진 세이치는 미지의 존재의 핵을 파괴하기 위해 차원전송포를 만드는 지구 인간들을 적으로 생각하고 핵을 파괴하지 못하도록 이계를 지키기로 결심한다.

 

<4. 돌입자>에서 주요인물인 리켄과 간나 마이가 나온다. 리켄은 푸니 내성이 520으로 세이코나 노나쓰 메구르보다 수치가 높다. 리켄은 돌입자가 되기로 하는데, 돌입자는 상념의 이계로 보내져 돌아오지 못하고 이계에 대한 정보를 전송해주고 이계의 수호자와 싸우는 존재다. 돌입자에 응시했을 때 간나 마이를 알게 되고 친해진다.  돌입자 995명을 한꺼번에 차원전송해서 핵을 파괴하는 작전에 리켄과 마이도 합류한다. 차원전송 이후 이계에서 리켄은 그대로의 모습으로, 마이는 강화된 모습으로 재생되고 수호자와의 전투에서 마지막까지 살아남는 두 명이 되지만 핵을 파괴하는 임무완수 후에 소멸된다.

 

<5. 하늘으르 향해 축배를 들자>에서 마침내 미지의 존재의 핵이 파괴되자 푸니도 힘을 잃고 모두 흙으로 돌아간다. 핵이 파괴되자 핵 곁에서 머물던 유일한 인간인 세이치가 지구로 낙하한다.

 

<6. 하늘에서 떨어진 이야기꾼>에서 리켄에 의해 시력을 잃게 된 세이치는 지구에서 구조되어 연구대상으로 보호받는다. 사람들은 그의 이야기가 궁금하지만 세이치는 자신의 행복, 자신의 가족을 앗아간 지구인들에게 적대적이다. 그의 기억에 의하면, 자신의 행복한 세계를 지키기 위해 그곳 수호자들과 협력해 마물을 물리치기 위해서 노력했고 결국 자신의 세계를 몰락하고 마물에게 패한 것이다. 하지만 지구인은 지구에게 해악을 끼치는 미지의 존재를 제거하고 지구를 구했다고 생각한다. 

 

핵은 무엇인지, 핵을 파괴할 수 있었던 것은 어떤 이유에서인지, 세이치는 어떤 운명을 맞게 되는지 직접 책을 읽고 알 수 있도록 그 부분은 침묵하기로 한다. 

 

현실의 지구세계와 상념의 이계를 오가는 이야기는 상상력이 넘친다. 세이치의 관점과 다른 지구인들의 관점의 차이로 인해 다르게 보이는 이계의 세상에 대한 상상도 무척 흥미롭다. 그리고 이 소설의 키워드인 희망과 절망에 대해 다시 한 번 더 생각해 보게 만든다.

 

나는 다음 읽을 소설로 [천둥의 계절]을 선택했다. 이 소설은 가장 뛰어난 대중소설에 주어진다는 상인 야마모토 슈고로상에 노미네이트 되었다.  앞으로 차례로 그의 소설을 모두 읽어볼 생각이다. 미야베 미유키의 소설 가운데 한글로 번역출간된 책 전 권을  읽은 이후 재미난 소설이 없을까?하던 참에 만족스러운 작가를 찾았다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