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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베르 멩가렐리 [마지막 눈] 생존을 위한 처절한 욕망

Hubert Mingarelli의 La Derniere Neige. 김문영이 번역하고 샘터에서 출간한 책. 작가나 책에 대한 아무런 선지식 없이 이 책을 도서관에서 집어든 것은 제목 때문이었는지도 모르겠다. '마지막 눈'. 눈이 그리울 만큼 날씨가 무덥다. [마지막 눈]은 어떤 의미에서 성장소설이라고 할 수도 있겠다. 한 소년의 이야기. 낮에는 노인들을 산책시키면서 푼돈을 벌고 돌아와서는 병들어 죽어가는 아버지 곁에서 이야기를 들려주는 아이. 아무런 희망도 없어 보이는 이 소년의 체바퀴돌던 이어지는 일상에 한 줄기 빛이라면 그가 돌아오는 길에 잠시 들러 보고 가는 새장 속의 솔개. 이 솔개는 소년의 유일한 욕망이라 일상의 탈출구라는 생각이 든다. 소년은 이 솔개를 사기 위해서 돈을 열심히 모은다. 하지만..

소설 2021.07.30

니코스 카잔차키스 [그리스인 조르바]

번역자 이윤기씨는 내게 재미난 읽을거리를 제공한 사람이다. , , 그리고 이렇게 까지. 나는 이 사람이 소설가인 줄은 몰랐다. 소설가였기에 이처럼 읽기 좋은 좋은 번역을 할 수 있었나 보다. 그리스 인 조르바란 인물은 카잔차키스에 의해 놀라울 정도로 잘 형상화되어 있었다. 그가 실존인물이이어서만은 아닐 것이다. 아니, 실제로 작가에게 깊이 감흥을 준 사람 중에 하나여서일지도 모르겠다. 아무튼 흥미로와서 책을 놓을 수 없게 만들었다. 이런 재미야말로 바로 소설책이 안겨주는 것이다. 감흥을 따라가다 보면 마지막 장을 덮게 되는 것. 인상깊은 구절> 이런 생각이 들었다. ....... 조르바는 학교 문 앞에도 가보지 못했고 그 머리는 지식의 세례를 받은 일이 없다. 하지만 그는 만고풍상을 다 겪은 사람이다. ..

소설 2021.07.30

[슬로푸드, 맛있는 혁명] 카를로 페트리니의 '미식'

슬로푸드 운동의 창시자인 카를로 페트리니(Carlo petrini, 1949-)의 책 [슬로푸드, 맛있는 혁명(2005)]를 구입한 후, 책꽂이에 꽂아둔 세월이 제법 흘렀다. 우리나라는 이후출판사에서 2008년 번역출간했으니, 이 책을 구입한 지 거의 10년이 흘렀다는 이야기다. 그 사이 조금 읽다가 꽂아두고를 반복하다가 마침내 완독을 해냈다. 때로는 한참의 시간이 흘러서 책 읽기를 끝내는 책들도 있다. 지금 아직도 읽히지 못한 채 책꽂이에 꽂혀 있는 다른 책들도 어서 읽어주오, 하며 내 손길을 기다리는 책들이 내 등을 간지럽힌다. 아무튼 그가 이야기하는 미식학에 대한 생각을 따라가다보면, 그야 말로 음식 세계의 에피쿠로스다 싶다. 저자는 깨끗한 음식, 공정한 음식, 지속가능한 음식을 좋은 음식으로 생각..

[내 어머니 이야기] 팔십대 어머니의 우여곡절 인생사를 만화로 담다

1. 김은성 작가의 [내 어머니 이야기]는 막내딸인 김은성이 80대 어머니의 이야기를 8년동안 곁에서 듣고 그린 만화책이다. 김은성의 어머니는 자신의 기억 속에 남은 당신의 부모, 형제자매, 친척, 동네 사람, 친구, 삶 속에서 만난 여러 인연을 자신의 목소리로 풀어냈다. 그리고 김은성은 그 이야기를 자신의 체에 걸러 만화라는 장르로 담았다. 김은성 어머니의 이야기는 자신의 관점에서 정리되었을테고, 또 딸의 관점에서 또 다시 정리되었다. 두 번의 정리과정을 끝낸 이야기는 만화라는 장르를 취한 4권의 책으로 묶어졌다. 구술사를 만화로 풀었다는 점에 내 관심을 끌었다. 김은성 작가만의 독특한 만화체는 어머니 이야기에 정서와 힘을 실어준다. 마치 판화같은 흑백의 그림이 인물들과 풍경을 단순화시켜 담아냈지만 단..

만화 2021.07.28

앨 고어 [위기의 지구] 지금도 유효한 30년 전의 경고

친구의 책장에서 발견한 이 책은 전 미국 부통령 앨 고어(Albert Arnold 'Al' Gore Jr., 1948-)가 쓴 [위기의 지구]다. 미국에서는 1992년에 'Earth in the Balance'라는 제목으로 출간되었고 우리나라에는 1994년 도서출판 삶과 꿈에서 이창주의 번역으로 출간되었다. 벌써 거의 30여년이 다 되어가는 오래 전의 책이다. 하지만 이 책에서 말하는 내용은 2020년이 오늘날에도 여전히 유효한 현재형이다. 올 여름 기나긴 장마를 놓고 기후온난화를 원인으로 지목하는 상황이다. 기후온난화가 야기하는 기후변화는 해가 거듭될수록 무시하기 어려울 정도록 영향력이 증폭되고 있다. 또 지난 여름 인도양 모리셔스 섬 근해에서 일본선박이 두동강남으로써 야기한 기름유출사고 소식에 얼마나..

생명과자연 2021.07.28

[오듀본, 새를 사랑한 남자] 미국 조류학의 아버지

존 오듀본(1785-1851)이라는 조류학자가 있는지는 잘 알지 못했다. 그래서 궁금하기도 하고, 책이 만화로 그려져 있어 금방 읽겠거니 해서 읽다 보니 재미있었다. 존 오듀본은 현대생태학의 아버지로 불린단다. 오듀본은 프랑스령인 아이티에서 태어나 이후 미국에 건너가게 된다. 프랑스계 미국인셈이다. 그는 자신의 가족도 방치한 채 새를 쫓아서 미국 전역을 누비며 다닌다. 직접 몸으로 뛰어다니면서 새를 사냥하고 사냥한 새를 그렸던 것. 아쉬운 점은 당시는 사진기가 발달하지 못해서였는지 그는 새를 그리기 위해서 새를 사냥했다는 사실이다. 그가 죽인 새만 해도 셀 수 없을 지경. 사실 오듀본이 살던 시절에 사람들은 새를 사냥하는 것, 다른 동물들을 사냥하는 것에 죄책감을 느끼지 않았던 것 같다. 그래서 마구잡이..

만화 2021.07.28

[라곰 라이프] 스웨덴 스타일 좋은 삶

[라곰라이프]는 스웨덴 사람들이 좋은 삶을 가꾸는 방식에 대해 알려준다. 1. 라곰Lagom은 스웨덴어로 '라아곰'이라고 발음하지만 우리말로 '라곰'이라고 쓰나보다. '라곰'은 형용사이기도 하고 부사이기도 한데, '적당히, 충분히, 딱맞게, 적당한, 알맞은, 충분한'이라는 뜻을 가지고 있다고 한다. 그렇다면 '라곰라이프'는 '알맞은 삶, 적당한 삶, 충분한 삶' 정도로 번역할 수도 있겠다. 스웨덴 사람들이 "이 정도면 적당한 삶인데!"라는 삶의 모습이 무엇인지 책의 저자가 알려준다. 스웨덴식의 좋은 일상을 어떻게 꾸리는지를 보여준다. 그는 미국인으로 스웨덴사람은 아니지만 스웨덴에서 나고 자란 어머니 덕분에 스웨덴 문화에 친숙한 모양이다. 2. 일단 '라곰라이프'를 추구한다는 것은 지나치지도 부족하지도 않..

[빛이 사라지기 전에] 바닷물 위 빛의 향유

올 여름 [오후의 소묘]가 펴낸 책은 빛과 물이 넘치는 작품이다. 말은 거의 없다. 우리는 그냥 작가가 그린 빛과 물을 눈으로 따라가며 느끼면 충분하다. 처음에 이 그림책을 펼쳐보았을 때는 난 글이 없는 그림책인 줄 알았다. 두 번째 펼쳤을 때 비로소 글이 눈에 들어왔다. 시각적 향유, 그것을 의도했다면 성공한 셈이다. 책을 드는 순간, 표지의 홀로그램이 만드는 빛이 일렁인다. 아이디어가 좋다. 작가는 바다에서 서핑하는 사람을 바라보며 빛과 물에 시각적으로 빠져드는 관찰자. 우리도 작가가 전해주는 시각적 체험을 함께 할 수 있다. 올 여름 바다에도 가지 못하는 내게 이 그림책은 큰 선물이다. 보는 것만으로 시원하고 빛나는 바다를 즐길 수 있었다. 바다를 그리워하면서도 떠나지 못하는 사람들에게 이 그림책은..

그림책 2021.07.27

진중권 [레퀴엠]

1. 출판연도를 보니, 2003년. 한국군 이라크 파병과 관련해서 논란이 있었던 시절에 나온 책이었던 것으로 보인다 . 진보적인 대통령도 별수 없이 한국군을 이라크에 파병시키는 일이 벌어진 암울한 해였었던 기억이 난다 . 이 책은 한국군 이라크 파병을 비판하는 책이기도 하다. 2. 벤자민 브리튼의 전쟁레퀴엠에서 책의 형식을 빌어왔다니, 진중권 답다. 이 책도 미술과 음악에 대한 지식을 동원해서 책을 쓰고 있다. 오랜만에 벤자민 브리튼의 전쟁레퀴엠을 들어보고 싶다. 3. 내용 자체는 특별할 것도 없지만, 진중권, 글은 잘 쓴다. 얼마 되지 않는 분량의 책이기도 하고 술술 읽혀서 잠시 자리를 잡고 읽으면 금방 읽게 된다. 4. 전쟁은 절대적으로 벌어져서는 안 될 일이다.

기타 2021.07.26

[내일 아침에는 눈을 뜰 수 없겠지만] 완화의료와 죽어간다는 것

영국 호스피스 의사 캐스린 매닉스(Kathryn Mannix)의 책 [내일 아침에는 눈을 뜰 수 없겠지만(사계절, 2020)]은 '완화의학이 지켜주는 삶의 마지막 순간'이라는 부제가 붙어 있다. 원제는 'With the end in mind'로 2017년에 출간된 책이다. 이 책은 완화의학 분야에서 40여년간 활동한 의사의 생생한 경험담을 담고 있다. 이 이야기를 따라가다보면 완화의료가 죽기 직전까지 죽어가는 사람의 삶의 질을 유지하도록 어떤 도움을 주는지 잘 알 수 있다. 그리고 죽어가는 과정이 결코 두려운 일만은 아니라는 것도 알 수 있다. 그래서 완화의료의 도움을 받는다면 생의 마지막을 잘 준비할 수 있겠구나 싶다. 그럼에도 영국의 완화의료 상황과 우리나라의 것이 분명 차이가 있기 때문에 책 속의 ..

늙음과 죽음 2021.07.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