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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어머니 이야기] 팔십대 어머니의 우여곡절 인생사를 만화로 담다

1. 김은성 작가의 [내 어머니 이야기]는 막내딸인 김은성이 80대 어머니의 이야기를 8년동안 곁에서 듣고 그린 만화책이다. 김은성의 어머니는 자신의 기억 속에 남은 당신의 부모, 형제자매, 친척, 동네 사람, 친구, 삶 속에서 만난 여러 인연을 자신의 목소리로 풀어냈다. 그리고 김은성은 그 이야기를 자신의 체에 걸러 만화라는 장르로 담았다. 김은성 어머니의 이야기는 자신의 관점에서 정리되었을테고, 또 딸의 관점에서 또 다시 정리되었다. 두 번의 정리과정을 끝낸 이야기는 만화라는 장르를 취한 4권의 책으로 묶어졌다. 구술사를 만화로 풀었다는 점에 내 관심을 끌었다. 김은성 작가만의 독특한 만화체는 어머니 이야기에 정서와 힘을 실어준다. 마치 판화같은 흑백의 그림이 인물들과 풍경을 단순화시켜 담아냈지만 단..

만화 2021.07.28

앨 고어 [위기의 지구] 지금도 유효한 30년 전의 경고

친구의 책장에서 발견한 이 책은 전 미국 부통령 앨 고어(Albert Arnold 'Al' Gore Jr., 1948-)가 쓴 [위기의 지구]다. 미국에서는 1992년에 'Earth in the Balance'라는 제목으로 출간되었고 우리나라에는 1994년 도서출판 삶과 꿈에서 이창주의 번역으로 출간되었다. 벌써 거의 30여년이 다 되어가는 오래 전의 책이다. 하지만 이 책에서 말하는 내용은 2020년이 오늘날에도 여전히 유효한 현재형이다. 올 여름 기나긴 장마를 놓고 기후온난화를 원인으로 지목하는 상황이다. 기후온난화가 야기하는 기후변화는 해가 거듭될수록 무시하기 어려울 정도록 영향력이 증폭되고 있다. 또 지난 여름 인도양 모리셔스 섬 근해에서 일본선박이 두동강남으로써 야기한 기름유출사고 소식에 얼마나..

생명과자연 2021.07.28

[오듀본, 새를 사랑한 남자] 미국 조류학의 아버지

존 오듀본(1785-1851)이라는 조류학자가 있는지는 잘 알지 못했다. 그래서 궁금하기도 하고, 책이 만화로 그려져 있어 금방 읽겠거니 해서 읽다 보니 재미있었다. 존 오듀본은 현대생태학의 아버지로 불린단다. 오듀본은 프랑스령인 아이티에서 태어나 이후 미국에 건너가게 된다. 프랑스계 미국인셈이다. 그는 자신의 가족도 방치한 채 새를 쫓아서 미국 전역을 누비며 다닌다. 직접 몸으로 뛰어다니면서 새를 사냥하고 사냥한 새를 그렸던 것. 아쉬운 점은 당시는 사진기가 발달하지 못해서였는지 그는 새를 그리기 위해서 새를 사냥했다는 사실이다. 그가 죽인 새만 해도 셀 수 없을 지경. 사실 오듀본이 살던 시절에 사람들은 새를 사냥하는 것, 다른 동물들을 사냥하는 것에 죄책감을 느끼지 않았던 것 같다. 그래서 마구잡이..

만화 2021.07.28

[라곰 라이프] 스웨덴 스타일 좋은 삶

[라곰라이프]는 스웨덴 사람들이 좋은 삶을 가꾸는 방식에 대해 알려준다. 1. 라곰Lagom은 스웨덴어로 '라아곰'이라고 발음하지만 우리말로 '라곰'이라고 쓰나보다. '라곰'은 형용사이기도 하고 부사이기도 한데, '적당히, 충분히, 딱맞게, 적당한, 알맞은, 충분한'이라는 뜻을 가지고 있다고 한다. 그렇다면 '라곰라이프'는 '알맞은 삶, 적당한 삶, 충분한 삶' 정도로 번역할 수도 있겠다. 스웨덴 사람들이 "이 정도면 적당한 삶인데!"라는 삶의 모습이 무엇인지 책의 저자가 알려준다. 스웨덴식의 좋은 일상을 어떻게 꾸리는지를 보여준다. 그는 미국인으로 스웨덴사람은 아니지만 스웨덴에서 나고 자란 어머니 덕분에 스웨덴 문화에 친숙한 모양이다. 2. 일단 '라곰라이프'를 추구한다는 것은 지나치지도 부족하지도 않..

[빛이 사라지기 전에] 바닷물 위 빛의 향유

올 여름 [오후의 소묘]가 펴낸 책은 빛과 물이 넘치는 작품이다. 말은 거의 없다. 우리는 그냥 작가가 그린 빛과 물을 눈으로 따라가며 느끼면 충분하다. 처음에 이 그림책을 펼쳐보았을 때는 난 글이 없는 그림책인 줄 알았다. 두 번째 펼쳤을 때 비로소 글이 눈에 들어왔다. 시각적 향유, 그것을 의도했다면 성공한 셈이다. 책을 드는 순간, 표지의 홀로그램이 만드는 빛이 일렁인다. 아이디어가 좋다. 작가는 바다에서 서핑하는 사람을 바라보며 빛과 물에 시각적으로 빠져드는 관찰자. 우리도 작가가 전해주는 시각적 체험을 함께 할 수 있다. 올 여름 바다에도 가지 못하는 내게 이 그림책은 큰 선물이다. 보는 것만으로 시원하고 빛나는 바다를 즐길 수 있었다. 바다를 그리워하면서도 떠나지 못하는 사람들에게 이 그림책은..

그림책 2021.07.27

진중권 [레퀴엠]

1. 출판연도를 보니, 2003년. 한국군 이라크 파병과 관련해서 논란이 있었던 시절에 나온 책이었던 것으로 보인다 . 진보적인 대통령도 별수 없이 한국군을 이라크에 파병시키는 일이 벌어진 암울한 해였었던 기억이 난다 . 이 책은 한국군 이라크 파병을 비판하는 책이기도 하다. 2. 벤자민 브리튼의 전쟁레퀴엠에서 책의 형식을 빌어왔다니, 진중권 답다. 이 책도 미술과 음악에 대한 지식을 동원해서 책을 쓰고 있다. 오랜만에 벤자민 브리튼의 전쟁레퀴엠을 들어보고 싶다. 3. 내용 자체는 특별할 것도 없지만, 진중권, 글은 잘 쓴다. 얼마 되지 않는 분량의 책이기도 하고 술술 읽혀서 잠시 자리를 잡고 읽으면 금방 읽게 된다. 4. 전쟁은 절대적으로 벌어져서는 안 될 일이다.

기타 2021.07.26

[내일 아침에는 눈을 뜰 수 없겠지만] 완화의료와 죽어간다는 것

영국 호스피스 의사 캐스린 매닉스(Kathryn Mannix)의 책 [내일 아침에는 눈을 뜰 수 없겠지만(사계절, 2020)]은 '완화의학이 지켜주는 삶의 마지막 순간'이라는 부제가 붙어 있다. 원제는 'With the end in mind'로 2017년에 출간된 책이다. 이 책은 완화의학 분야에서 40여년간 활동한 의사의 생생한 경험담을 담고 있다. 이 이야기를 따라가다보면 완화의료가 죽기 직전까지 죽어가는 사람의 삶의 질을 유지하도록 어떤 도움을 주는지 잘 알 수 있다. 그리고 죽어가는 과정이 결코 두려운 일만은 아니라는 것도 알 수 있다. 그래서 완화의료의 도움을 받는다면 생의 마지막을 잘 준비할 수 있겠구나 싶다. 그럼에도 영국의 완화의료 상황과 우리나라의 것이 분명 차이가 있기 때문에 책 속의 ..

늙음과 죽음 2021.07.25

김열규의 마지막 책 [아흔 즈음에] 80대 노인의 사색

오래 전 김열규의 책 [노년의 즐거움(비아북, 2009)]을 재미나게 읽었던 기억이 난다. 그래서 그의 마지막 책 [아흔즈음에(humanist, 2014]도 읽게 되었다. 1. 그런데 책을 펼치면서 내 눈에 자꾸 박히는 표현, 동일 단어 반복하기 쌓이고 쌓였다, 굵고도 또 굵다, 싱그럽고도 또 싱그럽다, 바라고 또 바란다, 뻐기고 또 뻐겨도, 푸르고 또 푸르다, 드물고 또 드문, 깊고 또 깊어서, 바래고 바랜, 덮치고 또 덮쳐 등등 처음에는 이 표현 때문에 글에 집중을 할 수 없었다. 다행히도 작가가 글을 잘 쓰는 사람이라서 곧 글에 집중해 끝까지 무사히 읽을 수 있어 다행이다. 글 잘 쓰는 작가는 자기 글에 대한 고집이 있으니까, 편집부에서 감히 건드리지 못할 것이고, 또 김열규같은 작가의 글에는 더더..

늙음과 죽음 2021.07.25

페터빅셀 [나는 시간이 아주 많은 어른이 되고 싶었다]

1. 페터빅셀! 중학교시절 페터빅셀의 [책상은 책상이다]를 읽고 얼마나 즐거워했던가! 내 인생에서 절대로 잊을 수 없는 작가다. 하지만 난 그 작가를 내내 잊고 지냈다. 도서관에서 이 책을 우연히 발견했을 때까지. 2. 이 책은 페터빅셀이 2005년에서 2008년까지 기고한 칼럼글들을 모은 것이다. 한글 번역본 제목이을 왜 [나는 시간이 아주 많은 어른이 되고 싶었다]로 정했는지 책을 다 읽고 난 다음에도 이해가 되질 않는다. 3. 페터 빅셀(Peter Bichsel)은 1935년에 뤼체른에서 태어났지만, 뤼체른을 곧 떠났기에 그에게 이 뤼체른은 고향으로서의 의미는 없는 것 같다 . 지금은 졸로투른(Solothurn)에 살고 있고 나이가 80세를 넘었다. 우와!! 그는 독일어권 스위스 작가이자 언론인이다..

기타 2021.07.24

사노요코의 마지막 에세이 [사는게 뭐라고]

사노 요코는 내가 특별히 좋아하는 그림책 작가다. 그녀는 2010년에 사망했다. 뒤늦게 그녀의 죽음을 알고 무척 안타까워했던 기억이 있다. 더는 그녀의 멋진 그림책이 세상에 나오지 못한다는 생각에서. 1. 도서관에서 우연히 발견한 이 책은 사노요코의 마지막 에세이집이다. 부제가 마음에 들지 않지만 책이 재미있으니까 용서하자. 2. "여러분, 한류 열풍의 정체를 아시겠지요. 한류열풍은 허구의 화사함에 의해 일어났다. 나도 빠져들었다. 아아, 즐거운 1년이었다. 1년 내내 왼쪽을 보고 침대에 드러누워 욘사마와 이병헌, 류시원에게 화사한 마음을 맡겼더니 1년이 지나자 턱이 돌아갔다. 의사에게 장시간 같은 자세로 있는 건 아니냐는 질문을 받은 순간 납득이 갔다. 초코릿을 너무 많이 먹어서 보기만 해도 토할 지경..

늙음과 죽음 2021.07.23